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와 선수의 인터뷰가 아니다. 염경엽(46) 넥센 감독이 팀의 '떠오르는 스타' 강지광(24)에게 '취재를 위해' 던진 질문이다. 강지광의 답은 "대비하지 않고 있습니다"였다. 그의 답에 염 감독은 만족스러운 듯 웃음을 지었다.
강지광은 요즘 넥센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는 선수다. 지난해 말 2차 드래프트를 통해 LG에서 넥센으로 이적한 그는 팀의 미국 애리조나 1차 스프링 캠프에서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하더니 일본 오키나와로 이어진 2차 캠프의 평가전에서 타율 0.400(25타수 10안타) 2홈런 8타점을 올리며 제대로 눈도장을 찍었다.
8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시범경기에서는 7번타자·우익수로 선발 출장해 2타수 1안타 1홈런 1볼넷을 기록했다. 타자 전향 후 1군 경기 첫 타석에서부터 두산 유희관을 상대로 큼지막한 홈런포를 쏘아올린 강지광을 향한 주변의 관심은 더욱 커졌다.
9일 두산전을 앞두고도 취재진에 둘러싸인 강지광을 발견한 염경엽 감독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기자들 사이로 들어왔다. 염 감독의 등장에 강지광이 민망한 듯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자 "괜찮다. 계속 하라"며 붙잡아 뒀다. 취재진이 "(감독께서) 질문을 해보시라"고 권하자 염 감독은 "떨어지는 볼에 약한 모습을 보이던데 어떻게 대비를 하고 있습니까"라고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 쑥스러워하던 강지광은 "대비하지 않고 있습니다"라고 자신의 생각을 분명하게 밝혔다. 이어 "제가 강한 코스를 노리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에 염 감독은 "아주 좋은 것 같습니다. 자신이 강한 코스를 눈에 익히는 게 더 중요합니다. 속아도 봐야 자신이 강한 코스를 알 수 있습니다"라며 강지광의 답에 동의했다.
'자신이 강한 코스를 노리는 법'은 염 감독이 선수들에게 강조를 하는 것 중 하나다. 약한 부분을 채우려고 하는 것보다 자신이 강한 코스를 더욱 특화시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의미에서 '스스로를 알아야 한다'고 설명하곤 했다. 그런 감독의 가르침을 잘 이해한 '정답'을 내놓자 염 감독도 흐뭇할 수밖에 없었다.
염 감독과 강지광의 인연은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강지광이 인천고 3학년이던 당시 염 감독은 LG에서 스카우트로 있었고, 당시 '투수 강지광'을 점찍었다. LG와 입단 계약을 할 때 염 감독은 자리를 함께하며 강지광에게 "잠재력을 봤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타자로 전향한 강지광과 넥센의 지휘봉을 잡은 염 감독이 재회하게 된 것이다.
이제는 타자로서 제2의 야구 인생을 연 강지광을 향한 기대감도 남다르다. 염 감독은 "야구를 대하는 멘탈이 아주 좋은 선수다. 이런 선수가 성공을 해야 한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고 있다. 시범경기 동안에서는 1군에서 계속 기용하고, 시즌이 시작되면 2군에서 주전을 뛰게 하며 경험을 쌓게 하겠다는 계획도 세워놓았다. '크게 쓸 재목'을 길게 보고 키우겠다는 뜻이다.
강지광도 각오를 단단히 하고 있다. 강지광은 "1군에서 잘하고 싶고, 욕심이 나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감독님께서 경험을 쌓는 것의 중요성을 말씀해 주셨다. 당장 시범경기부터 잘 치러야 한다"고 각오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