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사나이' 배상문(28·캘러웨이)이 통큰 기부를 했다. 배상문은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올 시즌 최종전인 제30회 신한동해오픈에서 파워 골프를 앞세워 2연패를 달성한 뒤 우승상금 2억원을 불우이웃돕기 성금(최경주재단·대구지역)으로 모두 기탁한다고 밝혔다. KPGA 코리안투어의 올 시즌 대미는 이렇게 '나눔'으로 장식됐다.
9일 인천 송도의 잭 니클라우스 골프클럽 코리아(파72·7320야드)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 3타 차 단독선두로 출발한 배상문은 이날 버디 3개, 보기 2개로 1타를 더 줄여 최종합계 13언더파로 김봉섭(31·일동레이크), 문경준(32·휴셈·이상 8언더파) 등 2명의 공동 2위 그룹을 5타 차로 꺾고 우승했다.
배상문은 "행복한 한 주가 됐다. 어머니에게 기쁨을 드리게 돼 더 기분좋다"며 "어느 투어에서든 우승한다는 것은 최고의 선수가 됐다는 것이고, 대회 2연패를 통해 3연패라는 목표가 생겨서 또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래도 배상문에게는 한 가지 아쉬움이 남았다. "국내 72홀 노보기 플레이 우승이 딱 한 차례 있었던 것으로 안다. 그 기회를 살리지 못해 아쉽다"고 했다.
이번 대회 최대 관심사였던 배상문의 '노보기 우승'이었다. 그동안 KPGA 코리안투어에서 딱 한 차례 이 기록이 수립된 바 있다. 1990년 제9회 팬텀오픈에서 조철상(당시 11언더파·88골프장 동코스)이 72홀 노보기 플레이로 우승했다. 그 이후 24년만에 두 번째 진기록이 눈앞으로 다가왔지만 69번째 홀인 15번홀(파5)에서 무산됐다. 5번 하이브리드(18도)로 친 두 번째 샷이 왼쪽으로 말리면서 워터해저드로 들어가면서 보기가 됐다.
하지만 배상문의 우승은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상금랭킹 1위답게 화려했다. 마지막 18번홀(파5)에서 2m 버디를 낚아내며 국내 통산 9승째를 자축했다. 일본프로골프투어(JGTO) 3승, PGA투어 2승 등을 포함하면 생애 통산 14승째다. 그는 앞으로 한달 동안 국내에 머물면서 체력훈련을 한 뒤 내년 1월 PGA 투어에 대비할 계획이다.
배상문못지 않게 행복한 골퍼가 또 있다. 올 시즌 국내외에서 3승을 기록한 김승혁(28)은 최종합계 7언더파로 공동 4위에 오르며 2014 시즌 KPGA 코리안투어 상금왕(5억8914만원)을 확정했다. 또 이 대회 마지막 홀에서 10m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며 순위를 끌어올려 발렌타인 KPGA 대상(3363점)까지 차지해 시즌 2관왕에 올랐다. 한 선수가 상금왕과 대상을 동시에 석권한 것은 2009년 배상문에 이어 5년 만이다.
지난해까지 무명이었던 프로데뷔 9년 차의 김승혁은 지난 5월 SK텔레콤오픈에서 첫 승을 신고한 뒤 10월 일본프로골프투어(JGTO) 도카이클래식, 그리고 한국오픈 우승트로피까지 3승으로 펄펄 날았다. 한편 광저우아시안게임 단체전 금메달리스트인 박일환(22·JDX멀티스포츠)은 상금랭킹 8위(2억1927만원)에 오르며 신인왕(969점)을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