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27·LA다저스)이 시즌 13승을 기록했다. 지긋지긋했던 인터리그 원정 악몽을 지우는 기분 좋은 승리였다.
류현진은 8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 에인절스타디움에서 열린 LA 에인절스와의 경기에서 선발 등판해 7이닝 동안 2피안타(2루타 2개) 4삼진 1볼넷 1사구 무실점을 기록했다. 시즌 17번째 퀄리티 스타트(6이닝 3자책점 이하)를 기록한 류현진은 평균자책점도 종전 3.39에서 3.21까지 낮췄다. 7회까지 투구수 100개를 기록한 류현진은 8회 제이미 라이트로 교체돼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다저스는 지역 라이벌 에인절스에 7-0 완승을 거뒀다. 이날 승리로 류현진은 팀 동료 클레이튼 커쇼(26)와 함께 내셔널리그 다승 공동 3위에 올랐다.
무엇보다 반가운 것은 인터리그 원정경기에서 악몽을 지웠다는 점이다. 류현진은 이날 경기 전까지 인터리그 통산 7경기에 나와 40⅔이닝을 던졌고, 2승 3패 평균자책점 5.53으로 부진했다. 지명타자가 있는 아메리칸리그 팀 타자들과의 승부가 늘 어려웠다. 류현진은 인터리그 원정에서 5피홈런, 피안타율 0.282를 기록했다. 통산 피홈런이 23개인 류현진은 자신의 피홈런의 20%를 아메리칸 리그 타자들에게 맞았다.
올 시즌 최악의 투구 였던 지난달 9일 디트로이트전도 인터리그 원정경기였다. 이 경기에서 류현진은 2⅓이닝 동안 10피안타 2볼넷 2탈삼진 7실점으로 크게 무너졌다. 하지만 이날 경기에서 류현진은 디트로이트 원정과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줬다. 마이크 트라웃, 조쉬 해밀턴, 앨버스 푸홀스 등 디트로이트 못지 않은 강타선을 보유한 에인절스를 상대로 완벽에 가까운 투구를 보여줬다.
류현진은 이날 최근 주무기로 떠오른 '고속 슬라이더' 비율(11%)을 줄이고, 커브(16%)와 체인지업(20%)를 적절하게 활용했다. 3회 콜린 카우길에게 던진 슬라이더가 타자 몸에 맞는 등 제구가 잘되지 않았던 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대신 그동안 좋지 않았던 체인지업은 효과를 봤다.
또 류현진은 이날 이닝 마다 구사하는 구종을 달리해 에인절스 타선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노련한 투구 패턴이었다. 직구 최고 구속은 시속 95마일(약 153km)까지 나왔고, 타자 바깥쪽 높은 코스로 던진 직구가 결정구로 효과를 봤다. 3회 마이크 트라웃을 삼진으로 돌려 세운 공도 바로 바깥쪽 높은 직구였다.
류현진은 올 시즌 자신을 괴롭히던 징크스를 하나씩 넘고 있다. 인터리그 원정 악몽도 그 중 하나다. 이날 호투는 그가 왜 '괴물'로 불리는 지를 여실히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