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숱하게 많은 '오버'를 해봤다. 결과적으로 흥분은 안 하느니만 못하더란다. 두산 '캡틴' 홍성흔(36)은 7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준플레이오프(준 PO) 미디어데이에서 "지난 15년 동안 오버를 해봤는데, 데이터 상 흥분은 안좋은 부분이 더 많더라. 이번 포스트시즌에는 상황에 맞는 오버를 하겠다"고 말했다.
홍성흔은 롯데에서 뛰던 2011년 플레이오프(PO) 미디어데이에 나오지 않았다. 이른바 '묵언수행'에 들어간 것. 그는 "어디서 물어보니 말을 아끼라고 하더라. 가능한 설레발을 치지 않겠다"며 입을 닫았다. 그러데 결과가 별로 좋지 않았다. 롯데는 SK에 2승3패를 기록해 한국시리즈(KS) 진출에 실패했다. 홍성흔은 그해 있던 연멸 골든글러브 시상식 자리에서 "묵언 수행이 효과가 없더라. 그동안 말을 참느라 힘들었다. 내년 시즌에는 묵언수행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이듬해 준PO 미디어데이에서도 홍성흔은 나서지 않았고, 대신 신임 주장 김사율이 등장했다. 당시 그는 "미디어데이에만 나서지 않았을 뿐이다. 더그아웃에서는 열심히 파이팅을 외치고있다. 후배들에게도 준PO 코드명을 '오버하라'고 정해줬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사이 홍성흔은 친정 두산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적 첫 해 캡틴이 된 그는 약 2년 만에 준PO 미디어데이에 등장했다. 이유가 뭘까. 홍성흔은 "말도 줄여보고 했는데, (묵언수행을 해도) 안 되는 건 안되더라. PS 승패 결정은 하늘에서 내려주는 것 같다"며 "오늘은 마음껏 떠들려고 한다. 와서 말을 많이 하니까 좀 낫다. 선수단 모두 열심히 했으니 준PO 말고도 PO까지 이기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불필요한 흥분은 금물이다. 두산은 이번시즌 크고 작은 벤치클리어링과 신경전에 휘말리곤 했다. 지난 5월에는 준 PO 맞대결 상대인 넥센과 빈볼시비 끝에 충돌했다. 별다른 충돌 없이 벤치클리어링을 마무리 지었으나, 몸에 맞는 공을 던졌던 두산 투수 윤명준은 결국 퇴장됐다. 지난 8월에는 LG와 사인훔치기 논란 해프닝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시비가 있을 때마다 두산은 경기에서 졌다.
홍성흔은 상대 '페이스'에 휘말려 든 부분을 인정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넥센은 매너가 좋은 팀이다. 빈볼이나, 사인 훔치기 논란은 있어서는 안 된다. 양팀이 깨끗하게 명승부를 펼칠 것이다"면서도 "정규시즌에는 흥분이나 오버하면서 심리적으로 휘말렸던 경우가 있었다. 이번 준PO에서는 쓸데없는 자극이나 흥분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 상황에 맞는 선에서 오버하겠다"고 강조했다.
반면 가을야구 경험이 없는 넥센의 흥분은 바랐다. 정규시즌 동안 총 97개(2위)의 실책을 기록했다. PS 같은 큰 무대에서 위급한 당황하다가 실수를 연발할 수 있다. 홍성흔은 "오늘 류현진의 디비전시리즈 선발 등판을 지켜봤다. 메이저리그에서 처음으로 해보는 가을야구라 그런지 평소와 달리 베이스 커버 등을 하며 흥분하더라"며 "이번에는 넥센이 그래 주길 바란다. 우리 팀은 죽을 각오로 경기를 치를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