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과 연극 보기 좋은 계절이 왔다. 한 번 웃고 넘기는 공연이 아닌 마음을 따뜻하게 만드는 작품을 찾는다면 극단 김동수컴퍼니의 '인생: 활착(活着)'을 추천한다. 연기력과 작품성, 생에 의미까지 당신이 원하는 모든 것을 담고 있는 연극이다.
◇칸이 선택한 그 작품
'인생: 활착(活着)'은 소설 '허삼관 매혈기'로 널리 알려진 중국작가 위화의 대표작이다. '거장'으로 불리는 장이모우 감독이 영화로 만들어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해 이미 한 차례 검증을 마쳤다.
귀복으로 불리는 한 노인의 가족사를 통해 우리네 팍팍한 삶과 운명을 짚는다. 빼어난 연기력을 자랑하는 배우 김동수의 실제 인생까지 접목시켜 공감대 폭을 넓힌다. 배반의 연속, 비극의 인생을 그리고 있다. 귀복은 부잣집 아들로 태어나 젊은 날 도박으로 재산을 다 날린 뒤 낙향했다.
이후 어머니의 약을 사기위해 읍내에 갔다가 국공 내전에 끌려가게 된다. 2년 후 곡절 끝에 다시 고향에 돌아왔지만 집안은 풍비박산이 난지 오래다. 아프던 어머니는 세상을 떠났다. 딸 봉하는 열병을 앓아 말 못하는 벙어리가 됐고, 아들 유경은 5학년이 됐을 때 교장 선생 부인을 위해 수혈해주다 죽었다. 피를 너무 많이 뽑은 것이 사인이었다. 비극은 끝나지 않았다. 유일하게 남은 딸 봉하는 결혼 후 출산하다 죽었다. 말썽꾸러기 한량 사위는 노동일을 하다 시멘트 판에 깔려 세상을 등졌다. 손자 고근은 할아버지 귀복이 삶아준 콩을 먹다가 목이 메어 죽고 말았다. 홀로 남은 귀복은 키우던 늙은 소와 마지못한 삶을 살아나간다.
◇버티는 삶은 과연 의미가 있을까
귀복에게 인생이란 무엇일까. 상처투성이, 갈고리로 찌르는 듯한 아픔만 남긴 생을 살아나가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그는 "나는 말이야. 바로 이런 운명이었던 거야. 젊었을 때는 조상님이 물려준 재산으로 거드름을 피우며 살았고, 그 뒤로는 점점 볼품없어졌지만 나는 그런 삶이 오히려 괜찮았다고 생각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생의 밑바닥까지 떨어졌던 노인의 담담한 그 말이 심금을 울린다.
시간이 별로 없다. 지난 10월 9일부터 시작한 연극은 오는 11월 2일을 끝으로 막을 내린다. 언제 또 극이 오를지 모른다. 장소는 대학로 초입에 있는 김동수플레이하우스다. 김동수를 비롯해 한경미 박상협 오준범 등이 출연하다. 깜짝 게스트도 있다. 이재호 코웨이 부사장과 김범수 전 아나운서, 정은미 플라워컴퍼니 대표가 특별출연한다. 연출은 '사랑을 찾아서', '슬픔의 노래', '날 보러와요',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로 이름을 알린 김석주가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