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삼국지] 최염, 조조 뺨치게 잘 나서 죽을 수밖에 없었다



최염은 왜 죽었을까? '삼국지'의 저자 진수는 최염이 억울하게 죽었다고 했다. 공융·허유·누규처럼 옛 친분을 믿고 함부로 행동한 바도 없는데 이유 없이 죽어 세상 사람들이 애석하게 여겼다고 했다. '품삼국'을 쓴 이중텐도 최염의 죽음은 억울하다고 평가했다. 조조가 신경과민으로 비정상적인 처분을 했다고 주장한다. 굳이 이유를 댄다면 개인감정에 의한 보복살인이었을 것이라고 한다.

필자가 보기에는 그렇지 않다. 조조는 아주 의도적으로 억지로 없는 죄를 엮어가며 최염을 죽였다. 꼭 죽여야만 했던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필자는 최염이 죽었어야만 하는 많은 이유를 댈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 세 가지만 들어보자.

첫째 최염은 정권유지에 위협이 되었다. 최염은 십여 년간 인사업무만을 담당하면서 늘 공정하고 투명하게 업무처리를 했다. 최염이 발탁한 문무의 인재들이 위나라 조정 내외에 가득했고, 이들은 모두 최염을 믿고 따랐다. 최염은 사인계급의 중심인물이었다. 아직 한나라에 대한 충성을 완전히 버리지 않고 있던 사족계급의 중망을 받고 있던 최염은 정권에 잠재적 위협이 되었다. 게다가 그는 단순한 문관이 아니었다. 젊어서 검객으로 날렸던 만큼 강기가 있는 인물이었다. 조조의 눈에 너무도 위험한 인물이었다.

둘째 최염은 상사의 심기를 거슬리는 특기가 있었다. 최염은 스스로 너무도 잘났기에 윗사람들에게 굽히기를 싫어했고, 주저하지 않고 직언을 했다. 원소에게 처음 등용된 후 최염은 원소의 병사들이 옛무덤들을 파해쳐 부장품들을 도굴하는 행위를 비판했다. 사실 병사들의 행위는 군자금을 마련하려던 원소의 지시에 따른 것이었다. 원소가 조조를 토벌하려 남쪽을 향해 군대를 진격시키자 최염이 반대했다. 허도를 향해 진격하는 것은 천자를 거역하는 것이라고.

이와 같은 행태는 조조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첫 대면에서 조조가 기주의 호적을 살펴보며 '삼십만 병력을 징발할 수 있으니 기주는 과연 큰 주로구나'하며 감탄하자 최염이 바로 들이받았다. 도탄에 빠진 백성들을 구하고 풍속을 교화할 생각은 하지 않고 갑병들의 수만 세고 좋아하고 있느냐고. 무안을 당한 조조는 최염에게 사과할 수밖에 없었지만 내심 무척이나 괘씸했을 것이다. 조조가 앙심을 품었을 것이 분명했다.

셋째 최염은 너무 잘났다. 최염은 목소리가 시원시원하고 용모가 뛰어났으며 눈매가 맑았다. 수염 길이가 4척이나 되는 위풍당당한 풍모였으므로 사람들은 그 모습을 우러러보았다. 조조도 경탄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였다고 하니 가뜩이나 볼품없는 외모에 콤플렉스를 지니고 있던 조조가 질투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한마디로 최염은 너무 잘나서 죽었다. 최염은 세인들의 중망을 받았고, 너무 바르고 곧았으며, 당당한 풍모를 지녔다. 최염은 문무를 겸했지만 조조의 휘하에서 한 번도 장수가 되거나 군무에 종사하지 못했다. 조조는 최염과 같이 위풍당당하고 문무를 겸비한 인사에게 군대를 맡기는 일은 너무 위험하다고 보았을 것이다. 조조의 관점에서 최염은 그만큼 잘난 인물이었다. 자고로 보스들은 자기보다 잘난 사람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최염의 치명적 약점은 스스로를 감추고 낮출 줄 몰랐다는 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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