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은하, 전도연, 김남주, 머라이어 캐리, 제니퍼 로페즈, 빅토리아 베컴….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결혼식에 미국의 디자이너 '베라왕'의 드레스를 입었다는 점이다. 세계적인 럭셔리 웨딩드레스 브랜드인 베라왕이 아시아 최초로 한국에 최초로 정식 점포를 내고 본격적인 영업을 시작했다.
1%의 상류층만 입는다는 럭셔리 웨딩드레스 베라왕. 하지만 베라왕 웨딩드레스를 국내에 처음 정식으로 선보인 정미리(49) 베라왕브라이드 코리아 대표의 이야기는 달랐다.
"베라왕 드레스가 명품이긴 하지만 신부에게 평생에 한 번뿐인 결혼식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국내 중상류층 고객들도 충분히 구매할 수 있는 수준이다. 오히려 수입 웨딩드레스를 몇백만원 주고 빌려입는 지금의 우리나라 결혼 풍토가 더 낭비다."
국내 유수의 패션 대기업을 제치고 지난 6월 베라왕 브랜드를 국내에 처음 정식으로 도입한 정 대표로부터 베라왕 브랜드에 관한 이야기와 우리나라의 웨딩드레서 대여 문화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 베라왕은 어떤 브랜드인가?
베라 왕은 뉴욕출신의 디자이너로 패션지 '보그'의 에디터와 랄프 로렌의 디자인 디렉터로 일했다. 1990년 자신의 결혼식때 입을 마음에 드는 드레스를 찾을 수 없게 되자, 본인이 직접 드레스를 디자인해 입은 것을 계기로 웨딩드레스 부띠끄를 열었다고 한다. 이후 베라왕은 트렌디한 디자인과 클래식한 감성을 절묘하게 조화시킨 웨딩드레스 디자인으로 명성을 얻으며 미국 상류사회 여성들의 라이프스타일과 웨딩 문화를 대표하는 브랜드로 자리를 잡았다.
- 드레스 디자인을 직접 보니 상당히 소박하다는 느낌이다.
베라 왕은 자신이 어렸을 적 피겨 스케이팅 선수를 한 경험을 살려 입어서 편하고, 장식을 최소화해 신부의 아룸다움을 살려주는 드레스를 만드는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특히 미국의 결혼식은 우리나라처럼 30분에서 한 시간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반나절 이상 걸리기 때문에 신부가 오랫동안 입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최대한 가볍고 편안하게 만든 것이 특징이다.
- 베라왕 브랜드를 국내에 정식 도입하기로 마음먹은 계기가 있다면.
디자이너로 오랫동안 일하면서 웨딩드레스를 많이 만들어봤는데, 일단 신부를 아름답게 만들고 신부가 편안하게 옷을 만든다는 디자이너의 철학이 마음에 들었다. 더불어 일생에 한번뿐인 결혼식을 빌려입은 드레스로 치뤄야 하는 신부들이 명품 드레스를 합리적인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실제로 그동안 베라왕 제품을 비롯한 해외 명품브랜드의 웨딩드레스를 400~500만원씩 주고 빌려입는 경우가 허다했다. 국내의 잘못된 웨딩드레스 대여문화로 인해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는 셈이다.
- 1000만원이 넘는 드레스를 사입는 것은 더욱 무리 아닌가?
베라왕 드레스 모든 제품의 가격이 1000만원이 넘는 것은 아니다. 300만~400만원대 제품부터 1000만원이 넘는 제품까지 다양하다. 실제로 신부에게 일생에 한 번뿐인 결혼식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리 비싼 가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중상류층 이상의 고객이면 충분히 구입할 수 있는 가격이다. 게다가 신부가 누가 입었는지 모를 드레스를 빌려입는 것보다 자신만의 웨딩드레스를 입고 또 이것을 평생 보관하다 딸에게 물려주는 광경을 떠올려봐라. 지금의 대여문화보다 훨씬 더 아름답지 않은가.
사실 1980년대 이전만해도 웨딩드레스를 빌려입는 문화가 없었다. 우리 전통혼례에서도 결혼식때 입은 한복을 평생 보관하고 입지 않았나. 웨딩드레스 대여는 산업화와 도시화가 낳은 잘못된 결혼 문화의 대표적인 사례다.
- 한국인의 라이프스타일상 웨딩드레스를 구입해서 평생 보관하는 것이 어려울 수도 있는데.
웨딩드레스를 보관하기 어려운 이들을 위해 드레스 구매고객이 60일이내에 제품을 가져오면 이를 구매가의 30%에 재구입해주고 있다. 재구입한 제품은 카탈로그 촬영이나 협찬 등에 사용된다. 사실 웨딩드레스를 대여하는 문화를 하루아침에 바꿀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베라왕 같은 명품 브랜드가 합리적인 가격에 웨딩드레스 구매를 제안하고 확산시킨다면 조금씩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 베라왕은 웨딩드레스뿐만 아니라 캐주얼 드레스나 각종 패션 소품도 유명한데.
아직 론칭 초기인데다 베라왕하면 역시 본령은 웨딩드레스이기 때문에 당분간은 웨딩드레스에 집중할 생각이다. 사업을 무작정 키우기 보다 확고한 경쟁력을 가진 분야에서 주도권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 일단 내년에는 부산에 웨딩드레스 샵을 하나 더 내 서울과 부산을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해 나갈 생각이다. 올해 베라왕 브랜드가 정식 론칭한 것을 계기로 유명 백화점에서 캐쥬얼 드레스나 각종 패션 소품 등을 중심으로 입점 문의가 많이 오는 데 그 부분은 웨딩드레스 사업이 확실히 자리잡은 내년 이후에나 고민해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