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가가 연이은 진실 공방으로 뜨겁다. 대부분 한쪽 의견만 전파를 타면서 논란이 점화된다. 뒤늦게 상대방은 아니라며 반격에 나선다. 대체 누구 손을 들어줘야하는 하는 건지 시청자들은 헷갈린다. 좌판을 깔아 놓은 제작진은 뒤늦게 "우리도 몰랐다. 정작 우리야말로 피해자"라며 목소리를 높이기 급급하다. 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 해결책은 없는지 살펴봤다.
▶대체 누구 말이 맞나.사건 당사자로 지목된 사람은 이미 고인이라 확인할 방법도 없다. 지난 12일 KBS 2TV '내 생애 마지막 오디션'에 출연한 혼성그룹 거북이의 전 멤버 임선영은 과거 멤버들로부터 폭행을 당하고 팀에서 강제 탈퇴를 당했다고 주장해 논란을 일으켰다. 임선영은 "오디션으로 합류해 나머지 멤버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아는 사이었다. 보컬이라 당연히 관심을 더 받게 됐었는데 그걸 질투했다"며 "마찰은 점점 심해졌고 한 번은 생방송 전 음식을 주문하는데 숟가락이 날아오기도 했다"고 고백했다.
이같은 발언이 파장을 일으키자 현 멤버인 지이는 13일 트위터를 통해 '거북이 이름으로 살 길을 찾길 바라는 사람이 있는 듯 하네요. 하늘에서 보고 있는데 그러지 말지'라며 '남 얘기를 하지 말고 자기 얘기를 해야지. 안타깝네요'라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최근 SBS '짝-스타애정촌'에 출연했던 박재민은 연인과의 결혼을 앞두고 출연해 한바탕 곤욕을 치뤘다. 1일 '짝'에 출연해 여성 출연자의 마음을 사로잡고자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던 그였지만 일주일 뒤인 8일 동갑내기 서울대학교 출신 여자친구와 내년 결혼식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청자들을 '멘붕'에 빠트렸다. 박재민은 "섭외 당시 여자친구와 소원한 상태였다. 결혼은 커녕 교제도 무리가 있는 상황이었는데 결혼 일정이 급하게 잡혔다"고 해명했지만 프로그램의 진정성은 이미 바닥을 친 뒤였다.
'논란의 핵'으로 불리는 tvN '화성인 바이러스'나 '화성인 X파일'은 방송만 나갔다하면 진실 공방을 불러일으킨다. 8일 방송된 ‘화성인 X파일’의 선물집착녀는 2년 동안 120명의 남자를 만나 1억 원의 선물을 받았다고 밝혀 파장을 몰고왔다. 그는 "2년 동안 남자친구들에게 받은 선물 액수가 1억 원 정도 된다. 하루만 사귄 적도 있다. 떡볶이 먹자고 해 헤어진 적도 있다"라고 밝혀 시청자들을 경악케 했다. 방송 직후 ‘선물집착녀’는 각종 포털 사이트 검색어에 오르내렸고, 쏟아지다시피 한 기사에는 수 천 개의 악성 댓글이 달렸다. 결국 선물집착녀는 한 인터넷 사이트에 '방송에 나간 상당 부분은 제작진의 의해 과장된 것이며, 방송에 등장한 소개팅남 등은 실제 상황이 아닌 작가들이 데려온 인물'이라고 구구절절 밝혔다.
▶왜 이러나, 해결책은.대부분 자극적이고 센 것만을 추구하는 현 방송가의 분위기와 화제의 중심이 되고픈 출연자의 욕구가 이같은 상황을 연출한다.
출연자들은 자기 말이 맞다고 주장하지만 사건의 진위여부는 판가름이 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시청자들은 지금 보고 있는 방송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판가름할 기준이 없다.
더 큰 문제는 제작진이다. 논란이 될 것을 뻔히 알면서도 방송에 내보내는 경우가 많기 때문. 돌발 상황이 수시로 발생하는 생방송이라면 변명의 여지가 있지만 편집이 가능한 프로그램인데도 불구하고 그 부분을 검열하지 않는 것은 어느정도 논란을 원하는 노림수로밖에 해석이 안된다는 지적이다. 출연자의 진정성이 의심받는 경우에도 제작진은 "개인사적인 것까지는 알 수 없다"거나 "확인했지만 그것까진 몰랐다"고 변명하기 급급하다. 나중에는 "우리가 오히려 피해자"라고 열을 내기가 다반사다.
한 방송 관계자는 "고만고만한 프로그램들 사이에서 논란이라도 되야 화제가 되는 방송가의 생리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특히 일반인의 경우는 튀어야 산다는 심리가 발동, 우선 지르고 보는 경향이 큰거 같다"고 설명했다.
대중문화평론가 민의진씨는 "제작진이 출연자 검증을 일일이 하는데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진정성을 의심받는 현재의 모습은 제작진의 안일한 접근 방식에도 책임이 크다"며 "시청자에 대한 신뢰 회복에 전력을 기울여야 할 때"라고 날카롭게 지적했다.
유아정 기자 porol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