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KCC 이지스가 고양 오리온 오리온스의 파죽지세 우승을 가로막고 승부를 6차전으로 이어갔다.
KCC는 27일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5-2016 KCC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5차전에서 오리온에 94-88 승리를 거두고 시리즈 전적 2승3패로 승부를 6차전 고양으로 끌고 갔다. 2001-2002시즌 이후 14년 만의 챔피언에 도전한 오리온은 막판 대추격전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순간 KCC의 집중력에 밀려 눈앞으로 다가온 우승의 기회를 다음으로 미루게 됐다.
최다 득점은 안드레 에밋(38득점)이 차지했지만 KCC 공격의 물꼬를 트고 마무리까지 장식한 전태풍의 폭발이 승리의 원동력이 됐다. 전태풍은 이날 고비 때마다 결정적인 3점슛을 터뜨리며 20득점(3점슛 3개 포함)으로 KCC 승리를 이끌었다.
▲출사표 추승균 KCC 감독=“내가 1차전부터 생각을 잘못한 것 같다. 템포 농구를 했어야하는데... 속공 상황에서 실점이 많았고, 결국 공격 리바운드에서 밀렸다. 식스맨 걱정도 현실이 됐다. 챔피언결정전에 와서 많은 걸 생각하게 됐다. 외곽이 중요하다. 슈터들이 해줘야한다. 어쨌든 저 쪽도 오늘 져서 1패가 추가되면 생각이 또 달라질 것이다. 반전도 가능할 것이다.”
추일승 오리온 감독=“(KCC가 세게 나올 것 같으니)전반부터 수비에 전념할 생각이다. (하)승진이를 괴롭히면서 최대한 점수를 주지 않을 생각이다. 벤치 가용 자원이 많기 때문에 파울 트러블도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전주의 응원 열기가 어느 구장보다 열정적인 것은 맞다. 그래도 이제 적응할 때가 되지 않았겠나.”
▲베스트5 양 팀의 베스트5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김지후의 선발 기용이었다. 추승균 감독은 “슈터들이 터져줘야한다. 김지후를 베스트5에 넣었는데, 슛 밸런스가 괜찮아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1승만을 남겨둔 오리온은 애런 헤인즈가 1쿼터에 먼저 나섰고, 감기몸살에 피로누적으로 전날 응급실에 다녀온 이승현이 변함없이 수비의 핵으로 골밑을 지켰다.
▲1쿼터=날아라 전태풍 1쿼터 시작 1분 만에 전태풍의 3점슛이 림으로 빨려들어갔다. 첫 득점을 올린 KCC는 작심한 듯한 기세로 득점을 쌓아나갔다. 에밋과 하승진, 김효범이 연달아 득점을 올리며 기선을 제압했고 전태풍은 두 번째 3점슛을 꽂아넣으며 14-6으로 점수를 벌렸다. 여기에 추승균 감독이 슈터 카드로 기용한 김지후까지 깨끗한 3점슛을 성공시키며 외곽 싸움에서 먼저 앞서갔다.
24-10, 초반 14점 차이로 점수가 벌어지면서 분위기는 완전히 KCC 쪽으로 넘어왔다. 오리온도 이승현의 3점슛과 잭슨의 속공으로 추격의 불씨를 당겼지만 1쿼터에만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린 전태풍의 활약과 에밋-하승진의 콤비 플레이, 여기에 턴오버까지 겹치며 19-31로 크게 뒤진 채 1쿼터를 마쳤다.
2쿼터=여유로운 리드, 반전 기틀 만들까 2쿼터의 첫 득점도 KCC의 몫이었다. 하승진의 득점에 이어 김효범의 3점슛까지 터지자 전주체육관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점수는 좁혀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트레블링에 파울 판정까지 겹치며 오리온은 힘겨운 싸움을 벌였다. 오리온에서는 이승현이 고군분투하며 3점슛 2개로 추격의 고삐를 당겼다. 그러나 리바운드 싸움에서 확실히 앞선 KCC는 전태풍과 에밋을 앞세워 철벽같이 리드를 지켰다. 55-37, 여전히 KCC가 앞선 채 전반전이 종료됐다.
3쿼터='이승현 있으매...' 31득점 쏟아 부은 오리온의 대추격전 헤인즈의 부진과 슈팅 난조에 시달리던 오리온은 3쿼터 시작 후 3분 20초 동안 3점슛 2개를 포함해 12득점을 올리며 본격적인 추격에 나섰다. 여기에 고비 때마다 내외곽을 가리지 않고 득점을 성공시킨 이승현의 활약에 힘입어 오리온은 3쿼터 종료 3분을 남겨놓고 66-56, 10점차까지 추격했다. 이날 경기 시작 후 가장 상승세를 탄 오리온은 헤인즈와 이승현이 자유투를 포함해 연달아 득점을 올리며 68-63까지 점수를 좁혔다. 오리온의 추격에 초조해진 KCC는 턴오버까지 범하며 위기를 자초했다. 3쿼터 마지막 순간 이승현이 던진 3점슛이 림으로 빨려들어가며 점수는 어느덧 2점차, 70-68까지 쫓아온 오리온의 대추격전으로 승부의 향방은 순식간에 미궁으로 빠져들었다.
4쿼터=숨막히는 10분, 마지막 승자는... 1분 7초. 4쿼터 시작 후 오리온이 기어코 70-70 동점을 만든데 걸린 시간이다. 오리온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잭슨의 자유투로 역전에 성공했다. 그러나 KCC 역시 에밋의 득점에 이은 전태풍의 미들슛으로 다시 스코어를 뒤집었고, 이에 맞불을 놓듯 문태종이 3점슛을 터뜨리며 두 팀은 엎치락 뒤치락 열띤 접전을 펼쳤다. 한 쪽으로 기울 틈이 없는 박빙의 승부가 이어졌고, 경기 종료 직전까지도 승자를 가늠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에밋의 야투로 84-82, 2점차 리드를 잡은 KCC는 전태풍이 자유투 2구를 모두 집어넣으며 점수차를 4점으로 벌렸다. 사실상 승부에 쐐기를 박는 자유투 성공이었다. 1쿼터 3점슛으로 포문을 열었던 전태풍이 성공시킨 득점이라 의미가 남달랐다. 여기에 오리온 추격의 순간 신인 송교창이 결정적 팁인슛을 성공시키며 KCC의 승리 쪽으로 분위기가 완전히 기울었다. 남은 시간은 단 1분, 송교창의 리벤지 덩크(득점은 인정되지 않았다)로 분위기를 가져온 KCC는 오리온의 추격을 허용하지 않고 그대로 고양행을 결정지었다.