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용(23·스완지시티)에게 붙는 수식어다. 한국 축구의 중심이 박지성(31·QPR)에서 기성용(23)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2000년부터 태극마크를 달고 뛰었던 박지성은 지난 2011년 A대표팀에서 은퇴했다. '중심' 박지성이 떠난 뒤 한 동안 빈자리가 느껴졌다. 그러나 스코틀랜드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로 변신한 기성용은 일취월장하며 빈자리를 채우고 있다. 이제 그가 없는 A대표팀은 상상하기 힘들다. 기성용은 최정민(50년 대)-이회택(60년 대)-차범근(70~80년 대)-홍명보(90년 대)-박지성(2000년 대)를 이어 2010년 대 한국축구를 대표할 선수로 발돋움하고있다.
2012년은 기성용에게 매우 뜻깊은 한 해였다. 지난 8월 런던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따내 병역특례를 받아 꿈을 펼칠 기회를 잡았다. 그리고 스완지시티로 이적하며 세계최고 무대라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 도전장을 던졌다. 일간스포츠가 창간 43주년을 맞아 그를 만난 이유다. 키워드를 제시하면 기성용이 답하는 형식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기성용의 사람들>
부모님
"나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분들이다. 해외에서 혼자 있다보면 항상 생각나고 보고 싶은 게 가족이다. 휴가 때도 늘 일정이 있어 광양 집에 못가는 게 너무 아쉽다."
프로 스포츠에서 DNA는 중요하다. 이런 면에서 기성용은 축복받은 선수다. 아버지 기영옥 씨는 국가대표 출신 축구선수였다. 어머니 남영숙 씨도 육상선수였다. 그는 유럽 무대에 내놔도 밀리지 않는 189㎝의 건장한 체구를 갖고 있다. 아버지는 그를 축구선수로 키울 생각이 없었지만, 초등학교 때 공을 차는 모습을 보고 "피는 어쩔 수 없구나"라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세뇰 귀네슈 감독
"나에게 축구 선수가 프로가 될 수 있게 기회를 주신 분."
호주 유학에서 돌아온 기성용은 금호고를 졸업하고 바로 FC서울에 입단했다. 그는 어린 선수들 중 한 명일 뿐이었다. 그러나 귀네슈 감독은 2007년 그의 성공 가능성을 알아보고 바로 주전으로 기용했다. 그는 22경기를 뛰며 K-리그에 적응했고, 이후 2009년까지 80경기에 나와 8골 12도움을 기록했다. 어린 유망주였던 기성용이 '프로'가 됐던 성장기였다.
홍명보 감독
"팀을 만들 줄 아는 진정한 보스. 감독님은 늘 팀을 먼저 생각하시고 항상 팀의 방패가 되시려 하시는게 존경스러웠다."
기성용과 홍명보 감독은 인연이 없었다. 그가 부상을 당하거나 A대표팀에 발탁되며 올림픽팀에 합류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런던 올림픽을 앞두고 소집된 그는 다른 동료에게 미안한 마음도 가졌다. 그러나 홍명보 감독은 강력한 카리스마로 기성용을 팀의 일원으로 적응시켰고, 한국축구 사상 첫 올림픽 동메달이라는 쾌거를 이뤘다.
구자철-이청용
"소울 메이트들? ㅋㅋ 다들 해외에서 생활하는 만큼 다치지말고 무사히 지냈으면 좋겠다."
둘 다 소중한 친구다. 이청용은 FC 서울 시절 힘겨웠던 2군 시절을 함께 보냈던 사이다. 눈빛만 봐도 마음이 통한다. 구자철과는 ‘톰과 제리’처럼 아옹다옹하면서도 마음 깊이 아끼는 사이다. 기성용이 구자철을 두고 손발을 오글거리게 만드는 녀석이라며 '구글거림'이라고 놀린 게 화제가 되기도 했다.
<스완지시티에서 도전>
라우드럽과 티키타카 축구
"내가 가장 바라는 스타일의 축구와 그것을 즐기는 감독. 라우드럽 감독은 셀틱의 닐 레넌 감독과는 달리 매우 조용하고 지적인 분위기를 풍기시는 분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좀 어색했는데 원래 (성격이) 그런 것 같다."
기성용은 스페인 축구를 동경해왔다. 그래서 가장 뛰고 싶은 리그를 묻는 질문에 프리메라리가를 꼽았다. 이번 이적 시장에 그를 잡은 것은 영국에서 가장 스페인과 닮은 축구를 한다는 스완지시티였다. 스완지시티의 라우드럽 감독은 바르셀로나에서 선수생활을 했고, 지난해에는 마요르카를 이끌었다. 스완지시티는 스페인 축구의 상징인 티키타카 축구를 펼치고 있다.
스완지
조용한 시골마을이다. 구단 상징은 백조이지만 스완지와 백조는 직접적인 관계는 없다고 하더라."
기성용은 그동안 큰 도시에서만 프로생활을 했다. 서울은 한국의 수도이고, 셀틱이 위치한 글래스고도 스코틀랜드에서 가장 큰 도시다. 이에 반해 스완지는 웨일즈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기는 하지만 인구가 23만 명 정도의 작은 도시다.
신고식 노래
"누가 찍은 거야 도대체. 영국 구단들은 신입 선수들이 들어오면 신고식 때 노래 부르는 걸 시키기도 한다. 여기서도 그랬다. 동영상으로 보셨다시피 노래는 잘 못한다."
스완지시티로 이적한 기성용은 빠르게 팀에 적응하고 있다. 입단 후 선수단 회식자리에서 위플레이의 '해피 바이러스'라는 노래를 불렀다. 이것을 팀 동료중 한 명이 핸드폰으로 찍어 동영상을 올렸다. 국내팬들은 이 영상을 보고 "기성용은 그냥 축구만 하자", "웃으면 안 되는데…. 그렇게 못 부르는 건 아닌데 그냥 웃긴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국어 강사
"외국 선수들이 한국어에 호기심을 보이면 귀여워서라도 가르쳐 주려고 노력 중이다."
트위터를 즐기는 기성용은 팀 동료들과 소통도 SNS를 통해 자주 한다. 기성용은 공격수 대니 그래엄(27)과 미드필더 웨인 라우틀리지(27), 나단 다이어(25), 수비수 애슐리 윌리엄스(28) 등에게 한글을 알려줬다. 이들은 번역기를 돌려 한국어로 한국팬에게 인사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