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산의 계절'이다. 선수들과의 내기를 통해 동기부여를 했던 류중일(49) 삼성 감독은 2012년 정규시즌 마지막 홈경기(SK전)가 열린 4일 "네명에게는 내가 졌고, 두명에게는 이겼는데 어떻게 할까"라며 웃었다.
올해 내기의 시작은 외국인 선수였다. 류 감독은 일본 오키나와 캠프에서 탈보트(29), 고든(34)과 저녁 식사를 했다. 이날 류 감독은 각각 13승과 12승 이상을 목표로 설정해주며 "달성하면 아내에게 큰 선물을 하겠다"고 했다. 함께 자리한 탈보트의 아내는 "나는 핸드백이 필요하다.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소파에서 자라"며 탈보트를 압박(?)했다.
'국내 선수 내기 1호'는 박한이(33)다. 류 감독은 지난해 부진(타율 0.256·4홈런·30타점)했던 박한이에게 다시 한 번 '공격형 2번타자' 자리를 맡겼다. 그를 자극하기 위해 '상금 500만원, 벌금 500만원'도 걸었다. 박한이는 타율 0.330을 넘기면 500만원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타율이 0.270까지 떨어지면 500만원을 벌금으로 내놓아야 한다. 세부사항도 있다. 0.300을 넘기면 박한이가 200만원을, 0.290~0.280에 머물면 류 감독이 200만원을 받는다.
소식을 들은 삼성 선수들이 류 감독을 찾아왔다. 왼손 에이스 차우찬(25)은 '포스트시즌을 포함해 15승'을 기준으로 500만원의 내기를 걸었다. 마무리 오승환(29)은 3블론세이브, 내야수 박석민(27)은 100타점을 내기의 기준으로 삼았다. 상금과 벌금은 각각 500만원. 박석민과의 내기는 95타점~100타점을 기록하면 무승부가 된다.
류 감독은 "탈보트와 오승환, 박한이는 기준을 채웠다. 고든은 11승을 거뒀지만 '소급적용'을 해서 고든의 아내에게 핸드백을 선물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탈보트는 14승(3패)으로 기준점을 넘어섰다. 오승환은 블론세이브가 단 한개 뿐이다. 박한이는 3일까지 타율 0.305를 기록해 200만원 확보가 유력하다.
올시즌 6승(7패)에 그친 차우찬은 벌금 대상이다. 하지만 류 감독은 최근 차우찬에게 '2차 내기'를 제시했다. 류 감독은 "우찬이에게 '너 벌금 낼래'라고 물으니 '네, 드리겠습니다'라고 하더라. 안쓰러운 마음까지 들었다. 그래서 '한국시리즈에서 1승1홀드 혹은 2홀드를 거두면 네가 내기에서 이긴 걸로 하겠다'고 새로운 조건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박석민이다. 박석민은 4일 "제가 6경기에 나가지 못합니다. 6타점은 더 했을 겁니다"라고 항변했다. 박석민은 127경기에서 91타점을 기록했다. 류 감독은 "몸관리도 선수 책임 아닌가"라고 맞섰다. 그는 "박석민에게 2차 내기를 제안할 생각은 없는가"라는 질문에 "박석민은 안돼"라고 외쳤다.
물론 류 감독은 박석민에게도 '벌금'을 받을 생각이 없다. 류 감독은 "아이고, 그래도 석민이가 삼성 4번타자로 잘해줬는데"라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