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할리우드에 한국영화인들이 위세를 떨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박찬욱과 봉준호·김지운 등 흥행과 작품성을 동시에 인정받은 스타감독들의 할리우드 진출작이 현지 개봉을 앞두고 있으며 이병헌은 두 편의 출연작을 차례로 선보이게 됐다.
가수 비와 장동건 등 먼저 할리우드에서 신고식을 마친 배우들이 '개척자'의 역할을 수행했다면 이번에는 할리우드 심장부까지 치고 들어갈 정도의 파워를 과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관심을 집중시킨다. 충무로의 '에이스'들이 대거 출격하는만큼 만만치않은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박찬욱·봉준호·김지운 '충무로 톱3' 차례로 할리우드 진출작 개봉
김지운은 현재 할리우드 진출을 준비중인 충무로 감독 중 가장 먼저 작품을 선보이게 됐다. 아놀드 슈워제네거를 주연으로 캐스팅한 첫번째 할리우드 영화 '라스트 스탠드'의 현지 개봉이 1월로 확정됐다. 마약 밀매업자와 이를 막기 위해 나선 보안관의 치열한 대결을 다룬 영화로 김지운 감독 특유의 치밀한 연출력이 잘 살아났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할리우드 메이저 배급사 뉴라인시네마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김지운 감독에 이어 2월에는 박찬욱 감독의 할리우드 진출작 '스토커'가 미국 현지에서 개봉한다. 니콜 키드먼과 미아 바시코브스카 등 할리우드 스타들을 캐스팅했고 리들리 스콧이 제작을 맡은 영화다. 화제의 미국 드라마 '프리즌 브레이크'의 주인공 '석호필' 웬트워스 밀러가 시나리오 작업에 참여하고 '블랙스완'의 클린트 멘셀이 음악감독을 맡아 화제가 됐던 작품이다.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 등에서 호흡을 맞췄던 정정훈 촬영감독이 카메라를 잡고 박찬욱 영화 특유의 감각적인 영상미를 보여줄 예정이다. 박찬욱 감독이 이미 '올드보이' '박쥐' 등으로 칸영화제를 휩쓸며 세계적으로 팬층을 형성한 상태라 첫 할리우드 영화 역시 국제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이십세기 폭스사의 지원 속에 미국판 예고편과 해외 예고편이 공개돼 주목도를 높이고 있다.
봉준호 감독도 내년 여름 차기작 '설국열차'를 미국 및 호주와 뉴질랜드 지역에서 공개한다. 앞서 미국 메이저 배급사인 와인스타인컴퍼니와 계약을 마쳤다. 북미 지역에 와이드 릴리즈 형식으로 공개될 예정. 빙하기를 맞은 인간들이 살아남기 위해 노아의 방주같은 기차에 올라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애드 해리스와 틸다 스윈튼 등 할리우드 배우와 송강호·고아성 등 국내 배우들이 동시에 캐스팅된 작품으로 할리우드 뿐 아니라 아시아 지역에도 큰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병헌은 '레드2' '지 아이조2' 등 두편, 박시연도 할리우드 첫 선
이병헌은 '할리우드행 한국배우' 중 가장 큰 기대를 받고 있는 스타다. 이미 2009년 '지.아이.조' 시리즈 첫 편에서 강렬한 캐릭터를 소화하며 기반을 다졌고 시리즈 3편까지 출연계약을 마친 상태다. 올해 전세계 동시 개봉예정이었던 '지.아이.조2'의 공개가 내년 3월로 연기됐지만 오히려 이병헌에게는 호재로 작용했다.
그 사이에 국내로 들어와 '광해, 왕이 된 남자'의 홍보에 참여하며 '1000만 관객몰이'에 성공했고 내년에는 '지.아이.조2' 뿐 아니라 현재 막바지 촬영중인 '레드2'까지 두 작품을 동시에 선보일 수 있게 됐다. 이미 매니아층을 확보한 '지.아이.조' 시리즈에 이어 할리우드 톱스타 브루스 윌리스와 동반출연한 '레드2'까지 한 해에 공개되면 할리우드 내에서 이병헌의 입지가 확연히 달라질 것 같다는게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지.아이.조2' 측은 12월 홍콩에서 이병헌을 내세우며 아시아 지역 프로모션에 나선다.
박시연도 '더 라스트 나이츠'로 할리우드 공략에 동참한다. 한국 영화산업의 해외진출을 목표로 2011년 결성된 소빅글로벌콘텐츠투자조합의 첫번째 할리우드 프로젝트다. 할리우드에서 주목받고 있는 일본감독 카즈아키 키리야가 메가폰을 잡았다. 서구적인 외모에 유창한 영어실력까지 갖춘 박시연이 김윤진의 뒤를 이어 할리우드 관계자들의 눈길을 끄는 한국 여배우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영화계 한 관계자는 "장동건과 비·김윤진, 그보다 앞서 박중훈이 할리우드에 나가 길을 터줬다. 특히 비는 '닌자 어쌔씬'에서 액션연기를 선보이며 MTV 최고 액션스타상까지 받아 한국배우에 대한 신뢰도를 높였다. 배두나도 올해 개봉한 워쇼스키 남매의 '클라우드 아틀라스'로 좋은 연기를 보여줬다"라면서 "이런 상황에서 이병헌이 할리우드 대작에 출연해 스타로 발돋움하고 있어 고무적이다. 이어 한국감독들의 연출작까지 이어진다. 내년 이후 할리우드에서 한국영화인들의 입지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