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홍콩시위 속보] 시위대-경찰 충돌로 금융도시 홍콩이 마비됐다
중국 중앙정부가 내놓은 새로운 선거 방식에 반대하는 홍콩 민주화 시위대를 경찰이 강경진압하면서 홍콩이 1997년 중국으로의 반환 이후 최악의 혼란을 겪고 있다.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마련한 2017년 홍콩 행정장관 선거안에 반대하는 시민 불복종 운동 시위대가 29일 도심 점거 시위에 본격 나서면서 경찰과 충돌, 41명이 다쳐 병원에 실려갔다고 CNN 등 언론이 전했다고 뉴시스가 인용보도했다.
BBC 등 주요 외신들은 홍콩 경찰이 이례적으로 최루탄, 곤봉 등을 사용해 시위대 강제 해산에 나선 사실에 주목했다. 홍콩 경찰이 최루탄을 사용한 것은 지난 2005년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 당시 벌어진 한국농민들의 항의 시위 이후 처음이다.
CNN은 이번 시위 관련 소식을 긴급 뉴스로 전하면서 '아시아의 금융허브 도시 홍콩이 마비됐다'고 전했다.
언론은 시위대가 홍콩 금융 중심가인 센트럴(中環) 지역 점거에 나서면서 이 지역으로 향하는 차량 운행이 차단되고 정부 청사 지하철역도 봉쇄됐다고 밝혔다.
아울러 홍콩 경찰은 일부 시위 지도자를 포함해 78명을 체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가운데 미국의 외교전문매체인 포린폴리시(FP)는 "이번 홍콩 민주화 시위가 홍콩 역사에 역사점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틀 전까지도 비폭력적 시위를 벌인 시위대와 경찰 간 충돌은 거의 없었고 체포된 시민들도 몇 시간 지나면 풀려나면서 누구도 사태이 이같이 악화될 줄을 예상하지 못했다고 언론은 덧붙였다.
아울러 점거 시위를 둘러싸고 대다수 홍콩시민들은 이 같은 시위가 홍콩의 친(親)비지니스 평판에 오점을 남기고 시장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하면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고 언론은 전하고있다.
실제로 9월 전에 실시된 많은 여론조사에서 절반 이상의 홍콩 시민들은 이런 시위를 지지하지 않았고, 지난 8월에 실시된 2개의 여론조사에선 절반 이상이 중국 정부가 마련한 행정장관 직선제 안을 받아들이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홍콩 지방정부는 점거 시위에 강경 대응 입장을 시사했다.
렁춘잉 홍콩 행정장관은 기자회견을 통해 "센트럴 점령에 의한 불법적 점거 행위에 단호하게 대처하겠다"면서 "홍콩 경찰이 법에 따라 상황을 적절하게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홍콩 사태를 처리하면서 중앙정부 내에서도 의견 충돌이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국에 본부를 둔 중화권 매체인 보쉰은 소식통을 인용해 '홍콩·마카오 영도소조' 조장을 맡고 있는 장더장(張德江)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장과 렁 장관, 홍콩 주재 중국연락판공실 장샤오밍(張曉明) 주임이 28일 중앙정부에 무력진압할 수 있도록 승인해달라고 긴급 요구했지만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이런 요구를 거부하면서 이번 사태를 협의를 거쳐 해결해야 한다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보쉰은 렁 장관, 장 주임이 이번 사태를 책임지고 퇴진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중국 중앙정부의 입장에서 이는 홍콩 사태를 해결하면서 대가를 가장 적게 지불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홍콩 점거 시위대 리더 중 한 명인 천젠민(陳建民)은 문제의 열쇠를 쥔 사람이 직접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면서 이번 사태의 결과가 어떻게 되든지 그 관건은 중앙정부에 달려 있다고 역설했다.
한편 사태가 격화된 것은 대학생에 이어 중·고등 학생이 시위대에 동참하면서 시작됐다. 교복을 입은 중·고등학생 약 1000명은 부모의 반대에도 불구 정부청사 밖에서 연좌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우리는 가짜가 아닌 진짜 선거를 원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FP는 "중앙정부가 시위대의 요구에 굴복할 것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진짜 전투는 지금부터 시작일 것이며 비정치적 도시로 유명한 홍콩에서 이날이 정치적 날로 기억될 수 있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온라인 일간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