의사 수가 11만명을 넘고 매년 3500여 명이 신규 배출되는 시대. 의사라면 병원에서 ‘제꺼덕’ 모셔갈 것 같지만 알고보면 그렇지도 않다. 반면 병원은 마음에 드는 의사를 구하기 쉽지 않아 애를 먹는다. 그 틈새에서 빛을 발하는 국내 유일의 의사 전문 헤드헌터들이 있다. 조철흔(39) 대표가 이끄는 초빙닷컴은 현재 전국 500여 개 병원을 상대로 의사들을 취업시키고 있으며 병원 M&A 컨설팅, 개원병원 인력 세팅까지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13명의 헤드헌터들과 함께 발로 뛰며 병원과 의사의 가교 역할을 하는 조 대표를 만났다.
- 의사 전문 헤드헌팅이란 분야가 생소한데.
"2003년 초빙닷컴을 개업했을 때만 해도, '헤드헌팅이 굳이 병원에 필요한가'라고 의문을 갖는 분위기가 강했다. 의사들은 알음알음, 지인의 소개를 통해, 혹은 인터넷 채용공고를 통해 직장을 잡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병원이 정확하게 원하는 의사를 구하기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초빙닷컴은 의사와 병원, 양측이 서로 만족스럽게 연결되도록 한다. 개업이 아니라 큰 병원의 수장으로 가고 싶어하는 의사, 정년퇴직 후 병원장급으로 다시 일하려는 의사 등도 헤드헌팅을 요청한다."
- 병원 측이 초빙닷컴의 헤드헌팅을 신뢰할 수 있는 근거는.
"책상에 앉아서 후보자(병원에 취업하려는 의사)를 조사하지 않는다. 대표를 포함해 전원이 전국을 돌며 의사와 병원을 끊임없이 만난다. 후보자가 정말로 병원에 추천해줄 만한 사람인지를 면밀하게 검토한다. 실력은 뛰어난데 밤새 술 먹는 버릇이 있다거나 환자들에게 불성실하는등 의사답지 않은 의사도 많다. 프로야구에서 외국 스카우터가 한국 선수들을 장기간 지켜보며 평가하는 방식과 마찬가지다."
- 전국으로 다니려면 시간이 부족하지 않은가.
"일주일 중 서울에 있는 시간은 이틀 정도에 불과하다. 6개월이라면 후보자와 10번은 만나게 된다. 인터뷰 시간에 많은 공을 들인다."
- 헤드헌팅 때 가장 중시하는 것은.
"진실이다. 후보자를 포장해서 병원에 소개하지 않는다. 제 집안에 친척들을 포함해 의사가 여럿 있다. 다 합치면 종합병원을 세울 수 있을 정도다. 어릴 적부터 그런 환경에서 자라 의사들을 많이 봤다. 처음에 이 사업을 시작할 때. 이득을 추구하기 보다 의사들이 질 좋은 근로환경에서 지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였다. 의사가 환자에게 최선을 다할 수 있게 해주어야 병원이 발전하고 개인이 업적을 쌓을 수 있다."
- 헤드헌터 운영 방식은.
"성과 위주의 보상체계를 갖추고 있다. 인터뷰 정보는 구성원들이 철저하게 공유한다. 의료를 몰라도 병원이나 의사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어줄 수 있는 인품을 가진 사람이 우리 회사의 헤드헌터로 더 적합하다."
- 의사 전문 헤드헌팅의 미래는.
"향후 200명의 헤드헌터 회사로 성장하는 꿈을 갖고 있다. 우리나라의 수준 높은 의사들을 해외로 수출하고 싶다. 영역을 중국이나 일본 등지까지 넓혀 그 곳에서 활동하고 싶어하는 의사들을 보내도록 하겠다."
※ 초빙닷컴, 헤드헌터 차량 유지비는?
의사 전문 헤드헌팅 기업 초빙닷컴(www.chobing.com)은 발로 뛰는 조직답게 독특한 기업문화를 갖고 있다.
모든 헤드헌터가 전국 방방곡곡을 누벼 차량 유지비가 엄청난 수준이다. 한 명이 톨게이트·유류·엔진오일 등으로 쓰는 차량 관련 비용이 많게는 200만원이나 든다. 평균적으로 100만원 내외라고 봐야 한다. 차량 유지비의 경우 개인과 회사가 나누어 댄다.
서울에서 가장 먼 제주도 출장도 마다하지 않는다. 한 명이 제주도를 일주일에 두 번씩 다녀오는 경우도 다반사다. 조철흔 대표는 "선택과 집중을 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한다. 한 번 지방으로 내려가면 우선순위를 정도 너댓 명을 만난다. 웬만해선 출장지에서 숙박을 하지 않는다.
영업 조직임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 술자리를 만들지 않는 것이 회사 방침이다. 술자리를 가지면 상대에 대한 사견이 생겨 중간자로서 객관성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차범진 초빙닷컴 팀장은 "병원 관계자나 의사와 식사를 해본 적은 있지만 술자리를 가진 적은 한 번도 없다"면서 "객관적 자료를 갖고 일을 진행해기 때문에 특별히 오해를 살 일도 없다. 상대도 우리를 믿고 마음을 열기에 굳이 술자리가 필요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 조직원이 지방 각지로 흩어져 있어 전원이 모이기는 하늘에 별따기다. 서울·청주에 사무소를 두고 주간회의를 하지만 전체가 모이는 날은 한 달에 단 하루 뿐이다. 모두들 카톡으로 긴밀하게 연락을 취한다. 다음달에는 부산 사무소를 새로 오픈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