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일반
대한항공, 조직력 앞세워 컵 대회 'V3' 달성
남자프로배구 대한항공이 짜임새 있는 조직력을 앞세워 통산 세 번째 컵 대회 정상에 올랐다.
대한항공은 27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안산·우리카드컵' 대회 우리카드와의 결승전에서 세트스코어 3-0(25-22, 25-19, 25-22) 완승을 거두고 우승을 차지했다. 대한항공의 컵 대회 우승은 2007·2011년에 이어 세 번째다. 결승전에서 25점을 올리며 팀 우승을 이끈 신영수(32·레프트)는 기자단 투표 28표 중 유효표 22표(기권표 3)을 받아 대회 MVP(최우수선수)를 수상했다.
프로배구 컵 대회는 정규리그와 달리 외국인 선수가 뛰지 않는다. 소위 '몰빵 배구'가 없다. 그만큼 코트 위에 있는 6명의 고른 활약이 중요하다. 대한항공의 우승은 선수들이 각자 포지션에서 고른 활약을 펼쳤기에 가능했다. 예선에서 부침을 겪은 '주포' 신영수는 준결승부터 살아나더니 결승에서 펄펄 날았다. 상대 블로커 신으뜸보다 높이에서 우위를 점하자 마음껏 스파이크를 날렸다. 베테랑 리베로 최부식은 상대 공격을 온몸으로 받아냈다.
곽승석과 정지석(이상 레프트)의 활약도 빛났다. 곽승석은 팀의 공수에서 살림꾼 역할을 한다. 그러나 이번 대회 첫 경기에서 부진하자 김종민 대한항공 감독은 곽승석에게 공격에 더 집중할 것을 주문했다. 대신 고졸 2년 차 정지석이 수비에서 알토란 같은 활약을 했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리시브 부문 1위에 올랐다. 정지석의 안정적인 리시브는 대한항공 공격의 시발점이 됐다. 지난 시즌 중반 트레이드로 대한항공 유니폼을 입은 센터 전진용과 세터 강민웅은 팀에 완전히 녹아드는 모습을 보였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대한항공이 우승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한 전문가는 많지 않았다. 김종민 감독은 연습경기에서 질 때마다 강도 높은 체력 훈련을 시켰다. 훈련장 인근에 위치한 신갈 저수지에서 선착순 달리기를 시키기도 했다. 선수들은 극한에 달하는 고통을 느끼며 훈련을 했다. 포기하고 싶었지만 '한 번 따라가 보자'는 오기로 버텼다.
김종민 감독은 "선수들이 이기려는 의지가 컸다"며 "정지석과 곽승석의 위치를 바꾼 것이 이번 대회의 전환점이라고 본다. 정지석이 서브 리시브를 잘 해줬다. 덕분에 곽승석이 자유롭게 공격을 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여자부에서는 현대건설이 GS칼텍스를 세트스코어 3-1(25-20, 22-25, 29-27, 25-23)로 제압하고 우승을 차지했다. 현대건설이 컵 대회 정상에 오른 건 2006년 도로공사를 꺾고 우승을 차지한 뒤 8년 만이다. 지난 3월 지회봉을 잡은 양철호 현대건설 감독은 부임 후 맞은 첫 대회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기쁨을 맛봤다. 결승전에서 팀 내 최다인 29점을 올린 황연주는 기자단 투표 총 28표 중 기권 3표을 제외한 유효표 25표를 모두 가져가며 대회 MVP에 선정됐다. 황연주는 2010-2011시즌 정규리그, 올스타전, 챔피언결정전 MVP롤 휩쓸었다. 유일하게 무관이던 컵 대회 MVP를 이번에 차지하면서 명실공히 여자배구 대표 선수임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켰다.
안산=유병민 기자 yuballs@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