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는 올 시범 11경기에서 4승1무6패를 기록, 승률 0.400로 9개 구단 중 최하위에 머물렀다. 시범경기 부진의 원인으로 엇갈린 투타 명암을 꼽을 수 있다. 지난해의 투타 성적과 정반대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지난시즌 팀 평균자책점 2위(3.92)를 기록한 마운드는 올 시범경기에서 가장 나쁜 성적을 남겼다. 반대로 지난해 고전을 면치 못한 타선은 시범경기에서 각종 공격 지표가 상위에 랭크됐다.
◇흔들린 마운드, 컨디션 문제일까
롯데 마운드는 시범경기에서 팀 평균자책점 6.09를 기록했다. 9개 구단 가운데 유일하게 6점대 평균자책점이다. 홈런은 가장 많은 12개를 허용했다. 김시진 롯데 감독은 "다소 낯선 환경에서 경기를 치르다 보니 투수들의 컨디션이 제대로 올라오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롯데는 사직구장 공사 문제로 홈 시범경기 6경기 중 4경기를 2군 상동구장에서 치렀다. 나머지 2경기는 새로 개장한 울산 문수구장에서 했다. 김 감독 말처럼 홈 경기지만 아침 일찍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등 시범경기 환경이 좋지는 않았다.
선발에서는 옥스프링과 장원준을 제외하고 모두 부진했다. 송승준은 2경기에서 승패없이 평균자책점 5.59, 유먼은 1패 평균자책점 15.00을 기록했다. 송승준은 기복있는 모습을 보였다. 유먼은 무릎 수술 후 아직 완벽한 컨디션이 아니라고 했다. 5선발 후보 김사율과 배장호도 믿음을 심어주지는 못했다. 송승준과 유먼은 부상이 아니고서는 무조건 선발로테이션에 합류한다. 김 감독은 "남은 일주일 동안 정상 컨디션을 찾아야야 한다"고 강조했다.
불펜은 최대성이 유일하게 제몫을 했다. 4경기에서 1승1홀드 평균자책점 0을 기록했다. 그러나 팔꿈치 수술을 한 만큼 무리시키지 않겠다는 것이 정민태 투수 코치의 생각이다. 두 왼손 투수 강영식과 이명우의 부진이 눈에 띈다. 강영식은 5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3.50, 이명우는 4경기에서 평균자책점 9.00에 그쳤다. 이명우는 "시즌에 맞을 거 미리 왕창 맞는 거 같다. 컨디션은 나쁘지 않다. 날씨 때문에 몸이 덜 올라왔을 뿐"이라고 했다. 정대현과 김성배는 기복있는 모습을 보였다.
김 감독은 투수 출신인 만큼 지키는 야구를 하려고 한다. "방망이는 기복이 있기 때문에 결국 바탕은 투수력"이라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시즌 초반 마운드가 안정되지 못한다면 김 감독의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살아난 방망이, 유지하는 것이 관건
롯데 타선은 11경기에서 타율 0.283·12홈런·51타점·55득점·장타율 0.437을 기록했다. 타율과 장타율은 리그 1위, 홈런은 2위에 올랐다. 비록 시범경기 성적이지만, 지난해와 비교하면 장타력이 좋아졌다. 그러나 선수들은 겸손한 모습이었다. 울산에서 홈런을 기록한 손아섭은 "타격감이 올라오면서 타구의 코스가 좋아진 것 같다"면서도 "상동은 바람이 많이 불어서 장타가 많이 나올 수 밖에 없는 환경이다. 울산은 외야가 넓어 2루타가 나오기 좋더라. 결국 사직에서 잘 쳐야 한다"고 말했다.
황재균과 손아섭, 정훈, 이승화가 좋은 타격을 선보였다. 황재균은 시범경기 타율 0.407로 유일하게 4할을 넘겼다. 손아섭은 명불허전의 모습을 보여줬다. 시범경기 초반 헛방망이질을 했지만, 이내 타격감을 끌어올리더니 4할 타율로 시범경기를 마쳤다. 2루 주전 경쟁을 펼치고 있는 정훈은 타율 0.348·1타점·5득점을 기록했다. 이승화는 좌익수 경쟁자 가운데 가장 좋은 성적을 남겼다. 타율 0.289·출루율 0.341로 경쟁자 김문호, 김대우를 따돌렸다.
김 감독은 "타선이 지난해에 비해 무게감이 생겼다"며 "시범경기를 치르면서 자연스럽게 타격감을 끌어올리는 모습이다. 5일의 휴식기 동안 두 차례 자체 청백전을 치를 예정이다. 타자들의 타격감을 조율하고, 마운드를 다시 점검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