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명철(45) 두산 투수코치는 13일 잠실 한화전을 앞두고 "니퍼트에게 정말 고맙고 감동 받았다"면서 "니퍼트는 단순히 용병이라고 부르기 미안할 정도"라고 했다.
'용병'의 사전적 의미는 '일정한 대가를 지불하고 고용한 병사'로 야구에서는 구단에 필요에 따라 영입하는 '외국인 선수'를 일컫는다. 니퍼트(33)도 지난 2011년 두산의 유니폼을 입고 국내 무대에 첫 발을 디딘 외국인 선수다. 그러나 그가 그라운드 안팎에서 보여주는 모습은 권 코치의 말대로 단순히 '용병'이라하기에 상당히 인상적이다.
니퍼트는 전날(12일) 경기에서 팀이 4-3으로 앞선 7회 마운드에 올라 2⅔이닝 동안 1피안타 2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선보였다. 투구수는 28개로 니퍼트의 호투로 두산 불펜은 부담감을 덜게 됐다. 이날 그의 행보가 놀라웠던 것은 지난 9일 잠실 LG전에서 선발 등판해 7이닝 동안 투구수 109개를 소화한 지 3일 만에 다시 마운드에 올랐기 때문이다. 더욱 니퍼트는 오는 15일 마산 NC전에 선발 등판을 앞두고 있었다.
권명철 코치는 "니퍼트가 직접 '어차피 12일에 선발 등판을 앞두고 불펜피칭을 해야하니까 경기에 내보내 달라. 중간 투수로 나가서 40개 정도 던지겠다'고 말하더라. 불펜 피칭을 하는 것과 경기에 나가서 공을 던지는 것에는 차이가 있다. 처음에는 만류를 하니까 니퍼트가 '괜찮다. 내보내 달라'고 했다"면서 "그래서 내가 40개는 너무 많다. 30개만 던지는 게 좋겠다고 하고 내보낸 것이다. 8회까지만 던지게 하고 싶었는데, 투구수가 여유가 있어서 9회에도 올려 아웃카운트 2개를 잡게 뒀다. 그러고 아웃카운트 한 개를 남겨두고 교체하기 위해 내가 마운드에 올라갔더니 니퍼트가 '아직 30개까지 2개 더 남았다'면서 농담을 던지더라"고 말했다.
니퍼트의 갑작스러운 등판에 상대팀 한화는 당황스러운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조경택 한화 배터리코치는 "선발 투수가 중간 투수로 나오는데, 그것도 니퍼트가 나오는데 어떻게 안 놀랐겠냐"면서 "어제 경기는 우리가 초반부터 좋은 흐름을 가져가고 있었는데, 니퍼트가 올라와서 힘들어졌다"고 아쉬워했다.
권 코치가 니퍼트에게 감동받은 일은 또 있다. 권 코치는 "니퍼트가 11일 경기 후에 투수들을 모아놓고 '경기에서 졌다고 고개 숙이지 말고, 당당하게 하자'고 격려했다더라. 보통 외국인 선수들은 자기일 하는 데에만 집중하는데 니퍼트는 늘 팀을 우선으로 생각한다. 니퍼트는 우리 팀에서 정재훈 다음으로 고참이다. 고참 역할을 제대로 해주고 있다"고 칭찬했다.
이어 그는 "주위에서 우리 팀 외국인 투수들이 성품이 좋다고 말하는데, 거기에는 니퍼트의 역할이 크다. 니퍼트는 선발 등판한 날 승리 수당을 받으면 고생하는 어린 불펜 포수들에게 용돈을 주기도 하고, 동료에게 밥을 사기도 한다. 선발 등판할 때에는 이닝 교대 때 늘 더그아웃 앞에서 야수들을 격려하고 자신이 가장 늦게 들어온다. 볼스테드나 핸킨스가 모두 니퍼트를 보고 따라하더라. 니퍼트가 다른 외국인 투수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돼주고 있다"고 귀띔했다.
동료들도 늘 니퍼트의 마음에 고마워하고 있다. 홍성흔은 "니퍼트는 이제 외국인 선수가 아니라 그냥 두산 소속 선수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