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민(28)과 류현진(27·LA다저스)은 2008베이징올림픽과 2009월드베이스볼클래식 (WBC)에서 에이스 역할을 양분하며 메이저리그 구단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류현진은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캐나다와의 풀리그 두 번째 경기에 선발로 나서 1-0 완봉승을 이끌었다. 또한 결승에서는 ‘최강’ 쿠바를 8⅓이닝동안 2실점으로 막으며 금메달의 일등공신이 됐다. 윤석민은 2009월드베이스볼클래식 4강전에서 베네수엘라의 강타선을 6⅓이닝 7안타 2실점으로 틀어막으며 대한민국 대표팀의 구세주로 떠올랐다.
국제대회는 단기전으로 펼쳐지기 때문에 그 자체만으로 ‘빅리그 등용문’이 되기는 어렵다.
그러나 메이저리거가 대거 포함된 강 타선을 요리하는 두 선수는 ‘빅리그에서도 통한다’라는 눈도장을 찍기 충분했다. 이를 입증하듯 2012년 류현진이 먼저 메이저리그에 진출했고, 지난 14일 볼티모어와의 계약에 합의한 윤석민은 17일, 메디컬 테스트에 합격하면서 공식 발표만을 기다리고 있다.
눈 여겨 볼 점은 두 선수간의 금액 차이다. 윤석민은 3년 575만 달러(약 61억2000만 원)를 보장 받았다. 구단과 합의한 기준을 모두 넘으면 옵션으로 최대 1325만 달러(약 141억 원)까지 받을 수 있다. 2년전 다저스에 입단한 류현진은 당시 6년간 3600만달러(약 390억원· 계약금 500만달러 포함)에 600만 달러의 옵션이 붙어있었다.
두 선수의 보장 총액은 6배 가량 차이가 나며, 다저스가 류현진의 포스팅 금액으로 지불한 금액 (2573만달러·약 270억)까지 감안하면 ‘투자액’은 엄청난 차이가 난다. 1년 평균 연봉으로 따져도 윤석민의 평균 보장 연봉은 류현진의 3분의 1 정도라고 볼 수 있다.
‘국제대회 호투’라는 ‘수능시험’에서 나란히 높은 평가를 받은 두 선수의 몸값이 이처럼 큰 차이를 보이는 이유가 무엇일까. 이는 두 선수의 ‘내신 성적’에서 찾아볼 수 있다.
▶ 들쭉날쭉한 성적
류현진은 한국에서 7년간 활약(한화)하며 마지막해인 2012년에만 9승에 머물렀을 뿐, 나머지 6년은 연속으로 10승 이상을 기록했다. (2006년부터 18-17-14-13-16-11-9) 반면 윤석민은 10승 이상을 기록한 시즌이 두 번뿐(2008년 14승, 2011년 17승)인데다 통산 승수(73승)와 연평균 승수(8승)에서 류현진(98승, 14승)에 비해 부족하다.
▶ 부상 전력
지난해 11월 미국의 CBS 스포는 “건강할 때(2011년)는 좋은 활약을 했지만 윤석민은 어깨 부상을 안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또한 지난 7일, 댈러스 모닝뉴스는 ‘사람들은 지금 지난해 한국에서 문제가 있었던 윤석민의 몸 상태를 매우 경계한다”고 밝힌 바 있다. 어깨 부상으로 인해 2011시즌 이후 2년 연속 하락세를 보인 윤석민에게 ‘거액’을 선사하는것은 ‘모험’이라고 보는 시각이 대부분이었다.
▶ 이닝 소화
류현진은 연평균 181이닝을 소화했으며 200이닝 이상을 던진 해도 2번이다. 이에 비해 윤석민은 연평균 투구이닝이 125이닝에 불과했으며 가장 많이 던진 2011년의 기록(172⅓)이 류현진의 평균기록에도 미치지 못한다. 또한 류현진이 7년간 27회의 완투를 기록한 반면 윤석민은 9년간 11번에 그쳤다. 메이저리그는 이동거리가 길고 경기수도 많으며 시차도 존재하기 때문에, 윤석민의 이닝 소화능력과 체력에 의문부호가 달린다.
▶ 구속
야후 스포츠의 칼럼니스트 제프 파산은 지난해 11월 윤석민에 대해 직구 평균 “144∼148km 정도의 구속을 갖고 있는 투수에게 많은 액수를 주는 것에는 부정적”이라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의 다른 언론들도 윤석민이 직구만으로 메이저리그 타선을 윽박지르기 어렵다는데 입을 모은다. 류현진 역시 메이저리그 기준으로는 강속구 투수라고 보기 어렵다. 실제로 직구 평균구속은 윤석민과 비슷하지만 좌완이라는 이점 때문에 5km 이득을 챙길 수 있다. 류현진은 한국에서 활약하는 동안 이닝당 평균 0.976개의 삼진을 잡았고, 윤석민은 0.840을 기록했다.
▶ 작은 체구
윤석민의 왜소한 체구도 눈에 보이지 않는 감점 요소다. 댈러스 모닝뉴스는 “윤석민은 같은 동양인 투수인 다르빗슈(28·텍사스)만큼 크지 않고 다저스에서 뛰고 있는 ‘빅가이’ 류현진에 비해서도 체구가 작다”라고 보도했다. 다르빗슈는 195cm의 키에 102kg이며, 류현진은 188cm의 키에 115kg이 나가는 거구다. 184cm의 키에 85kg에 불과한 윤석민은 상대적으로 강인한 인상을 주는데 불리하다.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검증되지 않은 아시아 출신 선수들에게 천문학적인 거액을 안겨줄 수 있는 근거는 ‘국제대회에서의 호투’보다 ‘자국리그에서 선보인 월등함’에 있다. ‘28연승의 사나이’ 다나카 마사히로(26)는 일본리그를 평정하고 7년 1억5천500만 달러(약 1천650억원)라는 거액을 받고 뉴욕 양키스에 입단했다. 윤석민 역시 한국을 대표하는 투수이고, 국제대회라는 ‘수능 시험’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입성했다. 그러나 다르빗슈와 다나카, 류현진에 비해 자국리그에서의 성적이 상대적으로 저조했기 때문에 그들만큼의 거액을 받을 수는 없었다.
윤석민은 지난 2월 1일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학교에서 30여개의 불펜 투구를 했고, 5일에는 애리조나의 텍사스 스프링캠프지에서도 30개를 던졌다. 볼티모어를 비롯, 샌프란시스코와 시카고 컵스등의 스카우트들이 이를 지켜봤지만, ‘압도적인 매력’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당시 블리처 리포트는 ‘윤석민은 빅리그 5선발감, 어깨 부상이 걸림돌’ 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앞선 2012년부터 수많은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윤석민을 보기 위해 한국을 찾았으나, 당시 윤석민은 예년의 구위를 잃은 상태였다. 결국 윤석민은 ‘내신 성적’뿐 아니라 ‘면접’에서도 큰 인상을 주지 못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