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올스타전은 자칫 지루해질 수 있다. 동기부여가 부족한 경기이기 때문에 밋밋하게 흐를 위험이 있다. 실제로 지난해 올스타전에는 1만 여명의 관중만 몰려 역대 최소관중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는 다르다. 2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릴 '하나은행 K리그 올스타 with 팀 박지성'은 시작 전부터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했는데, 선수 시절 역학관계가 얽히며 흥미를 더하고 있다.
2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공식기자회견에서 황선홍(46) 포항 스틸러스 감독은 "감독들이 심판으로 변신하는 것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어 "감독이 오심을 하면 강하게 항의할 것이다. 최용수 감독이 가장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황 감독이 우려를 나타낸 최용수(41) FC서울 감독은 이번 올스타전에서 후반전 주심 역할을 맡았다. 원래 주심을 맡기로 했던 박경훈(53) 제주 유나이티드 감독이 종아리 부상 때문에 '사의(?)'를 표하자 최 감독에게 기회가 돌아간 것이다. 최 감독은 전날 "어떤 이벤트를 준비할지 고민이다"면서 올스타전을 흥미롭게 할 사건을 준비 중이었다. 그는 "이번 올스타전에서 딱 두 번 휘슬을 불겠다. 딱 두 명만 내보내면 흥행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며 두 사람의 퇴장을 예고했다.
최 감독이 지목한 두 사람은 팀 박지성의 주장 박지성과 감독 거스 히딩크(68)였다. 박지성은 현역시절 A대표팀과 클럽팀에서 치른 534경기에서 딱 한 번 레드카드를 받았다. 2004년 PSV에인트호번에서 뛸 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에서 경고 2회로 퇴장을 당한 기억이 있다. 훈훈한 은퇴 무대로 꾸며질 올스타전. 그런데 자신을 끔찍하게 아끼는 선배 덕분에 은퇴 기념 경기에 오점(?)을 남길 가능성이 커졌다. "가끔 팀 훈련할 때 심판을 보는데 재미있다. 심판은 매력적인 직업"이라고 운을 뗀 최 감독은 "박지성은 27일 김민지 아나운서와 결혼을 앞두고 있다. 선수 보호 차원에서 빨리 경기장 밖으로 내보내야 한다"고 했다. 이에 박지성은 환하게 웃으며 "좋은 소식이다. 체력이 좋지 않기 때문에 그런 배려를 해주신다면 감사하다"며 "최대한 심판에게 들이댈 생각이다"고 답했다.
최 감독은 히딩크 감독에 대해서는 '복수'의 의미라고 밝혔다. 최 감독은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내가 준비를 많이 했다. 그런데 히딩크 감독은 기회를 주지 않았다. 복수할 것"이라고 말해 취재진을 웃게 했다. 지난 2012년 'K리그 올스타'와 '2002년 월드컵 대표팀'의 맞대결로 치러진 올스타전에서도 '뱃살텔리' 세리머니를 선보였던 최 감독이 주심으로 변신해서도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지 관심이 모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