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계에 넘쳐나는 각종 논쟁의 맥을 짚어보기 위해 일간스포츠 엔터팀이 나섰다. 엔터팀 기자들과 관련 전문가들이 자존심을 걸고 벌이는 '맞짱토론'이다. 안방극장과 스크린·가요, 또 대중문화계 전반을 아우르며 여러가지 이슈에 대해 각자의 생각을 펼쳐놓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수년간 대중문화를 전담 취재한 일간스포츠 엔터팀 기자들이 주축을 이뤄 여론을 반영하며 찬·반 양론을 펼친다. 주제의 성격에 따라 각 분야 관계자들이 참석해 함께 토론한다. 당장 결론을 내리지는 못한다고 해도 다양한 견해를 통해 열린 사고방식을 가질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만으로 충분히 의미있는 일이다.
네번째 '맞짱토론'에서는 연예계 전반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가요·연기·예능 등 세 분야에 걸쳐 2013년 한 해의 활동이 아쉬웠던 이들은 누가 있었는지 찾아봤다. '아쉬움'의 기준은 흥행성적이 될수도 있고, 또 대중과 평단의 반응으로 따져볼수도 있다. 하는 일마다 잘되길 바라는 건 욕심이다. 다만, 뒤를 돌아보고 좀 더 분발했으면 좋겠다는 의미에서 지난 1년간 활동이 아쉬웠던 스타들을 꼽아봤다.
가요계에는 지난해까지만해도 '핫'했던 가수들이 의외로 아쉬운 반응을 보인 예가 많았다. '국제가수' 싸이가 '강남스타일'에 이어 '젠틀맨'을 발표하고 빌보드차트 5위까지 올랐지만 평가는 만족할만한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 브라운아이드걸스는 멤버 개개인의 역량이 우수한데도 불구하고 팀 활동에서 실패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제2의 아이유'란 말을 들었던 주니엘도 그다지 눈에 띌만한 활동을 하지 못했다.
김 : "싸이의 활동이 아쉬웠다. '젠틀맨'은 '강남스타일'의 뒤를 이어 꼭 성공해야한다는 부담감이 그대로 반영된 곡이었다. '강남스타일'과 유사한 컨셉트에 포인트 안무도 브라운아이드걸스의 '시건방춤'을 가져왔다. 국내 팬들이 봤을때 새롭지 않았다. '젠틀맨'도 빌보드차트 5위까지 올라가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한 활동이었다."
석 : "최근 국내 콘서트에서 싸이가 스스로 '젠틀맨' 활동을 평가했다. 국제적으로 성공해야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스스로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물을 내놨다고 고백하더라. 본인이 문제점을 파악하고 있다. 또 무거운 짐을 내려놨으니 거침없는 싸이의 매력이 담긴 신곡을 기대해봐도 되지 않을까."
엄 : "톱가수 중 신년에 특히 신경을 써야하는 가수가 바로 비다. 입대전 영화 '알투비'를 내놓고 크게 망했지않나. 잔뜩 힘을 주는 영화라 호감을 못 얻었다. 군생활을 하면서도 끊임없이 각종 논란에 휘말려 마치 활동을 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더라. 이미지가 이렇게 망가졌는데도 'MAMA' 무대에 여전히 휘황찬란한 모습으로 올라간 건 별로였다. '레인 이펙트'를 통해 소탈한 모습을 보여주려 노력중인데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김 : "카라도 아쉬웠다. 매니쉬 컨셉트로 나왔다가 완전 묻혔다. 여기에 또 멤버 탈퇴설까지 나와 팀이미지도 많이 떨어졌다. 사실상 올해에는 활동을 하지 않는게 나을 뻔했다. 차근차근 팀의 갈 길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을 가지는게 좋았다."
엄 : "2PM도 문제였다. 비주얼이나 실력이 상당한 팀인데 좋은 곡을 받지 못했다. 틀을 깨고 좀 더 다른 느낌의 곡으로 변화를 시도해야한다."
엄 : "브라운 아이드걸스는 팀 활동이 오히려 해가 됐다. 오히려 멤버 개개인의 역량에 대한 평가는 좋다. 그런데 이번에도 뭉쳐서 나왔다가 주목도 못 받고 사라졌다. 팀 멤버들끼리 단합력이 떨어져 그럴수도 있다."
석 : "시크릿도 아쉬운 한해를 보냈다. 멤버 효성이 '일베 논란'에 휩싸였다. 전작인 '별빛달빛' '샤이보이' 등에 비하면 활약이 떨어져 아쉬움을 남겼다."
▶연기 : 신하균·권상우 "좀 더 잘 할수 있었는데"
2013년은 특히 배우들의 영향력이 돋보였던 한 해다. 한국영화의 폭발적인 인기와 함께 송강호는 연간 동원한 관객수 2000만명을 넘기는 대기록을 세웠고, 이정재는 '관상'으로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안방극장에서도 '응답하라 1994'가 호응을 얻으며 고아라·정우·김성균·유연석 등 출연자들이 큰 인기를 누렸다. 반면, 아쉬운 케이스도 많았다. 권상우는 지상파 미니시리즈로선 이례적으로 3.9%까지 떨어진 '메디컬탑팀' 때문에 쓴 맛을 봤다. 신하균은 드라마 '내 연애의 모든 것'을 내놨다가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엄 : "신하균의 활동이 아쉬웠다. 2012년에는 KBS 연기대상까지 거머쥐며 최고의 연말을 누렸는데 올해는 그다지 눈에 띌만한 성과가 없다. 큰 기대 속에 내놓은 드라마 '내 연애의 모든 것'이 4%라는, 지상파 미니시리즈로선 수치스러울 정도의 성적을 냈다. 영화 '런닝맨'도 크게 부각되진 못했다. 140만 관객을 모았고 몸 사리지 않은 신하균의 연기도 호평받았다. 하지만, 대중의 뇌리에 남을만한 작품이 아니었다. 신년에 개봉예정인 작품중 '빅매치'가 있는데 이정재·이성민과 함께 출연했다. 이 작품에 대한 반응이 좋다면 정상급 배우의 영향력을 인정받을수 있을것 같다."
석 : "이민정도 '내 연애의 모든 것'으로 좌절을 맛봤다. 사실 이민정은 2012년에도 '빅'에 출연했다가 안타까운 성적을 냈다. 홍자매 작가의 작품 중 유일하게 죽을 쑨 드라마다. 솔직히 지난 2년간 이병헌과의 결혼 외 연기자로서 활동은 기억에 남지 않는다. "
정 : "개인적으로 권상우가 나오는 작품을 좋아한다. 그런데 '야왕'과 '메디컬탑팀'은 별로였다. 권상우의 탓은 아니지만 작품성에선 글쎼다. '야왕'은 시청률은 높았지만 막장드라마 수준이었고 '메디컬탑팀'도 정체성이 불분명했다. 의학계 엘리트를 모여 '탑팀'을 만든다는 컨셉트가 흥미로웠는데 설정이 과했다. 천재의사라는 캐릭터도 권상우에게 어울리지 않았다."
엄 : "김태희와 유아인도 드라마 '장옥정, 사랑에 살다'로 실패를 맛봤다. 애초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었다. 김태희는 과감하게 정통사극에 도전했다가 또 한번 연기력 논란에 휘말렸다. 연기력에 스타성까지 갖춘 유아인도 덩달아 하락했다. 유아인은 영화 '깡철이'까지 흥행에 실패했다. 군대도 가야할텐데 내년에 바짝 신경을 써 좋은 위치를 선점해야한다."
정 : "고현정도 '여왕의 교실'에 후덕하게 살찐 모습으로 나와 시청자들을 놀라게 만들었다. 차라리 캐릭터를 위해 살찌웠다고 둘러대는게 나았을것 같다. 그냥 프로답지 못한 모습으로 보였다. 체중조절 문제 뿐 아니라 드라마에서도 부각되지 못했다. 반대로 문근영은 전작 '청담동 앨리스'에서 잔뜩 살이 찐 상태로 나왔다가 '불의 여신 정이'에서 다시 날씬해진 모습을 보여줬다. 예뻐졌다는 말은 들었지만 드라마가 이도저도 아닌 방향으로 가는 바람에 부진한 성적을 보였다."
김 : "엄태웅의 2013년도 대중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2012년에 '대세'라 불릴 정도로 떠올랐는데 2013년엔 드라마 '칼과 꽃', 영화 '톱스타'가 줄줄이 흥행에 실패했다. 여전히 호감도 높은 배우인데 성적이 받쳐주지 못했다."
▶예능 : 강호동 여기서 끝인가, 김희선은 MC 왜 했어?
예능계 지각변동은 이미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수년간 이어져온 강호동과 유재석의 '2강 체제'가 무너지면서부터다. 그리고 2013년엔 더 많은 변화가 생겼다. 소위 '육아예능' 등 리얼 버라이어티가 더 많아지면서 예능 프로그램에서 활동하는 연예인들의 인기판도 역시 달라졌다. 추성훈과 함익병 등 비연예인들이 예능프로그램으로 인기를 끌기도 했다. 반면, 김희선과 이태곤 등 연예인 중 예능프로그램에 도전했다가 실패한 예도 많았다. 유세윤은 '음주운전 자수'사건으로 스스로를 벼랑끝으로 내몰았다. 지지부진한 활동으로 아쉬움을 주던 탁재훈은 연말 도박사건의 중심에 서면서 몰락의 길을 걸었다.
석 : "2013년은 강호동이 예능스타가 된 이후 최악의 한 해였다. '무릎팍도사'에 이어 '달빛프린스' '맨발의 친구들'까지 줄줄이 망해나갔다. '우리동네 예체능'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지만 사실 이 프로그램의 상승세가 강호동 때문은 아니지않나. 공백기를 갖는동안 예능판도가 많이 바꼈다."
김 : "'우리동네 예체능'에서 강호동이 발군의 실력을 보이면서 팀을 이끌고간다면 말이 달라지겠지만 나이도 있는데다 원래 씨름선수였기 때문에 구기종목과는 거리가 멀다. 막상 팀 멤버로 들어온 다른 연예인이 주목받고 있다. 2014년엔 강호동에게 잘 맞는 예능을 찾아내야만 한다."
엄 : "유세윤은 아쉽다기보다 실망스러운 행동을 보여준 예능인이다. '음주운전 자수'라니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다. 평소 행동도 워낙 엉뚱해 '뼈그맨'(뼛속까지 개그맨)이란 별명을 듣고 있는데 '음주운전 자수'건은 단순히 웃고 넘길 문제가 아니었다. 자신이 맡고 있는 프로그램이 있고 책임져야할 일들이 있는데 그렇게 무책임하게 행동한다는게 말이 되나. 프로페셔널이라는 말을 들을 자격이 없다."
석 : "'화신'의 MC를 맡았던 김희선도 능력의 한계만 보여주고 사라졌다. 토크쇼 게스트로 나와 '재미있다' '잘한다'는 말을 들으니 MC를 맡아도 되겠다고 생각했나보다. 순발력에 재치와 말솜씨를 두루 갖춰야하는데 김희선은 메인MC로서 그 역할을 하지 못했다."
김 : "오연서는 '우리 결혼했어요'에 이준과 가상부부로 출연했다가 이장우와 열애설이 불거져 문제가 됐다. 사실상 '우리 결혼했어요'에 나와 욕을 먹은 유일한 연예인이다. 이런 걸 두고 안하느니만 못하다고 하는 거다."
정 : "탁재훈은 앞으로 재기하기도 쉽지 않을것 같다. 오랜만에 '달빛프린스'에 투입돼 지상파로 왔나 싶더니 프로그램이 조기종영됐다. 여기에 도박사건에 휘말려 그나마 남아있던 긍정적인 이미지까지 깎아먹었다. 이수근도 도박사건 때문에 소박한 서민 방송인이란 이미지를 다 잃었다. 수년간 열심히 일하며 좋은 위치까지 올라왔는데 참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