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챌린지(2부리그) 광주 FC에 '한국판 페르난데스 구단주'가 떴다. 화끈한 언변과 통큰 지원, 선수들과의 스킨십을 중시하는 모습이 토니 페르난데스(퀸즈파크레인저스 구단주)와 닮았다.
주인공은 지난 6월 30일 광주 FC 대표로 취임한 정원주(45) 대표이사다.
정 대표는 광주시에서 건설업을 하는 기업인이다. 골프장과 워터파크도 운영한다. 개인 사업으로 눈코 뜰새 없이 바쁜데 요즘은 축구단에 푹 빠졌다. 정 대표는 취임하자마자 1억 5000만원을 구단에 지원했다. 그는 코칭스태프와 미팅에서 "1부 리그 승격 욕심이 있으면 외국인 선수를 2명 영입하겠다. 자신 없으면 외국인선수 없애자. 선택은 코칭스태프 몫이다"고 제안했다. 광주는 울산 현대로부터 임대 온 루시오를 완전영입했고, 인천 유나이티드에서 뛰었던 브라질 출신의 루이지뉴를 새로 영입했다.
선수단 지원도 화끈하다. 지난 7월 24일에는 자신이 운영하는 워터파크에 선수단을 포함한 전 직원을 데려갔다. 정 대표는 즐겁게 노는 선수들을 보고 흐뭇해 하며 워터파크 시즌권을 그 자리에서 뿌렸다.
저녁식사에서는 젊은 선수들과 함께 어울리며 분위기를 주도했다. 그는 선수들에게 "나이트클럽 몰래 가서 사고치는 것보다 당당하게 가는 게 낫지 않겠나. 말만 해라. 내가 나이트클럽 비용 전액을 지원하겠다. 놀 땐 즐겁게 놀고, 운동할 땐 제대로 하자"라고 했다. 정 대표는 바로 다음날 광주 엠블럼이 박힌 나이트클럽 VIP 상품권을 선수단에 전달했다. 선수들은 상품권을 아껴뒀다가 시즌 종료 후 코칭스태프와 함께 사용하기로 했다. 7월 31일에는 선수단 식당에 깜짝 방문했다. "선수들이 먹는 밥을 직접 내 눈으로 보고 먹어봐야겠다"는 게 이유다.
광주는 2011년 창단 이후 프런트와 선수단 사이에 소통 부재로 몇 차례 고비를 맞았다. 재정도 늘 위태로웠다. 하지만 정 대표와 박해구 사무처장이 광주에 새롭게 합류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광주는 정 대표 부임 이후 2연승으로 3위를 지키고 있다. 광주 수비수 유종현은 "농담으로 사석에서는 형이라고 부르라고 말씀하시더라. 소고기도 자주 사주신다. 선수 입장에서는 고마울 뿐이다"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