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속 148㎞. 차우찬(27·삼성)이 4-1로 앞선 3회 초 1사 후 박용택(34·LG)에게 던진 5구째 직구의 구속이 대구구장 전광판에 찍혔다. 스탠딩 삼진. 차우찬은 왼 주먹을 꽉 쥐었다. 류중일(50) 삼성 감독은 흐뭇한 표정으로 박수를 쳤다. 승리에 대한 확신이 생긴 순간이다.
좌완 차우찬이 LG전 세 번째 '표적 선발' 등판에서 마침내 승리를 챙겼다. 차우찬은 14일 대구 경기에서 7⅔이닝 5피안타 2실점으로 호투를 펼쳤다. 볼넷은 4개, 삼진은 7개였다. 직구 구위가 살아나니, 127~137㎞에 형성된 슬라이더와 110㎞대로 구속을 낮춘 커브도 위력을 발휘했다. 시즌 8승(4패)째. LG전 선발승은 시즌 처음(구원 1승)이다.
류중일 감독은 걱정을 안고 14일 경기를 시작했다. 전날 선발로 나선 왼손 에이스 장원삼이 2⅔이닝 8피안타 9실점(8자책)으로 무너졌다. 차우찬까지 무너지면 상처가 더욱 커진다. 차우찬은 6월23일 대구 LG전에서 6이닝 8피안타 5실점했고, 3일 잠실 LG전에서도 6이닝 5피안타 3실점했다. 두 경기 모두 패전투수였다. 류 감독은 다시 한 번 차우찬을 표적 선발로 내세웠다.
결과는 대성공. 선두 삼성은 2연전에서 1승1패를 거두며 2위 LG를 한 게임 차로 다시 밀어냈다. 삼성 박석민은 4타수 3안타 4타점을 올리며 차우찬의 어깨를 편하게 했다. "LG전에 등판하고 싶다"고 류 감독에게 말했던 차우찬은 더 큰 자신감을 품었다.
-LG전 2연패를 끊었다.
"정말 다행이다. '중요한 경기에 선발을 맡겨주셨는데 또 실패하면 면목이 없다'는 생각을 했다. 몸 상태가 정말 좋았다. 그런데 오히려 초반에 고전했다. 2회가 끝난 뒤 김태한 코치님께서 '정신 차려'라고 말씀하셨는데, 3회부터 정신을 차렸다.(웃음)"
-1회 정의윤 타석에서 포수가 잡을 수도 없는 높은 공을 던졌다.
"그게 내 스타일인가 보다.(웃음) 앞선 LG전 선발 등판 때 너무 제구에만 신경썼다. 그러다 보니 내 장점이 나오지 않더라. (안)지만이 형이 '네 스타일대로 던지라'고 조언하셨다. 1회 '하늘로 향하는 공'을 던졌다가, 3회 박용택 선배 타석에서는 제대로 된 공을 던지고. '마음껏 던져보자'라는 생각이 통했던 것 같다."
-올해 LG전에 고전한 이유는.
"정말 다른 팀이 됐다. 예전에는 주자가 있어도 진루타를 막아내며 이닝을 채웠다. 그런데 지금은 '한 베이스를 더 보내는 타격'을 하더라. 확실히 까다롭다. LG 투수진과 타선 모두 강하다."
-그래도 여전히 LG전 선발 등판을 원하는가.
"당연하다. 승부욕까지 생겼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LG전에 등판하고 싶다."
-13일 패배로 LG에 승차 없이 추격당했다. 위기감은 없었는가.
"라커룸 분위기는 변함이 없었다. '이길 수 있다'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야수 선배들이 '걱정 마라. 우리가 점수 내줄게'라고 말씀하셨다. 실제로 경기 초반에 많은 점수를 뽑았다. 올 시즌 우리 팀이 잘하고 있지 않은가. 우리 페이스대로 가면 우승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