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중일(49) 삼성 감독이 ‘사인 훔치기 논란’과 관련해 “감독직을 걸고 절대 그런 일은 없다”고 못을 박았다. 김기태(43) LG 감독도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이면서 논란은 해프닝으로 막을 내렸다.
12일 대구 경기를 앞두고 양팀 더그아웃에선 전날(11일) 경기에서 일어난 사인 훔치기 논란이 화제로 떠올랐다. 류 감독은 “우리 팀은 사인 훔치기 절대 안 한다. 선수들에게 하지 말라고 항상 강조해왔다”면서 “야구를 해야지 왜 그런 걸 하나. 이제는 그런 야구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입장을 분명히 했다.
논란의 장면은 11일 경기 삼성이 3-1로 앞선 3회말에 나왔다. 2사 1·2루 삼성 신명철 타석에서 LG 유격수 오지환이 이기중 2루심에게 계속해서 뭔가를 어필하는 모습이 비춰졌다. 2루 주자 최형우가 신명철에게 포수의 사인을 알려주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기중 2루심은 오지환에게 "신경 쓸 것 없다. 아니다"라고 말했지만, 오지환의 의심은 계속됐다.
신경이 쓰였던 LG 선발 김광삼이 오지환의 행동을 자제시키는 대화를 주고받자 이영재 구심은 경기를 잠시 중단시켰다. 네 명의 심판원은 마운드 근처에서 오지환과 김광삼을 불러놓고 상황 파악에 나섰다. 5분쯤 지났을까. 모두가 아무 일 없다는 듯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다. 이닝이 종료된 후 이 구심은 양 팀 감독에게 전달했고, 두 감독 모두 더 이상 문제삼지 않았다.
류 감독은 12일 “2루 주자의 움직임 때문에 오해가 생긴 것 같은데 나는 절대 사인 훔치기같은 것은 못하게 한다. 선수가 민감해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갑자기 투수가 안타를 맞아 나가면 그건 투수를 확인해볼 일이다. 혹시 직구나 변화구를 던질 때 글러브질을 다르게 하진 않는지 또는 뭔가 상대방이 알아챌만한 버릇이 나오는 지를 확인해봐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류중일 감독은 이날 LG 선수단이 대구구장에 도착하자마자 김기태 감독을 직접 찾아갔다. 사인 훔치기와 관련해 자신의 입장을 확실하게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김기태 감독은 "류 감독님이 본인의 감독직을 건다고 하시더라. 나도 류 감독님이 그럴 분이 아니시라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오)지환이 입장에서는 상대방이 조금 이상하다고 느껴서 예민하게 반응한 것 같다. 만약 우리의 사인이 읽힌 거라면 다시 사인을 바꾸면 되는 것이다“라고 담담하게 반응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주자는 나가서 상대방의 오해를 살 만한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다”고 강조했다. 오지환은 "내가 예민했나 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