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고비를 만났다. 이 산을 제대로 넘지 못하면, 한국시리즈(KS)도 영향을 받는다. KIA의 목표는 4강이 아니다.
KIA가 나흘간의 휴식 후 만난 LG전에서 싹쓸이 패를 당했다. 지난 4월을 1위(13승5패1무)로 관통한 KIA는 5월 들어서 3위(9승13패)로 떨어졌다. 1위권에서 4강권으로 내려 앉은 셈. 1차 고비 끝에 휴식기를 만난 KIA는 "재충전의 시간"을 가졌다. 하지만 결과는 3연패였고 KIA는 5위로 떨어졌다. 공동 1위인 삼성·넥센과의 승차는 6경기 차다.
올해는 그 어느 해보다 더위가 빨리 찾아올 전망이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려서 체력이 더 떨어지기 전에 2차 고비를 가능한 빨리 끊어야한다. 그래야 중·하위권으로 떨어질 위기를 벗어난다. 유력한 우승후보 삼성의 대항 마로 KS에서 맞붙을 확률도 높아진다.
필승계투는 어디에
KIA는 지난 3연전에서 불펜의 문제점을 여실히 보여줬다. 3연전에서 LG에게 허용한 23점 가운데 불펜진이 16점을 내줬다. 특히 지난 1일에는 윤석민(6⅓이닝2실점)에 이어 송은범-신승현 듀오가 등판했지만, 묶어서 5실점 한 뒤 고개를 떨어뜨렸다. 일주일 간의 휴식기를 가졌던 '필승조'가 무너지면, 상처도 오래간다. KIA 구원진은 트레이드가 있기 전인 지난 5월6일 까지 평균자책점 4.84, 3승4패 18홀드를 기록했다. 그리고 5월7일부터 현재까지 KIA구원진의 평균자책점은 4.96(4패7홀드4세이브)로 소폭 올라갔다.
트레이드 효과를 보지 못했다고 속단할 순 없다. 이효봉·마해영 XTM 해설위원은 "송은범은 기본적으로 캐리어가 있는 선수다. 아직 배터리나 주변 환경에 충분하게 적응을 하지 못한 상황이다. 어느 선수나 흐름이 있다. 치고 올라올 것이다"라고 했다. 내년 시즌 후 프리에이전트(FA)인 선수. 잘 하고 싶은데, 뜻대로 일이 풀리지 않으면서 심리적인 안정을 찾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침체한 타선
KIA가 지난 3연전에서 9득점을 올리는 동안 LG는 23번이나 주자가 홈을 밟았다. 선동열(50) KIA감독은 2일 경기 전에 앞서 "해줘야 할 선수들이 못해주고 있다"며 한숨을 삼켰다. 김주찬이 복귀해 연일 활약 하고 있지만 결국 대량득점을 내는 건 클린업트리오다. 장타를 치는 주포들이 가라 앉으면 이길 확률이 줄어든다. 실제로 KIA의 3~4번타자의 타율은 팀이 1차 고비를 만났던 5월6일 이후 2할4푼대에 그치고 있다. 그나마 5번타자는 타율이 0.224로 홈런을 한 개도 치지 못했다.
선동열 감독은 4월 이후 팀이 주춤한 이유를 '체력부족'에서 찾았다. KIA는 지난시즌 주전선수들이 내리 다치며 신음했다. 혹여 몸에 나쁜 영향을 미칠까 싶어서 한 시즌을 관통할 수 있는 기반인 러닝 등 기초 체력 훈련을 최고점까지 끌어올리지 못한 것. 김성근 고양원더스 감독은 "4월 한 달간 선전한 팀은 그 다음달 체력이 떨어져서 고전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KIA는 지난 나흘간의 휴식일 동안 '징검다리'로 쉬었다. 선수들이 약속을 잡지 못하도록 일정도 알려주지 않았다. 완벽하게 쉬라는 수장의 뜻이었다. 그러나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는 LG를 만나 스윕패 하며 휴식 효과를 보지 못했다.
후유증 없이 가능한 빨리 고비를 넘어서라
이병훈 KBSN스포츠 해설위원은 2일 경기 뒤 "믿기 힘든 결과다. KIA가 반드시 잡았어야 할 경기를 내줬다. 이긴 팀이나 진 팀이나 선수생활 하면서 겪어보지 못할 경기를 치렀다. 이렇게 지면 후유증이 크다"고 말했다.
포수 문선재-타자 봉중근-주자 임정우. 야구 명가인 KIA가 점수를 뽑아냈어야 할 선수구성이었다. 허둥지둥 당황할 게 아니라 차근차근 경기를 풀어나갔어야 했다. 소방수 앤서니 루르의 블론세이브도 하루빨리 추슬러야 한다. 8회를 무난하게 마친 앤서니는 9회 들어 급격하게 흔들렸다. 2이닝 동안 4피안타 4실점. 지난달 26일 광주 NC전 이후 일주일 간 쉬었기에 2이닝은 충분히 막아줄 것이라 기대했다.
이미 지난 일이다. 다행히 KIA는 3연패 후 월요일을 맞이했다. 여유를 갖고 숨을 골라야 한다. 2차 고비를 가능한 짧게 끊는다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치고 올라올 기회는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