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위원회(KBO)는 최근 메이저리그(MLB) 사무국으로부터 '한국 프로야구 선수가 포스팅을 통해 MLB 진출을 시도할 경우 금액에 상한선을 두자'는 제안을 받았다. MLB 사무국이 제시한 포스팅 상한 금액은 800만 달러(93억6000만원)다. KBO 정금조 운영부장은 "MLB가 800만 달러를 제시한 건 맞다"며 "아직 결정된 사항은 아니다. 향후 MLB 사무국과 KBO가 이를 두고 논의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 입찰)은 FA(프리에이전트) 자격을 얻지 못한 선수가 메이저리그를 진출할 때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 포스팅 금액은 해당 선수의 원소속 구단의 몫이다.
한화는 지난 2012년 류현진을 LA다저스로 보내면서 2573만7737달러를 받았다. 넥센은 지난 12월 박병호를 내주면서 미네소타로부터 1285만 달러를 챙겼다. 그러나 MLB 사무국의 제안대로라면 이제 KBO 구단들이 받을 수 있는 포스팅 최대 금액은 800만 달러에 불과하다.
상한 금액 800만 달러를 두고 한국 프로야구선 당연히 논란이 일고 있다. 이웃 나라 일본의 포스팅 상한 금액과 비교하면 40%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MLB 사무국은 지난 2013년 12월 일본프로야구기구(NPB)와 '신 포스팅 시스템' 협정을 맺고, 포스팅 상한 금액을 2000만 달러로 결정했다. 더 많은 포스팅 금액을 챙길 수 없게된 NPB 구단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하지만 MLB의 의도대로 포스팅 금액 상한선은 책정됐다.
KBO와 NPB리그의 수준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800만 달러는 과소평가됐다는 게 야구계의 목소리다.
염경엽 넥센 감독은 "800만 달러는 말이 안된다"며 "금액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존심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리그 수준은 다르지만, 메이저리그 진출이 가능한 A급 선수들의 수준은 비슷하다"며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KBO내에서도 포스팅 상한 금액 800만 달러에 대해 부정적인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 염경엽 감독 / 넥센 히어로즈 ]
현재 포스팅 시스템은 최고 응찰액을 적어낸 구단이 독점교섭권을 가지고 해당 선수와 30일 동안 협상을 벌인다. 독점교섭권을 따낸 구단이 연봉 협상을 유리하게 끌고 갈 수 있다. 박병호가 대표적이다.
그는 포스팅 금액보다 적은 4년 총액 1200만 달러에 미네소타와 연봉 계약을 맺었다. 스몰마켓에 해당하는 미네소타가 포스팅 금액에 많은 지출을 하게 되면서 상대적으로 박병호의 연봉이 줄었다.
MLB 측은 "선수가 구단을 택할 권리를 넓힐 수 있으며, 재정이 넉넉하지 않은 구단은 한국 선수를 영입할 기회를 받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포스팅 상한선이 생길 경우 해당 선수는 동일하게 800만 달러를 제시한 복수의 구단과 협상이 가능하다. 선수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2014년 뉴욕 양키스에 입단한 다나카 마사히로가 대표적인 사례다.
다나카는 '신 협정'에 따라 상한선 2000만 달러를 전 소속팀 라쿠텐에 안기고 미국 무대에 진출했다. 그러면서 양키스와 7년 총액 1억5500만 달러의 '대형' 연봉 계약을 맺었다. 2011년 니혼햄에 5170만3411달러의 포스팅 금액을 안긴 다르빗슈 유(6년 6000만 달러)보다 연평균 2배 많은 연봉을 챙겼다. 때문에 일본프로야구선수협은 포스팅 상한선 2000만 달러에 대해 환영의 입장을 나타낸 바 있다.
포스팅 상한선이 한국 선수에게도 적용되면 포스팅 응찰액에 비해 다소 적은 연봉(4년 1천200만 달러 보장)을 받은 박병호의 사례가 나타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일본 포스팅 상한선의 40%라는 수치는 한국프로야구가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