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4번타자 김태균(32)은 지난해 홈런 10개에 그쳤다. 2년차 징크스를 겪은 2002년 7홈런 이후 가장 적은 숫자였다. 지난해 대전구장 외야 펜스까지 거리는 멀어졌다. 투수들에겐 도움이 되지만, 타자들의 홈런은 줄어들 것이라는 의견이 시즌 전부터 예상됐다.
2014시즌을 준비하는 김태균은 "지난해 홈런이 적은 것은 구장이 넓어진 탓이 아니다. 예전 그대로였어도 그 정도 쳤을 것이다"며 "하체 밸런스가 완전히 무너졌다. 비시즌 훈련에 몰두하는 것은 예전 타격 폼으로 바로잡기 위해서다"고 자기반성을 했다.
▶넓어진 대전구장 탓?
지난해 한화는 대전구장을 리모델링하면서 좌우 펜스까지 거리를 97m에서 99m로, 한가운데 펜스는 114m에서 121m로 확장했다. 펜스 높이도 높아져 잠실구장 다음으로 넓은 외야가 됐다. 2012시즌 한화는 팀 피홈런이 106개로 1위였다. 팀 홈런은 71개(5위)였다.
외야 펜스가 멀어진 후 2013시즌 팀 피홈런은 98개(삼성과 공동 7위), 팀 홈런은 47개(9위)로 변했다. 한화 마운드가 2012년 팀 평균자책점 4.55에서 2013년 5.31로 더 나빠졌음에도 피홈런 수는 8개 줄어든 효과는 있다. 그러나 팀 홈런이 24개나 급감하면서 '펜스를 다시 종전대로 당겨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흘러나왔다.
▶하체 밸런스 붕괴 탓!
기자가 '작년에 좌중간 펜스 앞에서 잡히는 타구를 2~3개는 봤다'고 하자, 김태균은 "펜스 바로 앞에서 잡힌 타구는 외야가 넓어져서 잡힌 게 아니라 이전 구장이라도 잡혔을 것이다"고 일축했다. 펜스 탓이 아니라는 이유는 뭘까. 그는 "장타를 칠 수 있는 밸런스가 무너져 있어 홈런이 줄었다. 하체는 따로 놀고, 상체만으로 공을 쳤다"고 설명했다.
일본에서 복귀한 2012시즌 김태균은 시즌 중반까지 4할 타율을 넘봤고, 타율 0.363으로 타격왕에 올랐다. 그러나 이때 조금씩 이상징후가 쌓였다. 그는 "2012년 타율이 너무 좋아서 맞히는 것에만 의식한 것 같다. 게다가 팀 성적이 안 좋으니 장타보다는 짧게 치고 살아나가려고 노력하면서 내 몸이 장타에 대한 감각을 잃어버렸다"고 고백했다. 4할 타율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타격 폼은 서서히 망가진 것이다.
김태균은 "2013시즌 초반에 문제점을 알았다. 예전 타격 비디오를 보면서 다르다는 것도 느꼈다. 하지만 고칠 시간이 없었다"고 했다. 시즌을 치르는 도중 타격폼을 바꾸는 것은 모험이며, 당장 경기에서 안타를 쳐 팀에 보탬이 되어야했다. 팀이 하위권에 처지자, 그는 "조급했다. 뒤돌아볼 여유가 없었다. 홈런이고 뭐고 간에 1경기를 이기는 것이 중요했다"고 했다.
▶부상으로 되찾은 감각
새옹지마일까. 김태균은 8월말 갈비뼈 골절로 한 달 가량 쉬었다. 갈비뼈에 금이 가면 그냥 쉬는게 치료다. 그는 "웨이트도 못했다. 대신 머릿속으로 생각을 많이 했고, 비디오도 보고, 한 발짝 뒤에서 경기를 보니깐 무엇이 안 좋았고 문제점인지 알게 됐다"며 "몸이 조금씩 나아지면서, 배트를 잡고 이렇게 저렇게 해보면서 느낌이 왔다"고 했다. 재활 시간이 김태균에겐 예전 폼으로 되돌아갈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됐다. 5~6월 41경기에서 무홈런이었던 그는 9월말 복귀 후 9경기에서 3홈런을 치고 시즌을 마쳤다.
김태균은 "12월 사이판에서 훈련하며 티배팅도 쳤다. 시즌 막판 그 느낌을 그대로 갖고, 그 기억이 맞는지 테스트해보고 싶었다"고 자신감이 묻어나왔다. 철저한 자기반성으로 원인을 분석했고, 그에 따른 해결책을 찾은 김태균이 2014시즌엔 재도약을 노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