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수(32·신시내티)와 이대호(32·오릭스)는 해외 1군 무대에서 뛰는 단 둘뿐인 한국인 타자다. 부산 수영초 동기동창인 둘은 타자가 해외에서 성공하기 쉽지 않다는 편견을 깨뜨리며 한국야구의 자존심을 살리고 있다. 지난해 말 클리블랜드에서 신시내티로 이적한 추신수는 팀 적응을 마치고 맹활약 중이다. 일본 진출 첫해인 지난 시즌 리그 적응을 끝낸 이대호는 일본 정복에 나섰다. 둘은 모두 올 시즌 뒤 FA(프리 에이전트) 자격을 얻는다.
◇출루머신, 추신수
추신수는 신시내티로 와 1번타자·중견수를 맡고 있다. 클리블랜드에서 주로 3번타자·우익수로 뛰어 공·수 적응에 시간이 걸릴 것으로 봤다. 그런데 전혀 문제가 없다. 클리블랜드 시절을 능가할 정도로 잘 하고 있다.
추신수는 타율 0.364로 내셔널리그 7위, 안타는 24개로 리그 1위에 올라 있다. 출루율이 특히 눈에 띈다. 타율보다 1할3푼 높은 0.494로 2위를 달리고 있다. 톱타자 변신에 완벽하게 성공했다. 추신수는 21일(한국시간) 마이애미전에서 타석에 7번 나와 6번이나 출루했다. 3안타를 치고 3볼넷을 얻었다. 한 경기 6번 출루는 메이저리그 데뷔 후 처음이다. 빠른 발도 여전하다. 2-2로 맞선 연장 13회말 끝내기 득점을 올렸다.
클리블랜드에서 추신수는 삼진이 많고 볼넷은 적은 타자였다. 올 시즌에도 적극적인 공격은 그대로다. 17경기에서 삼진이 16개다. 달라진 것은 참을성이다. 볼넷을 10개 얻어 중심타선에 기회를 만들어주고 있다. 추신수는 신시내티에서 상대 투수의 견제가 줄어든 덕을 보고 있다. 약체 클리블랜드에 있을 땐 해결사 역할을 도맡아야 했다. 하지만 신시내티에선 출루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다. 뒤 타순에 제이 브루스, 조이 보토 등 강타자들이 있어 부담이 덜하다. 중견수 수비도 점점 발전하고 있다.
현지 언론에선 "신시내티가 추신수를 정말 잘 데려왔다"는 칭찬이 줄 잇고 있다. 추신수의 활약에 힘입어 신시내티는 10승8패로 잘 나간다.
◇이대호, 일본 최고를 향해
팀내 4번타자 이대호는 올 시즌 타율 3할, 30홈런, 100타점을 목표로 삼았다. 지난해 리그 타점왕을 차지했는데 올핸 일본 최고 타자가 되겠다고 했다. 그 목표에 차근차근 다가가고 있다.
이대호는 타율 0.372로 퍼시픽리그 1위를 질주 중이다. 홈런과 타점은 각각 3개, 14개로 공동 4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해 리그 최하위 오릭스는 10승10패로 초반 선전하고 있다.
이대호는 타격감이 절정이다. 시즌 20경기 중 9경기에서 멀티히트(한 경기 2안타 이상)를 쳤다. 오릭스가 1-9로 진 21일 소프트뱅크전에선 1타점 2루타를 쳐 팀에 영봉패를 면하게 해줬다. 현재 6경기 연속 안타 행진 중이다. 20일 소프트뱅크전에선 상대 투수의 폭투 때 3루에서 홈 쇄도에 성공해 화제를 낳기도 했다. 니혼햄에서 이적한 이토이 요시오가 3번타자를 맡아줘 이대호는 자신감이 더 붙었다.
메이저리그도 이대호를 지켜보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올 시즌 뒤 잘하면 친구가 미국에서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