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인천 송림체육관에서 열린 아시안게임(AG) 여자배구 한국과 중국의 결승전. 3세트 24-21에서 김희진의 공격이 중국 코트에 꽂히는 순간 선수들은 모두 얼싸안고 기쁨을 나눴다. 그러나 누구 하나 눈물을 흘리는 이는 없었다. 태극기를 몸에 두른 뒤 함박웃음을 지으며 코트 곳곳을 누볐다. 아시아를 정복한 여자배구 선수들의 목표는 이제 2016년 리우 올림픽 메달이다.
여자배구 대표팀은 이날 결승전에서 중국을 상대로 세트스코어 3-0(25-20, 25-13, 25-21)의 완승을 거두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1962년 자카르타 대회부터 AG에 나선 한국 여자배구는 이번 우승으로 역대 AG 두 번째 금메달을 수확했다. 한국 여자배구의 AG 첫 금메달은 지난 1994년 히로시마 대회로 대표팀은 20년 만에 다시 금빛 스파이크를 날렸다.
선수들은 우승을 확정지은 뒤 코트를 한 바퀴 돌며 팬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이어 코트 위를 미끄러지는 이른바 '슬라이딩 세리머니'를 펼치며 기쁨을 만끽했다. 금메달을 따낸 선수들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필 뿐이었다. 눈물을 흘리는 선수들은 없었다. 이번 대표팀은 12명의 선수 가운데 30대 4명을 제외한 8명이 20대 초중반인 만큼 젊어졌다. 젊은 선수들은 경기를 즐겼고, 눈물 대신 세리머니로 할 정도로 여유가 넘쳤다.
이선구 대표팀 감독은 이번 대표팀을 구성하면서 "가장 강한 팀을 만들 수 있는 구성이다. 동시에 한국 여자배구의 선순환을 확인할 수 있는 멤버"라고 소개했다. 이 감독의 예상은 적중했다. 대표팀은 톱니바퀴와 같은 조직력을 선보이며 이번 대회 6경기를 무실세트로 승리하는 완벽한 우승을 차지했다. 세대교체에 성공한 만큼 2년 뒤 열리는 리우 올림픽에 대한 전망도 밝아졌다.
선수들도 리우 올림픽에 대한 열망을 나타냈다. 주장 김연경은 "지금 이 선수들이 잘 성장하면 더 강한 팀으로 리우 올림픽을 치를 수 있을 것 같다"며 "리우 올림픽 메달, 욕심 난다"고 말했다. 결승전에서 맹활약을 펼친 김희진은 "리우 올림픽이 엄청 욕심이 난다"며 "이번 경험으로 선수들은 더 성숙한 모습으로 (리우 올림픽에서) 뛸 수 있기 때문에 안정감이 높아질 것이다"라며 메달 획득에 자신감을 보였다.
여자배구는 지난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아쉽게 4위에 그치며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이번 AG을 통해 발전한 여자배구 대표팀이 남은 2년의 시간 동안 조직력을 더 갖춘다면 올림픽 메달의 꿈은 한층 더 가까워 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