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상한선이 없어졌는데도 외국인 선수의 몸값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고 있다. 불신은 여전하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26일 2014년 10개 구단 소속 선수 현황을 발표하면서 외국인 선수 28명의 계약금과 연봉도 함께 공개했다. 이 자료를 보면 외국인 선수 중 한화 앨버스가 총 80만 달러로 연봉 킹에 올랐다. 한국프로야구 6년차가 된 넥센 나이트와 3년차 롯데 유먼은 나란히 46만 달러를 받아 앨버스의 뒤를 이었다.
KBO는 지난 1월14일 이사회를 열어 외국인 선수의 참가 활동 보수를 제한하지 않기로 했다. 각 구단이 외국인 선수 연봉 상한선 30만 달러를 지킨다고 믿는 야구 팬은 거의 없었던 탓에 허울뿐인 규약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한선 철폐 발표 후 한화와 계약한 앨버스를 제외한 나머지 27명의 연봉은 '최대 30만 달러, 재계약시 최대 25% 인상'의 과거 규약에 묶여 있다. 28명 중 18명의 총액은 '계약금 5만 달러, 연봉 25만 달러'의 예전 공식 그대로이다. 한화가 밝힌 앨버스의 몸값을 믿지 못하겠다는 팬도 있다. 앨버스는 지난해 메이저리그 미네소타에서 2승5패 평균자책점 4.05를 기록했다. 2승 중 1승은 완봉승이었다.
KBO가 이날 발표한 외국인 선수 현황은 1월31일까지 10개 구단이 KBO에 낸 자료를 바탕으로 했다. 결국 많은 구단들이 예전처럼 연봉을 줄여 제출한 셈이다.
각 구단은 외국인 선수에게 지급하는 연봉을 그대로 밝히는 데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예를 들어 A구단이 B선수를 총액 150만 달러에 영입했다고 치자. 그 선수의 경력이 변변치 않으면 발표하자마자 비난에 직면할 수 있다. 게다가 B선수가 부진해 '먹튀'가 될 경우 후폭풍은 30만 달러라고 했을 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클 게 분명하다.
몸값 상승에 대한 두려움도 연봉을 숨기는 데에 한 몫한다. 연봉이 드러나기 시작하면 리그 전체의 외국인 선수 연봉이 덩달아 뛸 여지가 많다. KBO는 이번에 재계약시 연봉 인상 상한 25% 규정을 함께 없앴다. 상대적으로 연봉이 적게 오른 선수가 불만을 품어 재계약이 힘들어질 위험도 존재한다. 구단 입장에선 '눈 가리고 아웅'한다는 비난을 듣더라도 몸을 사리는 편이 나을 수 있다.
문제는 구단의 이런 연봉 축소 발표를 막을 장치가 없다는 점이다. KBO 측은 구단에서 제출한 외국인 선수 연봉을 믿을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FA(프리 에이전트) 사전 접촉 처벌을 강화해도 규제에 한계가 따르는 것과 마찬가지로 외국인 선수 연봉 공개를 강제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자칫 외국인 선수 몸값 자율화가 유명무실해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한 야구 전문가는 "제도 정착에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구단들은 부작용이 있더라도 외국인 선수 연봉을 그대로 밝혀 야구의 재미를 더하자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당장은 힘들겠지만 시즌이 거듭되면 차츰 지켜질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