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영(23·미래에셋)이 은퇴한 '전설의 골퍼'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과 어깨를 나란히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JTBC파운더스컵에서 '72홀 최소타 타이기록'을 작성하며 시즌 첫 승이자 통산 4번째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21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와일드파이어 골프장(파72)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 김세영은 이날 이글 1개와 버디 8개를 낚아내며 무려 10타를 줄여 최종합계 27언더파(261타)로 뉴질랜드 동포 리디아 고(19·22언더파)를 5타 차로 따돌리고 역전 우승했다.
LPGA 투어 2년 차인 김세영은 지난해 3승을 기록하며 신인왕을 차지하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그리고 올 시즌 첫 승을 LPGA 투어 72홀 최소타 타이기록으로 작성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27언더파 261타는 2001년 스탠더드 레지스터 핑대회에서 소렌스탐(스웨덴)이 '꿈의 타수'인 18홀 59타를 치며 작성한 기록이다.
소렌스탐은 이날 LPGA 투어로 보낸 이메일에서 "정말 뛰어난 실력으로 우승한 김세영에게 축하를 전한다"며 "투어 2년 차 선수가 이같은 성적을 내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그랬다. 이번에도 '빨간 바지의 마법'이 통했다. 김세영은 대회 마지막 날 항상 차려 입는 '빨간 바지'에 흰 티셔츠를 입고 경기에 나섰다. 2라운드에서 단독선두에 올랐다가 3라운드에서 공동 2위로 밀려났던 그는 2번홀(파5)에서 첫 버디로 시동을 걸었다. 이어 4~6번홀에서 3연속 버디를 낚아내며 선두를 치고 나갔고 8번홀에서 다섯 번째 버디를 기록했다. 전반에서만 5타를 줄였다.
그의 마법은 후반 11번홀(파5)에서 나왔다. 5번 우드로 2온에 성공한 뒤 약 90cm 이글을 낚으면서 6타 차 선두를 질주했다. 이어진 13번홀과 15, 16번홀에서도 버디를 기록하며 3타를 더 줄였다. 아쉽게도 18번홀에서 5.5m의 버디 퍼트를 놓쳐 28언더파의 신기록 작성에는 실패했지만 시즌 첫 우승의 감격을 맛봤다.
세계 랭킹 1위 리디아 고는 이날 7타를 줄이며 맹추격전을 펼쳤지만 22언더파로 5타 차 단독 2위에 만족했다. 7년 만에 우승을 노렸던 지은희(30·한화)는 이날 1타를 줄이는데 그쳐 최종 합계 19언더파로 스테이시 루이스, 폴라 크리머(이상 미국)와 함께 공동 4위에 올랐다.
이밖에 올 시즌 투어 2승을 기록 중인 장하나(24·비씨카드)는 최종 합계 17언더파로, 1라운드에서 9홀 최소타 타이기록(9언더파 27타)을 세운 이미향(23·KB금융그룹)과 함께 공동 13위로 대회를 마쳤다. 디펜딩 챔피언 김효주(21·롯데)는 최종 합계 14언더파 공동 28위, 은퇴를 공식 발표한 박세리(39)는 최종 합계 12언더파 공동 42위에 머물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