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베키스탄 축구대표팀이 19일 멜버른 레이크 사이드 스타디움에서 회복 훈련에 임하고 있다.
사진취재=윤태석 기자우즈베키스탄 축구대표팀이 19일 멜버른 레이크 사이드 스타디움에서 회복 훈련에 임하고 있다.
사진취재=윤태석 기자
한국의 8강 상대 우즈베키스탄은 겉으로는 여유가 있어 보였다. 18일(한국시간) 사우디아라비아와 2015 호주 아시안컵 B조 최종전에서 3-1로 승리해 8강을 확정지은 우즈베키스탄은 19일 멜버른 레이크 사이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회복 훈련을 한국 취재진에게 거리낌없이 공개했다. 물론 전날 경기를 뛰지 않은 12명만 나와 가볍게 몸을 푼 뒤 미니 게임만 소화한 영향도 있었을 것이다. 국내 팬들에게 낯익은 세르베르 제파로프(33·성남FC)와 티무르 카파제(34·악토베)의 모습도 보였다. 지휘봉을 잡은 미르잘랄 카시모프(45) 감독의 표정은 결연했다. 그는 기자들의 인터뷰 요청을 한사코 거절한 채 딱 사진 한 컷 찍는 것만 허락했다. 티는 내지 않았지만 한국전에 무척 신경을 쓰는 듯한 모습이 역력했다. 한국은 오는 22일 멜버른 렉탱귤러 스타디움에서 우즈벡과 8강전을 치른다.
한국 대표팀은 아시안컵에서는 우즈베키스탄과 딱 한 번 맞딱뜨렸다. 2011년 카타르 아시안컵 3·4위전에서 구자철(사진)과 지동원의 골로 3-2 승리를 거둔 것. 4년 만에 격돌에서 당시 ‘해결사’ 였던 두 선수는 모두 빠져있다.
◇ 우즈벡은 승점자판기
우즈벡을 만난 게 내심 반갑다. 한국은 우즈벡과 11번 싸워 8승2무1패다. 1994년 첫 맞대결 이후 20년 째 진적이 없다. 첫 만남은 악몽이었다.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 준결승에서 0-1로 패했다. 20개가 넘는 소나기 슛을 퍼붓고도 상대 골문을 열지 못했고 평범한 중거리 슛 하나를 골키퍼가 빠뜨려 1골을 헌납했다. 그러나 이후 우즈벡은 한국의 승점자판기로 전락했다. 한국과 우즈벡은 1998년 프랑스, 2006년 독일, 2014년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 때마다 한 조에 속했다. 결과는 4승2무로 한국의 우세. 한국은 우즈벡을 제물 삼아 본선으로 가는 길을 활짝 열었다. 그 밖에 3차례 평가전에서도 한국이 전승을 거뒀다. 아시안컵에서는 딱 한 번 마주쳤다. 4년 전 카타르 대회 때 양 팀은 3·4위전에서 격돌해 한국이 구자철과 지동원(2골)의 득점에 힘입어 3-2 승리를 거뒀다.
‘K리거’ 제파로프(33·성남)가 이번 8강전에서 우즈페키스탄의 주장으로 뛸 예정이다. 사진은 19일 훈련 후 취재진의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제파로프.
사진취재=윤태석 기자‘K리거’ 제파로프(33·성남)가 이번 8강전에서 우즈페키스탄의 주장으로 뛸 예정이다. 사진은 19일 훈련 후 취재진의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제파로프.
사진취재=윤태석 기자
◇ 제파로프와 카시모프를 경계하라
그러나 방심은 금물이다. 우즈벡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71위다. 한국(69위)과 큰 차이가 없다. 최근에도 한국이 지지는 않았지만 내용 면에서 압도하지는 못했다. 요주의 인물은 2008년과 2011년 AFC 올해의 선수에 빛나는 제파로프다. 그는 2010년부터 K리그 FC서울과 성남FC에서 뛴 '지한파'다. 공격형 미드필더 제파로프는 이번에 주장 완장을 찼다. 한국의 '캡틴'인 수비형 미드필더 기성용(26·스완지시티)과 정면 대결이 불가피하다. 제파로프는 뚫고 기성용은 막아야 하는 운명이다. 기성용은 우즈벡에 갚을 빚이 있다. 2012년 9월 타슈켄트에서 열린 월드컵 최종 예선에서 기성용은 자책골을 넣어 고개를 숙였다. 그의 축구 인생에 첫 자책골이었다. 기성용은 설욕을 벼르고 있다.
우즈벡 사령탑 카시모프 감독도 만만찮은 인물이다. 제파로프가 '한국의 박지성'이라면 그는 홍명보다. 21년 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에 선수로 출전해 한국을 꺾은 장본인이기도 하다. 우즈베키스탄 프로축구 분요드코르와 국가대표팀을 이끌며 한국 선수들을 자주 상대해 경험도 풍부하다. 선수들 사이에서 신뢰도 크다. 카시모프 감독은 미니 게임을 선수들과 함께 뛰며 사기를 북돋워 눈길을 끌었다. 그는 8강 진출 여부가 달려 있던 18일 사우디전에서 제파로프와 카파제 등을 모두 빼 주변을 깜짝 놀라게 했다. 결과적으로 신의 한 수였다. 우즈벡은 한국보다 하루를 덜 쉬고 8강전에 임하지만 조별리그 최종전을 멜버른에서 치러 이동이 없다. 카시모프 감독의 승부수 덕분에 우즈벡의 주축 선수들은 재충전할 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