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응용(73) 한화 감독이 유망주를 향해 칭찬 대신 쓴소리를 했다. 조금 잘 했다고 자만하지 말고, 기회가 왔을 때 제대로 잡으라는 충고였다.
김 감독은 13일 대전 삼성전에 앞서 취재진이 '올 시즌 한화에서 그래도 잘한 선수 한 명만 꼽아달라'는 질문을 하자 "한 명? 말 안 할래. 말하면 괜히 또 양아들이라고 뭐라고 한다"고 허허 웃었다.
한화에서 올 시즌 몰라보게 달라진 선수를 꼽는다면 투수 이태양(24)이다. 지난해까지 프로 4년간 무승 투수였던 이태양은 올해 단번에 7승을 거두며 마운드의 에이스로 떠올랐다. 인천 아시안게임 국가대표로 발탁돼 금메달을 목에 걸고 복귀했다. 취재진이 '이태양 칭찬 한 번 해달라'고 하자, 김 감독은 "이태양이 잘 했어? 몇 승 했지"라고 반문했다. 이태양은 전날까지 7승 9패 평균자책점 4.95를 기록 중이다.
김 감독은 이태양의 승수를 듣고 "7승? 17승 정도 해야지 잘 했다고 할 수 있지. 7승 갖고 되겠어. 잘했다고 칭찬하면 자만하고 안주하게 된다"고 쓴소리를 했다. 이태양은 이날 2이닝 2피안타 7실점으로 조기 강판, 시즌을 7승 10패 평균자책점 5.24로 마무리했다.
때마침 대졸 신인 포수로 개막전 선발 출장했던 김민수(23)가 조경택 배터리 코치로부터 송구 훈련을 받고 있었다. '김민수가 한 시즌을 치르면서 어떤 점이 나아졌는지'를 묻자, 냉혹한 대답이 돌아왔다. 김 감독은 "김민수? 시즌 중간에 아프다고 한 이후로 관심에서 지웠다"고 했다.
김민수는 신인임에도 김 감독의 신임을 받으며 개막전부터 지난해 주전 포수였던 정범모를 제치고 주전으로 기용됐다. 어깨가 강해 2루 송구가 좋았다. 그러나 5월 중순 옆구리 통증을 호소해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이후 한화는 조인성을 SK에서 트레이드해왔다. 김민수는 부상에서 회복됐지만 1군에는 10월에서야 올라올 수 있었다. 김 감독은 "기회가 왔을 때 악착같이 잡아야 하는데, 김민수는 그걸 놓쳤다"며 "아픈걸 참아가면서 해야지. 나는 과거 뼈가 부러져도 참고 뛰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에는 감기, 몸살, 설사 이런 것은 부상으로 인정도 안 해줬는데, 요즘에는 선수들이 조금만 아파도 못 뛴다고 하니..."라고 안타까운 목소리로 선수들의 정신력을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