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의 주중·주말을 책임졌던 '각시탈'과 '넝쿨째 굴러온 당신'('넝굴당')이 6일 동시에 종방연을 갖고 작품의 성공을 자축했다. 각각 동시간대 1위를 기록하면서 화제가 됐던 드라마인만큼 주연급 배우들이 전원 참석한 가운데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이어져 눈길을 끌었다. 이처럼 종방연은 촬영을 무사히 마친뒤 그동안의 성과를 돌아보고 서로의 노고를 치하하는 의미를 가진다. 잘된 드라마의 경우 취재진과 팬들까지 몰려 축제를 방불케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반면에 저조한 성적을 얻거나 촬영중 내부 갈등을 빚었던 드라마는 서로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의례적인 행사만 마치고 귀가하기도 한다. 각 작품별로 다양한 유형의 종방연이 열릴 수 밖에 없다는 말. 흔하게 알려진 '드라마 종방연'에 대해 알아봤다.
▶제작진·배우 모여 노고 치하하고 속풀이
종방연은 제작진과 배우 등 드라마에 참여한 모든 이들이 함께 하는 자리다. '후방지원'을 담당했던 제작사 및 방송사 주요간부들도 초대 대상이다. 행사순서는 비슷하다. 연출자·배우들의 발언과 함께 그동안의 성과를 치하하는 시간이 이어진다. 시청률과 화제성이 높았던 드라마의 경우에는 제작사로부터 포상을 받는 시간을 가지기도 한다. 취재진의 입장을 허락하는 공개 종방연, 자신들만의 시간을 갖겠다는 비공개 종방연으로 나뉜다. 지난해 20%대의 시청률 뿐 아니라 해외 10여개국 수출 및 부가판권 시장에서 크게 성공한 KBS 2TV '공주의 남자' 팀도 종방연 현장에서 책임 프로듀서가 마이크를 잡고 그 성과를 알려주는 시간을 가졌다.
'1차 모임'이 '공치사'를 위한 의례적인 행사라면 '2차'부터는 자유로운 술자리가 이어진다. 이 자리에는 간부들이 빠지고 주로 촬영장에서 함께 고생했던 제작진과 배우들이 참여한다. 격식을 생략하고 편하게 술 한잔을 곁들이는 허심탄회한 '뒷풀이'로 진행된다. 1월 인기리에 종영한 KBS 2TV '브레인'팀도 세 차례나 자리를 옮기면서 드라마의 성공을 축하했다. 당시 주연배우 신하균이 2차·3차 자리에서 찍은 사진을 트위터에 올려 눈길을 끌기도 했다.
▶잘되면 고급뷔페, 또는 실속적인 맛집에서
드라마의 성과에 따라 종방연의 행사규모도 달라진다. 큰 성공을 거둔 드라마의 종방연에는 당연히 참석하는 이들의 숫자도 많기 마련. 당연히 큰 행사장을 빌릴 수 밖에 없는 노릇이다. 지난해 MBC '욕망의 불꽃' 팀은 컨벤션센터의 대형홀을 빌려 종방연을 열었다. '욕망의 불꽃'이 연이어 고배를 마시던 MBC 주말극의 부활을 알려준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신은경과 조민기·서우를 비롯한 주연배우들이 전원 참석해 뷔페식을 자유롭게 들며 인사를 나눴다. 취재진과 팬들이 몰려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조성됐다.
'넝굴당'도 여의도 인근 컨벤션홀을 빌려 종방연을 치렀다. 주요 캐릭터를 소화한 배우들의 숫자만 20여명에 달하는만큼 큰 공간이 필요한게 당연한 일. 비공개로 진행됐는데도 취재진이 몰려 드라마의 높은 인기를 실감케했다. 이 자리에서 1차 행사를 마친 '넝굴당' 팀은 충무로 쪽으로 장소를 옮겨 그들만의 시간을 보냈다.
'각시탈'처럼 실속파 종방연의 예도 있다. 호텔이나 컨벤션홀을 빌리며 격식을 차리기보다 맛집으로 소문난 고깃집을 통째로 빌려 팀 전체가 자연스레 어울릴 수 있도록 유도했다. 1차를 마친 뒤에는 호프집으로 옮겨 대형 TV를 통해 '각시탈'의 마지막회를 함께 지켜봤다. 마지막 장면이 끝난후 엔딩 크레딧이 올라올때 배우 뿐 아니라 스태프 사이에서도 눈물을 훔치는 이들이 눈에 띄었다는 후문이다.
▶저조한 성적에 조촐한 종방연, 주연배우 불참하기도
실속 때문이 아니라 저조한 성적 때문에 '조촐한' 종방연을 여는 케이스도 많다. 어쩔수없이 종방연을 가지지만 분위기가 좋을리 없다. 제작사의 지원이 없어 만만한 고깃집을 행사장소로 섭외하기도 한다.
주연배우들이 종방연에 불참해 아쉬움을 주는 경우도 있다. 지난 5월 마지막 방송을 마친 KBS 2TV '사랑비'의 종방연 때도 주연배우 장근석이 참석하지 못했다. 개인적인 스케줄이 바빠 불참했지만 '저조한 흥행성적 때문이 아니냐'는 말을 듣기에 충분한 상황이었다. 지난해 7월 MBC '미스 리플리'의 종방연에는 주연배우 전원이 불참해 논란이 됐다. 촬영 내내 현장에서 자잘한 잡음이 끊이지 않은 만큼 '내부 갈등 때문에 일부러 나타나지 않은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방송계 한 관계자는 "잘 된 드라마는 종방연 현장을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제작진과 배우들이 종영을 아쉬워하고 눈물을 흘리는 종방연이 있는가하면 형식적으로 모습만 보이고 서로 외면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