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대는 프로그램마다 '대박'을 내는 유재석과 김구라. 현재 예능계는 두 사람이 양강 체제를 이루고 있다.
유재석은 MBC '무한도전'을 중심으로 SBS '런닝맨',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 KBS 2TV '해피투게더3', JTBC '슈가맨'에서 MC를 맡고 있다. 김구라는 다작왕이다. 유재석의 2배 수준. MBC ''황금어장-라디오스타', '옆집의 CEO들', '능력자들',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 '마이 리틀 텔레비전', JTBC '헌집줄게 새집다오', '썰전', TV조선 '솔깃한 연애토크 호박씨', tvN '집밥 백선생'까지 종횡무진하고 있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분명한 차이점은 두 사람의 진행 방식이다. 온화한 유재석과 불만 가득한 김구라는 확연히 다른 스타일로 프로그램과 MC, 게스트들을 이끌고 있다. 2015년, 나란히 MBC 연예 대상 후보에 오른 두 사람의 '전혀 다른' 대세 행보, 어떻게 가능했을까.
유재석, 설탕과 버터로
'국민MC', '유느님', '갓재석'에 '유재석 is 뭔들' 까지, 유재석을 수식하는 단어들은 칭찬을 넘어 '찬양'의 수준이다. 이는 함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MC들이나, 게스트들, 방청객이나 우연히 그를 목격한 시민들의 '증언'과 함께 더욱 굳건해 졌다.
유재석과 관련된 미담 사례는 일일이 손으로 꼽기도 어려울 정도. 장동민은 유재석과 아무런 왕래도 없던 시절, 막무가내로 유재석에게 전화를 걸어 위로를 받은 사연을 밝힌 바 있다. 그는 "내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시는 유재석 선배의 모습을 보며, 인생의 전환점을 삼았다"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데뷔 10년만에 전성기로 떠오른 박나래 역시 '무한도전'-바보 어벤져스에서 유재석에게 받은 감동을 전했다. 그는 "유재석 선배가 본인 촬영이 이미 끝나 모든 스태프가 돌아간 뒤에도 새벽까지 막내인 내 촬영시간을 묵묵히 지켜봐 주시고는 '잘 하고 있어'라고 말씀하신뒤 나와 함께 촬영장을 나왔다"고 전했다. 이 외에도 자신이 출연중인 5개 프로그램의 모든 스태프들에게 겨울 점퍼를 선물한 일이나, 'KBS 연예대상'에서 물도 못 마시고 일하는 카메라 감독을 위해 손수 물을 챙겨주는 모습을 봤다는 한 팬의 이야기, 심지어 연예인이 되기전에 주변 사람들에게 베풀었던 사례까지 들려온다.
'無스캔들'에 빈틈을 찾아볼 수 없는 사생활 관리까지, 정상급 연예인으로서는 불가능에 가까운 '신화'를 쓰고 있는 유재석의 인품은 프로그램에서도 분명히 드러난다. 유재석이 MC를 맡은 프로그램 중에 '작은 프로그램'은 없다. 게스트의 입장에서 대부분 '대박'을 칠 경우 인생이 바뀔수도 있는 기회. 때문에 더욱 큰 긴장을 하기 마련이지만, 유재석의 힘은 거기서 발휘된다. 그는 얼어붙은 게스트에게 편안한 웃음을 안겨주며 재능을 십분 발휘할 수 있는 발언권을 안긴다. 또한 그 게스트가 작은 웃음을 만들어내면, 기다렸다는 듯한 리액션을 더해주며 자신감을 불어넣어 준다. 묻힐 수 있었던 게스트의 웃음과 재치까지 끌어내는 유재석의 따스함은 결국 프로그램 전체의 재미를 한층 높여주는 작용을 하는 셈이다.
최근에는 이봉주가 이러한 따스함을 느꼈다. 그는 최근 진행된 '무한도전' 못친소 두번째 이야기 촬영을 마친 후 "사람들이 왜 '유재석, 유재석'하는지 몸소 느꼈다"며 "가수·배우·방송인·전 운동선수·시인 등 여러 분야의 사람들이 모였는데, 어쩌면 그렇게 편안하게 사람들을 이끄는지. '아무나 국민 MC되는것이 아니구나'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구라, 소금과 식초로
늘 찡그린 얼굴에 공격적인 말투, 게스트에 대한 예의 보다는 짓궂은 돌직구를 날리는 김구라. 그는 프로그램에 출연하지 않은 동료들이나 연예인에 대한 험담을 늘어 놓기도 한다. 그런데 정작 게스트들은 그에게 늘 고마움을 표현하고, 제작진들은 그의 활약에 박수를 보낸다. 이유가 무엇일까.
김구라가 '고향'처럼 여기는 '라디오스타'의 황교진 PD는 김구라만의 특별한 진행 능력에 절대적인 신뢰를 보낸다. 황 PD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라스' 출연이 예정된 스타들에게 김구라에 대한 '대처법'을 소개했다. 그는 "아무래도 가장 공격적인 김구라의 존재감에 당황하는 게스트들이 적지 않다"며 "하지만 그의 화살이 자신에게 향했다는 것은 '애정이 시작됐다'는 사인으로 여겨도 좋다. 공격을 가장한 '관심'으로 게스트의 에피소드나 장점을 더욱 부각시켜주고, 흥을 돋우어 주려는 것이니까, 움츠리지 말고 김구라와 '합'을 맞추다보면 어느새 신명나는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 PD는 김구라의 이러한 츤데레 (쌀쌀맞은 듯하지만, 속정이 깊은) 성향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그는 "김구라가 '라스'를 하면서 가장 긴장하는 순간중에 하나는, 개그맨 후배들이 출연했을 때"라며 "그들이 '빵빵'터뜨려야 한다는 생각에, 본인이 굉장한 부담을 가지고 있다. 보통 김구라를 두고 '독설가', '저격수' 같은 말씀을 하시지만, 사실 그것은 출연자를 교묘하게 살려주고 하나라도 더 소재를 안겨주는 노련함이다"라고 말했다.
유재석에게 감동을 느꼈던 박나래도 김구라의 츤데레에 '울컥'했던 경험이 있다. 전환점이 됐던 지난해 9월 '라디오스타' 출연. 당시 박나래는 거침없는 입담과 우스꽝스러운 상황극으로 '대박'을 쳤다. 그리고 박나래는 그날의 활약이 '김구라의 어시스트'가 있었다고 말한다. 그는 "상황극 중, 내 얼굴에 물을 뿌리는 장면이 있었다. 처음 물을 뿌렸는데, 김구라 선배가 '다시 다시'라고 하셔서 결국 두번 물을 맞게 됐다"며 "방송 후, 게시판에는 '김구라가 여자에게 모질게 굴었다', '왜 2번이나 물을 뿌리나'라는 반응이 보여서 내가 김구라 선배에게 죄송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정작 물을 맞았던 나는 선배가 내 상황극을 살려주시는 정성에 너무나 감사했다. 그 애드립으로 웃음의 크기는 배가 됐다. 이는 녹화장에 있는 사람만 느낄 수 있는 따듯하고 노련한 배려"라고 돌아봤다.
박나래는 또한 "대박을 쳤던 '라스' 출연 이후, 김구라 선배가 무려 3주 연속 '라스'에서 내 이름을 언급하시더라. 게스트에게 '박나래랑 사귀세요', '박나래 같은 사람이네' 라고 놀리는 방식이었다"며 "시청자 입장에서는 방송에 출연하지도 않은 저를 비하했다고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집에서 TV를 보던 내게는 당장 문자를 보내고 싶을만큼 감사한 일이었다. '라스'처럼 큰 방송에서 이름이 언급되는 것은 연예인으로서는 굉장히 큰 홍보효과를 얻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