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목곰'이 kt맨이 되기 위해서는 입단 테스트를 통과해야 한다. 어수선한 마음을 정리하고 그간 발휘하지 못한 기량을 보여줘야 할 때다.
김동주(38)는 지난 20일 소속팀 두산의 보류선수 명단에서 빠졌다. 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은 그는 나머지 9개구단과 자유롭게 입단 협상을 할 수 있다. 김동주는 그동안 현역 생활 연장을 목표로 kt를 포함한 타구단 이적을 희망해 왔다.
관심을 보이는 팀이 생겼다. 김성근 한화 감독은 김동주에게 (입단)기회를 줄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영입 가능성이 높은 팀으로 분류되는 10구단 kt역시 긍정적인 시그널을 보냈다. 조범현 kt 감독은 "그동안 두산 소속 선수라 실례가 될까봐 입장을 말씀드리기 어려웠다. 선수가 원한다면 일단 입단 테스트 기회를 주고 구단과 코칭스태프의 의견을 수렴해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김동주는 이번시즌 퓨처스리그 45경기에 나서 108타수 33안타 3홈런 18타점, 타율 0.306을 기록했다. '베테랑'인 그는 유망주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기 위해 풀 타임으로 나서기 보다 컨디션을 조율하는 선에서 경기에 출전했다. 선발로 나와도 이내 교체됐다. "성장이 필요한 후배들이 경기에 나서는 편이 좋다"는 것이 김동주와 팀의 생각이었다.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 그에게 입단 기회를 주겠다는 뜻을 보인 김성근, 조범현 감독의 관심사는 선수의 기량과 몸 상태다. 김동주는 이번 시즌 체중을 줄이고 근육량을 늘렸다. 개인 훈련을 통해 체력 관리에 힘썼다. '나이 들었다, 옛날의 김동주가 아니다, 건강이 예전만 못하다'는 세평에 자존심이 상했다. 그만큼 명예 회복을 향해 굵은 땀방울을 흘렸다. 술은 물론 담배도 입에 전혀 대지 않는다.
후배 관리에도 신경 쓴다. 김동주는 두산의 프랜차이즈 스타였다. 숱한 기록을 남겼다. 고연봉을 받았다. 팬들은 '베어스는 곧 두목곰'이라는 생각을 갖고있다. 명성에 비해 팀 내 리더십 발휘를 제대로 못한 부분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지난 2년 동안 2군에 머물며 생각도 마음도 상당부분 바뀌었다. 두산 2군에는 그에게 "고맙다, 감사하다"고 개인적인 연락을 해오는 후배들이 더러 있다.
김동주가 바라는 것은 명예 회복이다. 어떤 팀이 되건 선수 김동주로서 바로 선 모습을 보여준 뒤 은퇴하고 싶다는 열망이 간절하다. 한 야구 관계자는 "김동주는 '클래스'가 있는 선수다. 옛날의 모습을 얼마나 회복하고, 보여주느냐가 중요하다. 선수로서는 명예회복을 하고 싶을 것이다"고 말했다. 김동주는 kt와 한화의 테스트 기회를 얻었다. 이 관문을 통과해야 무너진 자존심도 되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