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는 헬멧이 없어 아마추어용 양귀헬멧을 쓴 채,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제대로 된 타격 훈련과 번트 연습을 한 류현진은 진땀을 흘렸다. 지명타자제도가 없는 내셔널리그의 LA 다저스 소속인 류현진은 선발로 나선 경기에서 타석에서 들어서야 한다. 류현진이 메이저리그 투수를 상대로 타석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 지도 관심거리다.
류현진 이전의 코리안 메이저리거들의 타격 성적은 어땠을까. 박찬호(은퇴)를 필두로 김병현(넥센) 김선우(두산) 서재응(KIA) 봉중근(LG) 등이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활약했다. 이들 중 '타자'로서 가장 좋은 성적을 남긴 선수는 박찬호다. 박찬호는 마운드에서 '코리안특급'으로 위용을 떨치면서 타석에서도 가끔 인상적인 방망이 솜씨를 보였다. 박찬호는 유일하게 홈런을 기록했다. 2000년 LA 다저스에서 2개, 2009년 필라델피아에서 뛸 때 1개 총 3개의 홈런을 터뜨렸다. 통산타율은 1할7푼9리로 투수치고 크게 나쁘지 않았다.
김병현, 김선우, 서재응은 ML에서 홈런포를 기록하지는 못했다. 김병현과 서재응은 1할대 초반 타율로 타격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 김선우는 1할8푼3리(60타수 11안타)로 이들 보다 나았다. 공교롭게 세 선수 모두 장타로는 2루타를 나란히 3개씩 기록했다.
타자로서도 소질을 인정받았던 봉중근은 메이저리그에서는 주로 불펜으로 뛰어 타격 기회도 적었다. 봉중근은 ML에서 11타수 무안타를 기록했다. 하지만 타석 기회가 많았던 마이너리그에서는 타율 2할2푼9리로 타격 재능을 드러냈다.
스프링캠프에서 홈런왕 출신이 타격 코치 마크 맥과이어의 조언을 듣기도 한 류현진은 "던지는데만 주력하고 타격은 크게 신경쓰지 않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류현진은 동산고 시절 4번 타자를 치기도 했다. 고교 3년 동안 타율 2할9푼5리(61타수 18안타) 1홈런 11타점을 기록했다. 2루타도 5개나 기록해 장타력도 있었다. 2006년 한국 프로야구 데뷔 이래 타격과는 거리가 멀어졌지만, 2010년 올스타전 홈런레이스에 참가해 호쾌한 스윙으로 홈런을 치기도 했다.
류현진이 앞으로 6년간 LA 다저스에서 뛰면서 박찬호에 이어 홈런타자가 될 지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한용섭 기자 orange@joongang.co.kr
◇코리안 메이저리거 투수들이 타격 성적
선수 ML경력 타격 내용
박찬호 17시즌 506타석 430타수 77안타 31타점 타율 0.179 /20볼넷 150삼진 2루타 15개, 3루타 1개, 홈런 3개
김병현 9시즌 179타석 153타수 19안타 10타점 타율 0.124 / 6볼넷 39삼진 2루타 3개, 3루타 0개, 홈런 0개
김선우 6시즌 71타석 60타수 11안타 8타점 타율 0.183 / 0볼넷 17삼진 2루타 3개, 3루타 0개, 홈런 0개
서재응 6시즌 152타석 131타수 15안타 5타점 타율 0.115 / 9볼넷 45삼진 2루타 3개, 3루타 0개, 홈런 0개
봉중근 3시즌 13타석 11타수 무안타 0타점 타율 0.000 / 1볼넷 6삼진 2루타 0개, 3루타 0개,, 홈런 0개
*봉중근의 마이너 성적-54타석 48타수 11안타 6타점 타율 0.229 /3볼넷 7삼진 2루타 3개, 3루타 1개, 홈런 0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