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대통령' 서태지의 5년 만의 복귀를 반기는 콘서트 현장에는, 수많은 플래카드들이 걸려있었다. 서태지의 복귀를 반기는 글들은 내용이 격했다. 5년여 간 우상을 잃어버렸던 팬들의 울분들이 녹아있었다. 갖가지 루머로 무너지는 우상을 지켜봤을 팬들, 그런 팬들에게 말 한마디 시원하게 해명하지 못했던 서태지. 이날 콘서트는 복잡했던 심경의 서태지와 팬들의 재회의 장이었다. 그리고 언제 그랬냐는 듯 서태지의 음악이 흘러나오자, 팬들은 격하게 몸을 흔들고 노래를 따라 불렀다.
서태지는 18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열린 9집 컴백 공연 '크리스말로윈'에서 팬들에게 "보고싶었어요"라고 말한 뒤 한참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너무 오랜만이다. 내가 5년 만에 여러분 앞에 섰다. 오래 기다렸다. 한 자리에 모여있는 여러분들을 보니까 너무 너무 좋다"고 말했다.
이날 공연은 서계적인 수준이었다는 평가다. 서태지는 서태지였다. 5년이란 시간이 걸린 만큼, 그 만큼 성장해 돌아왔다. 이날 공연은 역대급 스케일이었다. 단일 뮤지션 기준 최대 물량의 사운드 시스템을 준비했다는 장담이 허언이 아니었다. 잠실 주경기장의 한쪽 면을 완벽하게 커버한, '어마무시'한 무대는 관객을 압도하기 충분했다. 서태지의 앨범 타이틀 '크리스할로윈'에 어울리는 크리스마스와 할로윈의 분위기가 조화를 이뤘다. 큼지막한 호박 모형과 크리스마스 상징물들이 눈길을 끌었다. ‘문화대통령’ 서태지의 컴백 공연인 만큼 이날 공연장에는 여러 가요 관계자들이 모여들었다. 서태지의 무대가 이어지면서 '공연은 물론 사운드가 최고다. 완벽하다'는 극찬 역시 이어졌다.
한숨도 돌리지 못할 만큼 히트곡 레퍼토리 역시 빠르게 몰아쳤다. '모아이'로 시작해 '시대유감''인터넷 전쟁''교실이데아''하여가' 같은 명곡들이 주옥처럼 흘러나왔다. 신곡도 모두 들려줬다. '크리스말로윈''숲속의 파이터''잃어버린''프리즌 브레이크''나인티스 아이콘' 등의 신곡 무대도 빼놓지 않았다. 특히 아이유와 부른 '소격동' 무대가 인상 깊었다. 아이유가 차분하게 1절을 소화했고, 서태지는 마이크를 이어받아 환상적인 무대를 완성했다.
서태지가 왜 아이유를 파트너로 선택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무대였다. 미성이면서도 마성을 간직한 두 사람의 목소리는 '크리스마스+할로윈'의 독특한 컨셉트만큼이나, 오묘하게 다가왔다.
이날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는 '네에게' 무대였다. 서태지는 "'응답하라 1994' 봤죠. 여러분 얘기"라며 "당시 20여년 만에 '너에게'가 리메이크돼 지금 와서 또 다시 사랑을 받았었다. 느낌이 새로웠고 여러분 생각도 많이 났다"고 전했다. 그리고 '너에게'를 오리지널 버전으로 들려줬다. 팬들과 서태지 사이에 더 이상의 이야기는 필요하지 않았다. "누가 서태지가 한 물 갔다고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