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그래픽은 없었다. ‘누가 앞서고 있는지’에만 집중하지도 않았다. 대신 발로 뛰는 기자들과 ‘손석희’가 있었다. JTBC의 개표방송이 손석희 보도국 사장을 단독 앵커로 내세워 판에 박힌 개표방송 틈에서 시청자들의 신뢰감을 얻었다. JTBC 6.4 지방선거 개표방송은 5일 오전 12시 현재 '티빙' 기준 18.9 %의 시청률을 보이고 있어 10.7%의 MBC 개표방송과 1.7%에 그친 KBS 개표방송의 시청률에 크게 앞서고 있다.
JTBC는 각 정치권 캠프의 주요 인사들과의 직격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현장 위주’의 개표방송을 꾸렸다.
손석희는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선대위원장과의 전화 연결 도중 박 위원장이 정치민주연합 당원들에게 투표를 호소하는 발언을 하자 이를 막고 나섰다. 박 위원장이 해명하며 계속 말을 이어가려 하자 손석희는 "나는 말을 막아야 한다"며 발언을 재차 중지시키기도 했다. 투표 시간이 채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방송에서 자칫 논란이 될 수 있는 사안을 신속하게 저지하는 손석희의 재치가 돋보이는 장면이었다.
김진표 캠프에서 만난 손학규 새정치민주연합 공동위원장과의 인터뷰에서는 ‘돌직구’와 유머도 이어졌다. 손석희는 “꾸준히 지지율이 상승했기 때문에 결과를 낙관한다”는 손 위원장의 말에 “반대 진영에서도 그런 말을 할 거다”고 받아쳤다. 손 위원장은 “김진표 의원과 결과를 두고 이야기해 봤냐”는 질문에 “오후 6시부터 JTBC에 잡혀있어서 아직 대화를 나눠보지 못했다”고 응수해 웃음을 주기도 했다.
전략 공천 논란에 휩싸인 윤장현 후보에게는 날카로운 질문을 던져 유권자들의 호기심을 대변하기도 했다. 손석희는 광주광역시장 선거에 나온 윤장현 새정치민주연합 후보와 인터뷰에서 윤 후보가 "광주의 아픔과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피하지 않고 함께해왔다"고 말 하자, 손석희는 "그렇다면 기왕에 처음부터 경선을 거친다든지 방법을 취하는 게 낫지 않았냐. 전략 공천이 워낙 시끄러웠다. 그런 생각은 해본 적이 없냐”고 물어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명쾌한 진행을 보였다.
6.4 지방선거는 시도지사 17명과 구시군의장 226명 등 총 3952명을 선출하는 선거다.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접전과 경합이 이어지기 때문에 후보의 당선 여부는 자정을 넘은 시간까지도 오리무중인 경우가 많다. JTBC의 개표방송은 ‘현 시점 지역별 1위’에 집중하며 누가 더 그것을 화려하게 보여주는지에 열을 올렸던 기존 지상파 3사의 '스튜디오 중심 개표방송‘에 경종을 울린 셈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