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철 대전 시티즌 감독이 오랜만에 찾은 대전 시티즌의 옛 홈구장에 엄지 손가락을 치켜들었다. 대전 구단은 27일 전남 드래곤즈와의 K-리그 33라운드에서 '응답하라 1997'이라는 행사를 마련했다. 대전이 1997년 창단된 것을 기념하는 의미에서 창단부터 지난 2002년까지 홈으로 사용했던 한밭운동장에서 전남전을 치렀다. 유 감독이 대전 감독으로 부임해서는 계속 대전월드컵경기장을 사용했다. 울산 현대 선수 시절에는 원정 경기로 한밭운동장을 찾은 적이 있다.
유 감독은 이날 경기를 앞두고 "사실 우리 홈 구장으로 한밭운동장을 썼으면 했다"고 고백했다. 시설 좋은 대전월드컵경기장을 두고 한밭운동장에 마음을 뺏긴 것은 '잔디'때문이었다. 유 감독은 "한밭운동장 잔디가 K-리그 각 구단 축구장 중에서 제일 좋다."며 "월드컵경기장은 바람이 많이 불고 햇볕을 잘 들지 않아 잔디 상태가 썩 좋은 편이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단점도 있다. 유 감독은 "물론 예전에 지어진 구장이라 관중 수용도 적고, 관중과 경기장 사이가 멀어 친화력도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 감독이 한밭운동장에 미련이 남은 이유가 있었다. 유 감독은 "선수들이 경기에 지면 간혹 '잔디 상태가 좋지 않아서 졌다'는 핑계를 대곤 한다"면서 "이렇게 좋은 잔디에서 경기를 한다며 져도 잔디 핑계를 절대 잴 수 없을 것이다"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