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카드는 지난 26일 한국배구연맹(KOVO)에 드림식스 남자 프로배구단을 정상적으로 인수한다고 밝혔다. 지난 20일 우리카드의 지주회사인 우리금융지주의 이순우 신임 회장이 "배구단을 운영할 여력이 없다"고 폭탄발언을 한지 6일 만이다.
이로써 드림식스 배구단 사태는 일단락됐다. 하지만 인수 백지화 선언과 번복으로 우리카드의 배구계 내 신뢰는 추락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우리카드가 배구단 인수를 포기할 경우 KOVO에 내야 하는 위약금 60억원에 부담을 갖고 인수를 결정한 것으로 보고 있다. 위약금을 내면 회사에 손실을 끼친 경영진의 결정이 배임 행위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있기도 했다.
우리카드는 인수를 최종 결정하면서 "KOVO와의 계약을 존중하고 다른 대안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일단 인수한 뒤 다시 구단 매각을 추진할 가능성이 남아있다는 뜻이다. 무엇보다 우리카드가 민영화를 앞두고 있다는 점이 배구단 운영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카드를 인수하는 기업이 배구단 운영에 난색을 표하면 지난 2011년 벌어진 우리캐피탈 사태의 재연을 피할 수 없다. 당시 우리캐피탈을 인수한 전북은행은 드림식스 배구단 운영을 거부했다. 이로 인해 드림식스는 주인을 잃은 채 KOVO 관리 구단으로 두 시즌을 보내야 했다.
피해는 고스란히 선수들의 몫이었다. 드림식스 선수들은 안정적인 지위를 보장받지 못하고 경기에 나서야 했다. 우리카드가 인수 포기 움직임이 보일 때 드림식스 주장 송병일은 "우리캐피탈 사태 때 아픔을 다시 겪을까 무섭다. 선수들 모두 걱정하고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우리카드의 인수 결정이 발표되자 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송병일은 27일 언론을 통해 이순우 회장에게 배구단 인수 결정에 대한 감사의 자필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KOVO는 27일 이사회를 열고 우리카드의 배구단 인수와 관련해 의견을 나눴다. 그러나 이사회는 우리카드의 인수 결정을 환영한다는 입장뿐이었다. 우리카드가 의무적으로 배구단을 운영할 수 있게 하는 안전장치에 대한 논의는 없었다. KOVO 관계자는 "우리카드의 진정성을 믿고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신뢰가 바닥까지 떨어진 우리카드가 배구단을 정상적으로 운영할지는 미지수다. 언제 또다시 말을 바꿀지 모르는 실정이다. 하지만 배구단 운영 의지가 있다면 행동으로 보여주면 된다. 과감한 투자와 선수들의 처우 개선을 통해 추락한 이미지를 바꿀 기회는 충분하다. 당장 다음 달 우리카드가 타이틀 스폰서를 맡은 KOVO컵 대회가 좋은 무대다. 선수들은 열심히 뛸 준비가 됐다. 우리카드의 실천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