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강릉종합운동장에서 강원과 대구가 2-2 무승부를 거두며 12·13위를 유지했다. 같은 시간 대전은 강등이 확정됐고, 경남은 11위로 잔류할 것이 사실상 결정됐다. 30일 열릴 마지막 라운드의 강등 전쟁은 강릉과 대구가 벌이는 12위 싸움으로 좁혀졌다. 12위를 차지하는 팀은 K리그 챌린지 우승팀 상주와 플레이오프를 거쳐 K리그 클래식에 잔류할 기회를 얻는다. 13위로 떨어지는 팀은 그대로 강등이다.
상황도 재미있지만 경기 내용이 주는 재미도 못지않았다. 강원과 대구는 각자 장기를 유감없이 발휘하며 지켜보는 관중들을 '들었다 놨다' 했다. 전반은 대구가, 후반은 강원이 지배했다.
패배 위기의 강원을 살린 건 김용갑 감독의 장기인 '아무도 보지 않았던 재능의 발견'이었다. 주목받지 못했던 강원 선수들은 김용갑 감독 부임 이후 각자 장기를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대구전에서는 최승인(22)이 비상했다.
최승인은 일본 진출에 실패하고 일본 감독과 불화를 겪으며 상처투성이 20대 초반을 보냈다. 강원에서도 자신감을 찾지 못한 상태였다. 그러나 김용갑 감독은 최승인의 빠른 발에서 가능성을 봤고, 그를 믿고 서서히 출전 시간을 늘려줬다. 결국 대구전에서 후반 8분 일찌감치 교체투입된 최승인은 2골을 몰아치며 강릉의 영웅으로 떠올랐다.
강원의 대추격전에 가려 대구의 선전은 빛이 바랬지만, 대구 역시 후반 10분경까지는 경기를 주도하며 강등권답지 않은 훌륭한 경기력을 보였다. 백종철 감독의 노림수가 그대로 적중한 덕분이었다. 백 감독은 경기 전 "강하게 푸싱하며 상대를 괴롭히겠다"고 밝혔다. 압박 축구를 예고하는 발언이었는데, 경기 흐름은 그의 뜻대로 전개됐다. 대구의 압박에 밀린 강원은 전반 내내 하프라인을 넘기도 힘들어했고, 주도권을 잡은 대구는 후반 5분 만에 두 골을 터뜨릴 수 있었다. 이후 최승인을 투입한 강원의 전술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 아쉬운 부분이었다.
시즌 막판은 모든 팀에 체력 부담과 부상 공백 등 크고 작은 전력 누수가 생기는 시기다. 그러나 잔류 전쟁을 벌이는 강원과 대구는 이번 시즌 통틀어 지금이 가장 강해 보인다. 당사자들의 뛰어난 경기력은 올해 잔류 전쟁을 더 흥미롭게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