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44) 축구대표팀 감독이 지난 6월 취임 첫 인터뷰에서 강조한 것이 "한국형 축구를 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홍 감독은 이미 선수 시절부터 '한국형 축구'에 대해 큰 관심을 갖고 연구를 해왔다. 홍 감독이 말하는 '한국형 축구'의 핵심은 한 발 더 뛰는 체력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홍 감독이 선수시절이던 지난 2004년, 그는 고려대 체육교육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당시 홍 감독이 썼던 석사논문도 한국형 축구의 기본인 체력에 관한 것이다. 당시 LA 갤럭시(미국)에서 선수생활의 마지막을 보내고 있던 홍 감독은 성실하게 학위논문을 준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홍 감독이 쓴 석사논문의 제목은 '운동선수의 무산소와 유산소 훈련 특성이 항산화 효소와 지질과산화에 미치는 영향'이다. 항산화 효소는 몸에서 산화를 막아줘 노화를 억제하는 물질이다. 이 효소가 많으면 피로를 천천히 느낄 수 있다. 반대로 지질과산화는 몸의 노화를 촉진하는 물질로 이것이 체내에 많을 경우 빠르게 피로하게 된다. 둘은 체력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홍 감독은 무산소 운동을 하는 씨름 선수 20명과 유산소 운동을 하는 마라톤 선수, 축구선수 각각 20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여기에 통제군으로 일반인 20명까지 포함해 광범위한 실험을 했다.
홍 감독이 내린 결론은 꾸준히 유산소 운동을 해온 마라톤 선수와 축구 선수들에게 항산화 효소가 유의미하게 많았다는 것이다. 결론은 꾸준하게 유산소 훈련을 하면 체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구체적인 데이터를 얻었다는 것이다. 논문의 결론과 내용은 일반적인 내용이었지만, 석사과정 때부터 체력을 증진하는 방법을 연구했다는 것이 인상적이다. 홍 감독이 대표팀의 체력을 관리하는 이케다 세이고 피지컬 코치를 신뢰하는 것도 이런 배경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