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은 훌쩍 넘은 메이저리그, 1950년에 양대리그 체제로 확대된 일본프로야구와 비교하면 30년이 갓 넘은 국내 프로야구는 아직 갈 길이 멀다. 미국과 일본의 제도, 규약을 본따고 있지만 처음부터 완벽할 수는 없다. 문제점이 드러난 것은 하나씩 고쳐가면 된다. 특히 아무도 지키지 않는 규정은 현실에 맞게 수정해야 한다.
2014년을 맞아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손봐야 할 것이 하나둘이 아니다. 스토브리그에서 공론화된 외국인선수 연봉 상한제, 해외파의 다년 계약 금지는 이미 사문화된 규약이다. 30만 달러인 외국인선수 연봉 상한제는 이미 수 년 전부터 허울뿐인 규약이다. 100만 달러 안팎의 돈을 줘야 괜찮은 용병을 데려올 수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SNS(소셜 네트워킹 서비스)의 발달로 미국 현지에서 30만 달러보다 훨씬 많은 실제 계약 액수가 전해지고 있다.
해외파의 다년 계약 금지도 지켜지지 않는 룰이다. 이혜천(NC)이 2011년 두산으로 복귀하면서 4년 계약을 맺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듯이 일본에서 돌아온 이범호(KIA) 김태균(한화) 이승엽(삼성) 김병현(넥센) 등은 2~4년의 다년계약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FA로 일본에 진출해 8시즌이나 뛰고 온 이승엽의 경우는 단년 계약을 강요하기는 무리다.
지난 11월 두 번째로 실시된 2차 드래프트도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 메이저리그 룰5 드래프트를 본 딴 2차 드래프트는 출장 기회를 잡지 못하는 선수들에게 새로운 기회다. 이를 통해 이재학(NC), 김성배(롯데) 등 스타로 발돋움한 선수도 있다.
처음엔 보호선수가 45명이었으나 지난해엔 40명으로 줄었다. 그러다 보니 2013년 두산에 입단한 정혁진(19)은 1년도 안돼 LG로 지명됐다. 윤영삼(21·넥센)은 2011년 삼성에 입단해 그해 말 2차 드래프트에서 NC로 옮겼고, 이번 2차 드래프트에서 2년새 3번째 팀의 유니폼을 입었다. 김인식 KBO 기술위원장은 "신인은 적어도 3년 정도는 지켜봐야 평가할 수 있다"고 했다. 2~3년차 신인은 군보류 선수처럼 보호선수에서 제외하는 것을 고려해봄직 하다.
보상선수와 보상금액 등 스타 플레이어 위주로 정해져 있는 FA 제도도 말이 많다. 메이저리그와 일본처럼 선수의 등급에 따라 보상 기준을 달리해야 2010년 말 이도형, 최영필처럼 'FA 미아'가 되는 사태는 없어질 것이다.
양해영 KBO 사무총장은 외국인 연봉 상한제가 문제가 되자 "단장회의를 통해 폐지하는 쪽으로 중론을 모았다"고 밝혔다. 이혜천 사태에 대해 정금조 KBO 운영기획부장은 "규정을 현실적으로 고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는 1월 7일 열리는 KBO 실행위원회(단장 회의)에서 외국인 연봉 상한제, 해외파 다년 계약을 비롯해 현실에 맞는 논의가 이뤄지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