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파라과이와의 친선경기에서 슈틸리케 감독이 경기 도중 기성용에게 작전지시를 하고 있다.
사진취재=김진경 기자
올 가을 축구대표팀 울리 슈틸리케(60·독일) 감독의 마음 속에 세 남자가 들어왔다.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 7일 첫 소집훈련을 앞두고 "두 번의 평가전 모두 풀타임 뛰는 선수는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감독의 예고대로 10일 파라과이(2-0 승), 14일 코스타리카 평가전(1-3 패)은 전혀 다른 조합의 선수들이 출전했다. 파라과이전의 선발라인업 11명 중 8명이 코스타리카전에 바뀌었다. 그러나 변함없이 두 경기 연속 선발로 나선 3명의 선수가 있다. 미드필더 기성용(25·스완지시티)과 측면 공격수 이청용(26·볼턴), 섀도 스트라이커 남태희(23·레퀴야SC)다.
'쌍용'(기성용과 이청용)은 슈틸리케 감독의 확실한 무기로 확실히 자리를 굳혔다.
특히 이청용은 슈틸리케 감독의 '청룡언월도'로 불릴 만큼 강력한 면모를 보였다. 파라과이전에서 나온 두 골은 모두 이청용의 발 끝에서 시작됐다. 점유율 축구에도 적응했다. 그는 드리블 외에도 노련한 볼배급으로 전반 45분만 뛰고도 슈틸리케 감독에게 합격점을 받았다. 코스타리카전에서는 좌우 측면을 가리지 않고 현란한 드리블을 펼쳤다. 브라질질월드컵에서 8강에 오르는 동안 2실점 밖에 허용하지 않은 코스타리카의 수비진도 이청용을 막기 위해 진땀을 뺐다. 후반 25분 왼쪽에서 코스타리카 수비수 4명을 제치는 장면은 '에이스'의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이청용은 박지성(33)이 대표팀 은퇴를 선언한 후 차세대 한국의 에이스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뜻하지 않은 부진의 늪에 빠지며 헤어나지 못했다. 그는 브라질월드컵 3경기에서 단 한 개의 공격포인트도 올리지 못했다. 지난달 5일 베네수엘라(3-1 승), 8일 우루과이(0-1 패)와 평가전에서도 별 다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지만 이번에 예전의 기량을 되찾으며 기대감을 높였다.
14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코스타리카와의 친선경기에서 기성용이 코스타리카 골키퍼 케일러 나바스와 맞대결하고 있다.
사진취재=김진경 기자
기성용은 '팔색조'였다. 공격의 중심에 있다가도 수비 상황에서는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파라과이전에서는 중앙 수비수 역할을 수행했고 코스타리카를 상대로는 공격형 미드필더로 진출해 득점 기회까지 만들어냈다. 여기에 포지션과 상관없이 기습적으로 터지는 롱패스는 상대 수비수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슈틸리케팀의 주장으로 선임된 이후엔 책임감까지 더해졌다. 큰 무대 경험이 쌓인 덕분이다. 기성용은 올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스완지시티의 중원을 책임지고 있다. 세계 정상급 선수들과의 경쟁하며 급상승한 기량은 대표팀에서도 이어졌다.
10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파라과이와의 친선경기에서 남태희가 두번째 골을 터뜨린 후 이청용의 축하를 받고 있다.
사진취재=김진경 기자
남태희는 깜짝 '황태자'로 떠올랐다. 한국에 오기 전까지 카타르 클럽인 알 아라비(2013~2014년)와 알 사일리아(2010~2012년)를 지휘한 슈틸리케 감독은 데뷔전인 파라과이전에 '중동파'를 대거 선발 출전시켰다. 남태희는 감독의 신뢰에 보답했다. 그는 파라과이전에서 순간적인 침투로 한국의 두 번째 골을 터뜨렸다. 코스타리카전 패배에도 남태희는 홀로 빛났다. 남태희는 0-1로 뒤진 전반 45분 손흥민에게 정확한 논스톱 패스를 찔러주며 이동국(35·전북)이 넣은 동점골의 시발점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