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6~97, 바르셀로나 유스 명단. 사진 왼쪽 아래의 푸욜과 사진 오른쪽위에 이니에스타의 모습이 보인다. ]
전 세계 유소년 축구 선수들에게 '라 마시아'는 동경의 대상이다.
라 마시아는 세계 최고 명문 FC바르셀로나의 유소년 육성 정책 시스템을 뜻하는 말이다. 리오넬 메시(29), 안드레 이니에스타(32), 세르히오 부스케츠(28), 헤라르드 피케(29) 등 바르셀로나 1군 주축이 라 마시아를 거쳐 세계적인 별로 성장했다.
라 마시아 입단은 일단 재능을 인정받았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것이 곧 축구 선수로서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라 마시아 소속 유소년 선수들이 바르셀로나 1군 무대에 데뷔하고 또 거기서 살아남을 확률은 지극히 낮다.
◇1군 데뷔와 생존은 바늘구멍
2006-2007시즌부터 올 시즌까지 최근 10년 동안 바르셀로나 1군 무대에 나선 라 마시아 출신 선수를 조사했다.
구단 공식 홈페이지에 나온 자료를 근거로 했다.
라 마시아는 7~8세 선수들이 활약하는 프레벤자민부터 유스의 최상위 레벨인 후베닐A 등으로 세분화돼있는데 이 중 후베닐A에서 1군으로 올라간 선수만 대상으로 했다. 후베닐A에서 활약한 190명 중 1군 무대에 등록을 한 선수는 약 30명에 불과했다.
15%만 1군 입성의 꿈을 이룬 것이다.
하지만 1군에 이름을 올렸다고 끝이 아니다. 이들 중 꾸준히 경기에 나선 선수는 더 적다.
올 시즌도 바르셀로나에는 9명의 라 마시아 출신이 활약 중인데 계속 출전 기회를 보장 받는 선수는 메시, 이니에스타, 부스케츠, 피케 정도다. 이들을 제외한 대부분이 1군 무대 적응에 실패하고 팀을 떠나야 했다.
실질적인 생존 확률은 15%를 한참 밑도는 셈이다.
후베닐A에서 뛰고 있는 이승우(18)도 "라 마시아에서 1군까지 올라가는 것도 힘들지만 살아남는 건 더 어렵다. 빨리 올라갔다가 금방 떨어지는 것보다는 조금 천천히 올라가도 거기서 계속 톱클래스의 기량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위기의 라 마시아
최근 유럽에서는 라 마시아에 위기가 닥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작년 7월 후안 라포르타(54) 전 회장과 주제프 마리아 바르토메우(53) 현 회장이 치열하게 회장 선거를 펼쳤다.
승자는 바르토메우였다.
라포르타의 낙선은 적지 않은 의미를 지닌다. 그는 2003년부터 2010년까지 바르셀로나의 회장을 맡아 메시, 부스케츠, 피케와 같은 선수들이 라 마시아에서 성장해 1군 무대의 주축으로 성장하도록 주도했다. 5년 만에 대권에 도전한 라포르타의 공약은 '라 마시아의 부활'이었다.
하지만 유권자들은 그를 외면하고 바르토메우 현 회장을 재신임했다.
바르토메우는 유망주 육성 대신 거액을 주고 루이스 수아레스(29) 등 스타 영입에 더 중점을 두는 스타일이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이를 두고 "라 마시아 세대가 저물고 있다"고 논평했다.
현재 바르셀로나 지휘봉을 잡고 있는 루이스 엔리케(46) 감독 부임 이후 이런 현상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구단이 잇따라 스타를 수혈하면서 1군의 문턱은 더욱 높아졌고 라 마시아 출신 유망주들의 이탈이 끊이지를 않고 있다.
지난 달 바르셀로B팀의 주장이었던 알레한드로 그리말도(21·벤피카)가 팀을 떠났고 아다마 트라오레(20·애스턴 빌라), 헤라르드 데울로페우(22·에버턴), 마르틴 몬토야(25·인터밀란), 알렌 할릴로비치(20·스포르팅 히혼) 등도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최고의 유망주라 불리는 세르지 샴페르(21)도 요즘 아스널 이적설이 대두되고 있다.
송창우 인턴기자
라마시아란?
라 마시아(La Masia)는 바르셀로나의 유스 선수 육성 시스템을 일컫는 단어다.
스페인 카탈루냐어로 '농가'을 뜻한다. 말 그대로 농부가 씨를 뿌려 수확을 하는 것처럼 어린 재능있는 선수들을 키워내는 뜻이 담겨져 있다.
라 마시아의 뿌리는 축구계의 혁명가이자 바르셀로나의 레전드인 요한 크루이프(69)에 의해 지난 1979년 고안된 것이다. 그 명칭도 당시 선수들의 합숙 시설이 '라 마시아'로 불렸던 것에서 유래했다.
바르셀로나 홈 구장인 캄프 누 근처에 위치하고 있으며 2011년 대대적인 리모델링과 신관 건축을 통해 현재의 모습으로 탈바꿈했다. 최고의 훈련 시설은 물론 공부방과 여가 시설, 의료 장비 등 축구를 위한 모든 것이 갖춰져 있다.
라 마시는 총 16단계로 구성돼 있다. 이들의 목표는 1군 육성이다. 7~8세 선수들이 활약하고 있는 프레벤자민부터 바르셀로나B(2군)까지 253명의 선수단 모두 바르셀로나 1군이 사용하는 4-3-3 전술 아래 움직인다. 1군 적응 시간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라 마시아는 지난 30여년 간 세계 최고의 선수들을 배출했다. 현재 바르셀로나 1군의 주축 리오넬 메시(29)와 안드레 이니에스타(32)를 비롯해 주제프 과르디올라(45·바이에른 뮌헨 감독), 카를레스 푸욜(38·은퇴), 사비 에르난데스(36·알 사드) 등 숱한 스타들이 이곳을 거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