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밤 축구팬들은 세계 최강 자리가 바르셀로나(스페인)에서 바이에른 뮌헨(독일)으로 넘어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24일 뮌헨과 바르셀로나의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뮌헨 4-0승)에 대한 영국 가디언의 평이다. "명백하고 매우 마땅한 승리였다(키커)", "바르셀로나에 굴욕을 안겼다(빌트)". 독일 언론들은 비교적 담담하게 승리 소식을 전했다. 지난 5년을 리드했던 팀과 향후 5년을 리드할 팀의 바통터치를 이미 예견한듯한 모습이었다.
그럴만 했다. 바르셀로나는 단 한 순간도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 리오넬 메시가 허벅지 부상 여파로 투명인간이 됐고, 스페인 언론들이 뮌헨의 3골에 오심 의혹을 보냈지만, 사비 에르난데스와 헤라르드 피케 등 바르셀로나 선수들은 "완패다"고 인정했다.
바르셀로나는 2008년부터 세계 축구를 주름 잡았다. 2013년 뮌헨은 '한단계 더 진화한 바르셀로나'다. 뮌헨은 바르셀로나처럼 전방 압박과 패싱 축구를 펼치는데, 여기에 피지컬과 높이까지 강하다. 뮌헨의 평균신장은 184cm로 바르셀로나보다 8cm 정도 크다. 공중전과 육박전을 펼칠 수 있는데도, 땅에서는 티카타카(탁구를 치듯 이어지는 바르셀로나의 패싱 축구를 일컫는 말) 못지않은 패싱력을 뽐낸다.
뮌헨은 바르셀로나가 하향세에 접어든다면 그들을 대체할 것이다. 뮌헨의 모토는 '우리는 우리(Mia san mia)'다. 이처럼 자부심이 대단한 뮌헨은 유럽무대를 학교에 비유하면 전교 3~4등 느낌이었는데, 미래를 내다보고 조용히 1위 탈환을 노렸다.
바르셀로나는 메시와 사비 등을 보유한 신(神)계 느낌이다. 반면 뮌헨은 인간계 최강 프랭크 리베리와 아르옌 로벤, 마누엘 노이어 등이 주축이다. 단테 봄핌, 하비 마르티네스 등 알짜배기들도 영입했다. 단테는 보아텡과 함께 철벽수비를 구축하고 있고, 마르티네스는 그동안 뮌헨 취약 포지션이었던 수비형 미드필더를 훌륭히 소화하고 있다.
피사로와 샤키리 등이 벤치 멤버일 만큼 포지션에 빈틈이 없다. 이날 2골·1도움을 기록한 '골 잘 넣는 박지성(QPR)'인 뮐러처럼 헌신적인 선수들로 가득하다. 과거 개성 강한 선수들의 개인기와 한방으로 승리하던 'FC 헐리우드' 모습은 없다.
재정적으로 탄탄한 뮌헨은 미래가 더 무서운 팀이다. 이벤트성 경기까지 6만8000 만원 관중이 들어차 연간 관중수익만 1000억원에 달한다. 아디다스와 아우디, 알리안츠 등 스폰서십도 끈끈하다. 다음 시즌 펩 과르디올라 전 바르셀로나 감독과 마리오 괴체(도르트문트)가 합류하면 전력은 더 강해진다.
뮌헨은 다음달 2일 누캄프에서 4강 2차전을 치른다. 1골만 넣으면 5골을 허용하더라도 결승에 오른다. 결승 장소인 웸블리에 한 발 이상 다가선 상황이다.
김홍근 독일축구협회 공인 FIFA 에이전트
※1984년생 김홍근 씨는 2000년 독일로 건너가 하이델베르크대학에서 법학은 전공했고, 현재 독일축구협회 공인 FIFA 에이전트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