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프로배구가 2013-2014시즌에도 삼성화재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삼성화재는 3일 천안에서 열린 챔피언결정 4차전에서 현대캐피탈을 세트스코어 3-0(25-18, 25-22, 25-22)으로 이겼다. 1차전을 내준 뒤 3연승을 거두며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2007-2008시즌부터 7시즌 연속 정상에 오른 삼성화재는 한국 프로스포츠 사상 최초 7연속 우승이라는 금자탑을 세웠다. 레오(24)는 기자단 투표 28표 중 26표를 얻으며 MVP(최우수선수)를 차지했다.
삼성화재의 이번 시즌 전망은 밝지 않았다. 리베로 여오현(36)이 현대캐피탈로 떠났고, 레프트 석진욱(38·러시앤캐시 코치)은 은퇴했기 때문이다. 경쟁자들은 '타도 삼성화재'를 외치며 전력보강에 열을 올렸다. 현대캐피탈은 세계 3대 공격수라는 아가메즈(29)를 영입했다. 대한항공 역시 수준급 화력을 자랑하는 마이클(28)을 데려왔다.
그래도 다른 6개 구단은 삼성화재를 꺾지 못했다. 팀 공격의 절반 이상(59.9%)을 맡은 레오를 막지 못했다. 2년 전까진 가빈(28)이 레오 역할을 했다. 주포가 바뀌었지만 삼성화재의 시스템은 달라지지 않았다. 삼성화재 출신 김세진(40) 러시앤캐시 감독은 세터 유광우에게서 비결을 찾았다. "유광우는 공격수 입맛에 맞는 공을 올려주는 세터다. 그리고 유광우는 정면 승부를 즐긴다. 가빈이나 레오에겐 아주 효과적인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삼성화재를 가장 괴롭힌 팀은 2010-2011시즌 대한항공이었다. 당시 정규리그에서 대한항공은 삼성화재에 4승1패로 앞섰지만 챔피언결정전에서 4전 전패를 당하며 무너졌다. 대한항공 공격수들이 결정적인 순간마다 실책을 저지른 반면 삼성화재는 상대의 실수를 잘 이용했다. 이번 챔프전도 그랬다. 삼성화재는 냉정했고, 반대로 현대캐피탈은 흥분하며 경기를 그르쳤다.
삼성화재의 장점은 조직력이다. 신치용(59) 감독이 만든 삼성화재의 시스템은 간단하면서도 견고하다. 외국인 선수가 마음껏 공격할 수 있도록 국내 선수들은 수비와 토스로 철저하게 돕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삼성화재의 조직력을 무너뜨리기 위해서는 파워로 누르는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이종경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강한 서브로 삼성화재 리시브를 흔들어야 한다. 그러나 서브에 의존하는 공격은 성공률이 낮고, 체력 유지가 어려운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삼성화재의 독주가 계속되자 "배구의 재미를 반감시킨다"는 비판도 있다. 그러나 삼성화재에 7년째 당하면서 반격하지 못하는 6개 구단에도 뼈아픈 자기 반성이 필요해 보인다. '더 이상 삼성화재의 들러리가 될 수 없다'는 각오와 배전의 노력 없이는 내년도 결과가 뻔한 시즌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