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챙총'이라는 동양인 비하 발언으로 구설수에 오른 내한 프랑스 뮤지컬 '아마데우스'의 주인공 로랑 방 측의 황당한 해명이다.
논란은 '내부의 폭로'로부터 시작됐다. 지난 18일 '아마데우스'의 통역가로 일했던 한 스태프는 자신의 SNS에 ''아마데우스' 시파티에서 살리에리 역의 로랑 방이 한국 스태프들과 건배를 하며 동양인 비하 발언인 '칭챙총'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통역가는 '한국 팬들이 많은 미중년 로랑 방. 되게 젠틀하고 괜찮은데 한국 애들이랑 건배할 때 '칭챙총' 같은 것은 하지 말아야 한다. 왜 인지는 말해줬으니 알지? 무슨 뜻인지 몰랐다고 생각할게'라고 덧붙였다.
'칭챙총'은 서양에서 동양인을 비하하거나 조롱할때 흔히 쓰는 표현, 11일부터 시작돼 4월 24일까지 한달간의 공연을 더 앞둔 시점에서 논란은 일파만파로 퍼져나갔다.
내한 공연 기획사 마스트엔터테인먼트 측은 4일 후에야 공식입장을 내놓았다. 해명 또는 사과를 담아야 할 그 내용은 읽는이의 눈을 의심하게 만들만 했다. 마스트엔터테인먼트는 공식입장에 '로랑 방 배우에 직접 확인 결과 이번에 논란이 되고 있는 용어(칭챙총)는 한국 스태프 혹은 지인들과 술자리 뿐 아니라 프랑스 지인들과의 자리에서도 건배를 할 때 습관처럼 사용하던 단어라고 합니다'라고 전했다.
이는 해명이라기보다 스스로 논란을 키운 모양새다. '로랑 방이 '칭챙총'이라는 단어의 뜻, 내포한 의미를 모른 채 사용했다'와 같은 내용이 아니라, '프랑스 지인들과의 자리에서도 건배를 할 때 습관처럼 사용하던 단어'라고 밝힌것은 그가 동양인 비하 언어를 일상에서 사용해왔음을 스스로 고백한 셈이 됐다. 이 가운데 로랑 방은 다른 출연진과 함께 SBS SHOW, EBS 라디오 등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홍보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동양인'인 우리는 그의 노래와 연기에 박수를 보내주어야만 할까. 왜 더 확실한 사과를 요구하거나, 출연진 교체 요구, 또는 '공연 보이콧'까지 선언할 용기는 없는 것일까.
로랑 방은 SBS SHOW와의 인터뷰에서는 답변 중 갑자기 사과를 먹는 행동까지 보였다. 앞서 잭블랙·코난 오브라이언·휴잭맨·테런 에저튼·클레이 모레츠 등 수많은 내한스타들이 인터뷰와 공식활동에서 성실하고 공손한 모습을 보이는것에 비해, 인터뷰 중 사과를 먹는 행위가 '경솔했다'는 지적을 한다면 '서양인 특유의 자유분방함'이라고 해명 할까.
이에 대해 마스트엔터테인먼트의 공연기획팀은 23일 일간스포츠와의 인터뷰에 나섰다. 담당자의 해명은 앞선 공식입장과는 큰 차이가 있었다. 로랑방이 지인과의 자리에서 편하게 사용하던 동양인 비하 발언을 부주의하게 사용한것이 아니라, '칭챙총'이라는 비하 단어 자체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것.
담당자는 "프랑스에서는 건배를 할때 '칭칭'(한국의 '짠'과 같이)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며 '로랑방은 평소 프랑스 지인들과 '칭칭'이라는 단어에 '딩동댕~'이라는 리듬을 주며 (이를테면) '칭칭총~'과 같은 느낌으로 건배를 하곤 했고, 그것을 한국인 스태프 사이에서 사용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자신이 사용한 단어가 '칭챙총'이라는 명백한 동양인 비하 발언을 연상시킬 수 있다는 것을 몰랐고, 이를 한국인 통역가가 지적해주자사과한 것"이라고 덧붙이며 "이러한 모든 정황을 공식입장에 넣기에는 팬들이 보시기에 구차해 보일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는데, 결과적으로 더욱 큰 오해를 낳고 말았다"고 털어놓았다. 담당자는 또한 로랑 방이 직접 해명과 사과에 나서는 동영상을 곧 공개할 것이며 현재 막바지 자막 작업에 몰입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인터뷰 중 사과를 먹은 행동에 대해서는 "편한 분위기의 인터뷰라고 생각했으며, 이 점이 안좋게 보일 수 있다는 점을 숙지시켜주지 못한 우리측의 잘못"이라며 "로랑 방은 동양인을 비하하지 않으며 성실하고 젠틀한 성격으로 스태프는 물론 팬들에게 사랑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 모든 정황이, 명배우의 뜻하지 않은 작은 실수를 기획사의 부실한 공식해명까지 겹쳐 '동양인 비하'로 까지 번진 '해프닝'인지, 아니면 동양인을 비하하는 한 서양 배우가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판단의 팬들의 몫이 됐다. 박현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