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롤)'가 최근 국내 출시 2주년을 맞았다. 지난 2011년 12월 12일 서비스를 시작해 게이머들의 폭발적인 반응으로 국내에서 가장 인기있는 온라인게임에 등극했다. 지난 15일 기준으로 2년 간 총 서비스 기간 735일 중 563일 간 1위(순위 사이트 게임트릭스)를 기록했다. 롤은 e스포츠로서도 성공했다. 한국을 e스포츠 종주국으로 만들었던 '스타크래프트'를 제치고 국내 대세 e스포츠로 자리잡았다. 시청자가 급증했고 유료 좌석이 매번 매진됐으며 프로팀 창단이 이어지면서 스포츠로서의 모양새를 갖추고 있다. 2년 간 급성장한 '롤 e스포츠'를 되돌아본다.
시청자 1년새 4배 급증
두 살배기 롤 e스포츠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롤 경기를 즐기는 시청자가 큰 폭으로 늘었다는 것이다. 지난 10월 초 미국에서 열린 '롤 시즌3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시즌3) 결승전을 본 전 세계 시청자는 3200만명이며 순간 최고 시청자는 850만명에 이른다. 이는 2012년 롤드컵 시즌2 결승전의 시청자(828만명)보다 4배가 많은 것이다.
국내에서 진행되는 '롤 챔피언스(이하 롤챔스)'도 흥행몰이를 하고 있다. 지난 8월말 '롤챔스 서머 2013' 결승전의 경우 아프리카TV에서 150만명의 순방문자수를 기록했으며 동시 최고 시청자는 16만명이었다. 해외 중계 사이트인 트위치TV에서는 62만명이 넘게 실시간으로 봤는데 이는 지난 스프링 시즌 대비 160% 성장한 것이다.
경기장을 찾는 관람객도 많다. 용산의 e스포츠 상설 경기장에는 매 경기마다 평균 300여명이 찾으며 결승전 때는 1만명 가량으로 늘어난다. 현장 관람 열기는 국내 첫 롤 경기 때부터 뜨거웠다. 2012년 1월 13일 용산 경기장에서 열린 '롤 인비테이셔널 한국대표 선발전'에 수용인원 300명보다 3배 이상 많은 2000여명이 몰려 녹화가 1시간 지연됐고 1500여명이 발길을 돌려야 했다.
돈 내고 보는 e스포츠로
롤 e스포츠는 유료 좌석도 자리를 잡았다. '롤챔스 서머 2012' 결승전에서 e스포츠 사상 최초로 일부 유료 좌석을 팔았는데 1000석이 3일만에 매진됐으며 추가로 내놓은 1000석도 모두 판매됐다.
전 좌석을 유료화하는 파격적인 시도도 성공했다. 지난 6월 '롤챔스 스프링 2013' 결승전은 전석 유료 좌석제로 진행됐으며 예매 시작 20분만에 R석과 S석이 모두 매진됐다. 경기를 3일 앞두고는 9797석의 모든 유료 좌석이 판매됐다. 이는 'e스포츠는 무료 관람'이라는 인식을 깨는 것은 물론이고 롤 e스포츠의 상업화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던 대 사건이었다.
프로팀 창단도 이어져
프로 스포츠로서의 모습도 갖춰 갔다. 2년 새 10개의 프로게임단이 생겨났는데 이 중 6개팀이 기업 후원팀이다. 2012년 2월 나진이 기업 후원을 받는 것을 시작으로 5월 CJ, 10월 KT, 12월 SK텔레콤이 각각 롤 팀을 만들었다. 올해는 지난 7월 진에어, 9월 삼성전자가 각각 롤 팀을 창단했다. 각 게임단은 12~17명으로 팀을 꾸리고 있는데 10개 게임단의 선수와 코칭스태프 총 인원은 145명이다.
프로팀의 창단은 선수들이 안정적인 환경에서 경기에 집중할 수 있어 경기력 향상에 도움을 주고 있다.
프로 선수들에 대한 팬덤 현상도 생겨나고 있다. 지난 5월 용산 아이파크몰에서 개최된 롤 올스타팀의 사인회에 수 백명의 팬들이 몰렸다. 최근 미국 정부는 운동선수나 예술인들에게 주었던 P-1A 비자를 롤 프로게이머에게 발급하기도 했다.
구기향 라이엇 게임즈 홍보팀장은 "롤 e스포츠는 2년 사이에 야구나 축구 같은 정통 스포츠에 버금갈 정도로 큰 사랑을 받고 있다"며 "게임을 넘어 스포츠로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형석 한국e스포츠협회 경기운영팀장은 "롤 e스포츠는 국내 넘버1 e스포츠로 성장한 것은 분명하다"며 "앞으로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롤드컵 중심에서 벗어나 다양한 리그가 활성화되고 아마추어 등 하부 구조도 탄탄해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