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일반
‘칼레의 기적’ 노렸던 중랑코러스의 도전
칼레의 기적. 정원사, 구멍가게 주인, 체육 교사 등으로 구성된 프랑스 4부 리그 아마추어 팀 FC 칼레가 1999-2000 프랑스 FA컵 결승에 오르면서 생겨난 말이다.
2014년, 한국판 칼레의 기적이 일어날 뻔했다. 4부리그에 해당하는 챌린저스리그(K3) 소속 중랑코러스무스탕(이하 중랑코러스)은 지난달 30일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2014 하나은행 FA컵 3라운드(32강)에서 K리그 클래식(1부) 부산과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 끝에 3-5로 패해 아깝게 탈락했다. 졌지만 선수들은 "후회없이 뛰었다"고 했다.
천연 잔디 더 밟아봤다면…
중랑코러스는 FA컵 1라운드에서 고려대, 2라운드에서 광주대를 연달아 꺾었다. 1라운드에서 결승골을 넣은 공격수 허재원은 대한축구협회가 선정한 MOR(라운드 최우수선수)에 뽑혔다.
그러나 어려움도 많았다. 무엇보다 연습할 공간을 찾는 게 쉽지 않았다. 챌린저스리그는 대부분 인조 잔디에서 경기를 한다. 천연잔디가 깔린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 적응하기 위해 경기 전 전국을 돌아다니며 천연잔디 구장을 수소문했다.
최장순 중랑코러스 사무국장은 "서울월드컵경기장 보조구장, 고양종합운동장 등 수도권에 있는 천연 잔디 구장을 다 찾아봤지만 모두 대관이 끝났다더라. 그래서 부산 구단에 연습할 잔디 구장이 있는 지를 요청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결국 중랑코러스는 화성, 천안에서 두 차례 천연 잔디를 밟아본 게 전부였다. 김병환 중랑코러스 감독은 "아마 천연 잔디를 좀 더 많이 밟아봤으면 결과는 좀 더 달라졌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다음에 다시 만난다면…
중랑코러스는 지난 2012년 법무법인 코러스가 서울 중랑구에서 30년 동안 사회인 축구팀으로 활동한 무스탕축구클럽과 함께 손잡고 창단했다. 프로 선수로 제대로 꽃을 피우지 못한 고등학생, 대학 중퇴 및 졸업생 선수들이 주축이다.
1일 서울 중랑구 양원역의 구단 사무실에서 만난 선수들의 표정엔 자신감이 더 넘쳤다. 주장 지용기는 "처음에는 긴장을 많이 했다. 그런데 막상 들어가니까 정말 들떴다. 클래식이든 우리든 뛰는 건 같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미드필더 김건우는 "경기하는 게 즐거웠다. 강하게 들이대니까 상대가 당황하는 게 보이더라. 앞으로 내가 할 수 있는 경기에 더 잘할 수 있겠다는 힘을 얻었다"고 말했다.
중랑코러스는 기회를 잡지 못해 좌절한 축구 유망주에게 새로운 기회를 주자는 게 모토다. '축구의 고양 원더스(독립야구팀)'라고 볼 수 있다. 김 감독은 "지금은 비록 아마추어지만 클래식 같은 마음을 먹고 한다면 분명히 언젠가 그렇게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한 기자 hansk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